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2.9% 오른 시간당 1만320원…17년만 무표결 합의
2025-07-11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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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국무총리 "지금은 제2의 IMF와 같은 어려운 상황"
이재명 정부의 첫해 최저임금이 올해(1만 30원)보다 290원(2.9%) 오른 1만 320원으로 확정됐다. 역대 정부 첫 해 인상률로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를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노동계와 경영계가 외환위기 급으로 평가되는 최악의 경제 상황 극복을 위해 서로 양보하며 17년 만에 합의로 최저임금을 결정했다는 데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2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이같이 의결했다.
앞서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심의 촉진 구간(1만 210~1만 440원) 중간 수준에서 근로자위원 5명과 사용자위원 9명이 공익위원 안에 동의하는 방식으로 합의가 성사됐다. 최저임금이 표결 없이 합의로 결정된 것은 2008년 이후 무려 17년 만이다.
노사 합의의 배경에는 외환위기 급 최악의 경제 상황에서 '극단적 충돌은 피하자'는 노사 간 인식 공유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영계는 회의 직후 입장문을 내고 "이번 결정은 당면한 복합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노사가 기존의 갈등을 반복하기보다는 각자의 입장을 일부 양보하고 조율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하며 이뤄진 합의의 결과"라고 밝혔다.
이어 "합의 과정에서 소상공인연합회 위원들의 강한 반대 의사가 있었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결정에 이르렀다"라며 "경영계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고 이에 따른 부담과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라고 설명했다.
실질임금의 하락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던 노동계 쪽에서도 아쉬움은 있었다. 근로자위원 9명 중 민주노총 소속 4명의 위원은 공익위원의 심의 촉진 구간 상한선(1만 440원)이 터무니없이 낮다고 반발하며 회의장을 중도 이탈하기도 했다.
끝까지 남아 노사 합의를 관철한 한국노총은 합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내년 최저임금 수준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비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정부는 저임금 노동자 생계비 부족분을 보완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17년 만의 노사 합의라는 성과를 거뒀지만 역대 정부 첫 해 인상률과 비교할 때 이재명 정부의 인상률은 낮은 수치다. ▲김영삼 정부 7.96% ▲김대중 정부 2.7% ▲노무현 정부 10.3% ▲이명박 정부 6.1% ▲박근혜 정부 7.2% ▲문재인 정부 16.4% ▲윤석열 정부 5.0% 등과 비교했을 때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상황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현재의 경제 상황을 제2의 IMF 위기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지명 후 첫 출근길에 "지금은 제2의 IMF와 같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민생과 통합 두 가지를 매일 (마음에) 새기겠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인재 최저임금위원장은 낮은 수준의 최저임금 심의 촉진 구간을 제시한 이유에 관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0.8%로 굉장히 낮고,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1.8%, 취업자 증가율은 0.4%가 되는데, 이런 지표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작년보다는 올해가, 올해보다는 내년이 경기 상황이 안 좋은 걸로 판단되기 때문에 그런 지표들을 고려했다"라고 말했다.
최임위 공익위원들은 노동계의 실질임금 보전 요구와 경영계의 인건비 부담 우려 사이에서 양측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하더라도 파국은 피할 수 있는 '중간값'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권 초반 '노동 존중'을 내세운 이재명 정부지만 지지율만 신경 쓰는 쉬운 정책이 아닌 노사 모두를 고려한 결정을 내렸다는 평가 역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