오랜 시간 앉아있는 장거리 비행, 틈틈이 건강 지키는 방법
2025-07-1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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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좌석의 위험: 생명을 위협하는 침묵의 위험
장시간 비행, 건강을 지키는 필수 생존 가이드
장시간 비행 후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나 폐색전증으로 인한 사망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11시간 동안 비행을 한 여성이 착륙 직후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진 사건이 발생했는데, 비좁은 좌석에 앉은 채 움직이지 않은 것이 폐색전증을 초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화망 등 중국 언론에 따르면 여성 리모(30) 씨는 지난 3일 뉴질랜드에서 출발해 광저우로 향하는 여객기에 몸을 실었다. 11시간 동안 이코노미석에 앉아 비행한 리 씨는 비행기가 광저우 바이윈 국제공항에 착륙한 지 10분도 되지 않아 가슴 통증과 호흡 곤란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공항에 상주하던 의료진이 리 씨를 응급 처치한 뒤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병원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리 씨는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

의료진은 처음에는 폐색전증이라고 추측했지만, 리 씨의 과거 병력과 쓰러질 당시 상황 등을 종합해 리 씨가 장시간 좌석에 앉아있는 동안 정맥 혈전증(VTE)의 일종인 심부 정맥 혈전증(DVT)이 악화됐다는 진단을 내렸다.
특히 이코노미석처럼 움직임이 제한된 좌석에서 장시간 같은 자세로 앉아 있을 경우, 몸속 혈액 순환이 방해받아 심각한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단순히 불편한 정도로 여겨지는 비행기 좌석이 때로는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위험 질환은 ‘심부정맥혈전증’이다. 흔히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이라 불리며, 다리 정맥에 생긴 혈전(피떡)이 혈관을 타고 올라가 폐를 막으면 치명적인 폐색전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갑작스러운 흉통, 숨 가쁨, 심한 경우 실신이나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고령자, 비만, 혈압·당뇨·심혈관 질환이 있는 사람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
비행기 좌석 자체가 위험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움직이지 않는 상태가 4시간 이상 지속될 경우다. 고도가 높은 비행기 내부는 기압이 낮고 습도가 적어 혈액이 평소보다 더 끈적해지기 쉽다. 여기에 다리를 꼬거나 무릎을 장시간 구부리고 있으면 다리 쪽 혈류가 느려지고, 이 상태가 반복되면 혈전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이 주로 언급되지만, 심장마비 또한 장거리 비행 중 갑작스러운 사망의 흔한 원인이다. 비행 중 스트레스, 피로, 탈수, 불규칙한 수면 등은 심장에 부담을 준다. 특히 심혈관 질환 병력이 있는 사람은 비행 전 의사 상담을 통해 복용 약물을 점검하거나 상태에 맞는 예방법을 준비해야 한다.

예방의 핵심은 움직임이다. 최소한 1~2시간에 한 번씩 기내 통로를 걷거나 다리를 뻗고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다. 좌석에 앉아 있을 때는 종아리 펌핑 운동처럼 발끝을 위아래로 움직이거나, 무릎을 번갈아 들어주는 간단한 동작도 도움이 된다. 물을 자주 마셔 체내 수분을 유지하고, 알코올과 카페인은 피하는 것이 좋다. 꽉 끼는 의류나 벨트, 신발은 피하고, 장시간 비행 시 의료용 압박스타킹을 착용하는 것도 혈류 순환에 도움을 준다.
비행 전날 충분히 수면을 취하고, 당일에는 가볍고 편한 복장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지병이 있는 경우 주치의와 사전에 비행 계획을 상의하고, 필요한 약은 반드시 기내 반입이 가능하도록 챙긴다. 고혈압약, 혈액응고제, 심장질환 약물 등은 시간 맞춰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부 항공사는 건강상 특별 배려가 필요한 승객을 위한 조치를 제공하므로, 요청이 가능하다면 사전 예약이 좋다.
장거리 여행은 설렘과 동시에 건강에 부담이 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특히 이코노미석처럼 공간이 협소한 좌석에서는 ‘움직이지 않는 습관’이 가장 큰 위험 요소다. 언제 어디서든, 건강은 작은 움직임에서 시작된다. 좁은 좌석 안에서도 꾸준히 몸을 풀고, 물을 마시는 습관을 통해 더 멀리, 더 안전하게 여행을 이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