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더위는 예고편?…이달 말, 더 센 폭염 한반도 강타할 수도 있다
2025-07-1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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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이례적으로 일찍 종료하면서 열 축적되기만 해
기록적인 폭염이 한반도를 강타한 가운데, 현재 나타나는 더위는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의 본진이 아닌 일부 세력이 영향을 주는 상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한여름철인 7월 말~8월 초에 이들 고기압의 본진이 한반도 상공에 자리 잡을 경우 지금보다 더 강하고 장기적인 폭염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10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체감온도는 30~37도 사이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에서는 10일째 열대야가 이어졌고 충북 청주와 제주 서귀포 등에서도 열대야가 열흘 넘게 지속되고 있다.
이날 기상청이 발표한 ‘최근 폭염 및 열대야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1~8일 전국 평균 폭염 일수는 4.1일로, 평년(1991~2020년) 7월 한 달 동안 발생한 폭염 일수와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한 달간 발생해야 할 불볕더위가 불과 한 주 만에 몰아쳤다는 뜻이다. 서울에서는 2022년부터 4년 연속 6월 열대야가 나타났고 올해도 예외 없이 기록됐다.
이번 폭염의 주요 원인은 대기 상층의 티베트 고기압과 하층의 북태평양 고기압이 우리나라 상공을 겹겹이 덮고 있는 기압계 구조에서 비롯됐다. 특히 티베트 고기압은 본래의 중심 세력이 한반도까지 확장했다가 수축하면서 일부 세력이 떨어져 나와 한반도에 남은 상태다. 북태평양 고기압 역시 지난달 발생한 제2호 태풍 ‘스팟’의 영향으로 본진과 분리돼 일부가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두 고기압의 중심이 아닌 주변부가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기압 구조 속에서 뜨겁게 달궈진 동풍이 태백산맥을 넘어오며 열기를 더해 가마솥더위를 유발하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예년 같으면 지금쯤 장마전선이 비를 뿌려 지면과 대기 하층을 식혀주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올해는 장마가 이례적으로 일찍 끝나면서 이런 자연적인 냉각 작용이 사라지고 열이 축적되기만 하는 상황이다.
이번 폭염은 최소한 다음 주 중반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관계자는 “다음 주 중반부터 후반 사이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폭염이 사그라든다고 단정할 수 없다. 아직 기압계 상황을 구체적으로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문제는 아직 본격적인 여름 절정기인 7월 말~8월 초가 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이 시기에는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의 본진이 한반도 상공에 포개져 자리 잡으며 장기적이고 극심한 폭염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처럼 장마가 일찍 끝나 지표면의 열이 축적되기만 하는 조건이 지속된다면 본진 고기압이 들어오는 시점에 폭염 강도는 지금보다 훨씬 강해질 수 있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역대 최악의 폭염으로 꼽히는 2018년의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 당시 폭염 일수는 31일에 달했고 6월 1.5일, 7월 15.4일, 8월 14.1일로 분석됐다.
또한 최근 몇 년간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이상고온 현상이 반복되고 있어 이 같은 기상 패턴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특히 올해처럼 봄~초여름 강수량이 부족하고 고온현상이 계속될 경우 한여름의 폭염 강도는 더 심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기상청은 당분간 이 같은 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며 건강과 안전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특히 고온 다습한 환경이 계속되면서 온열질환 위험이 커지는 만큼 무리한 야외활동은 자제하고 적절한 수분 섭취와 휴식을 통해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는 권고도 덧붙였다.

폭염의 강도와 시기는 기압계와 태풍 등의 영향을 복합적으로 받기 때문에 예측에 한계가 따르지만 현재의 기상 흐름만으로도 올여름 폭염이 강도 높게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상 고온과 고기압의 결합이 반복되면서 해마다 여름철 기온이 높아지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수년간 우리나라는 여름철 평균기온이 평년 대비 상승하고 있으며 폭염일수와 열대야 일수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도시 열섬 현상, 건조한 날씨, 기후변화 등 복합적 원인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장기적인 기상변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기후 적응력 강화를 위한 도시계획과 생활방식의 변화도 요구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폭염 대응 시스템의 강화와 실시간 기상정보 제공 확대, 무더위 쉼터 운영 등 대책이 필요하며 장기적으로는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구조적 변화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