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개미고개, 428명 미군의 희생을 기리다… “한미동맹의 성지로
2025-07-11 11:54
add remove print link
제17회 개미고개 6·25 추모제… 생존 영웅 임창수 옹, 국방부 장관 감사장 수상
세종시, 기억과 연대의 상징 공간으로 개미고개 보존 다짐

[세종=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한국전쟁 최대 격전지 중 하나였던 세종시 개미고개에서 미군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리는 추모제가 열렸다. 전쟁의 상흔을 기억하고, 국경과 세대를 넘어 평화와 연대를 다짐하는 이 행사는 73년 전 이 땅을 지킨 외국 군인들의 희생을 되새기는 자리였다.
11일 무공수훈자회 세종시지부(지부장 박기태) 주관으로 열린 ‘제17회 개미고개 6·25 격전지 추모제’에는 최민호 세종시장을 비롯해 마이클 S. 폴링 미2전투항공여단 3-2항공대대장, 참전유공자, 유가족, 군 관계자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세종시가 후원한 이번 행사는 미국 참전용사에 대한 감사와 더불어 한미동맹의 역사적 의미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됐다.
행사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임창수 옹이었다. 그는 한국전쟁 당시 18세 소년으로, 미 육군 제24보병사단 소속 킬패트릭 상사를 구출해 유엔군에 안전하게 인계한 의로운 행동을 인정받아 국방부 장관 감사장을 수상했다. 임 옹의 사연은 한국전쟁 속 숨은 영웅들의 존재와 그들의 용기를 다시금 되새기게 했다. 앞서 세종시는 지난 6·25전쟁 기념식에서도 임 옹에게 시장 감사패를 수여한 바 있다.
최민호 시장은 이날 “머나먼 타국의 자유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 미군 용사들의 희생이 오늘의 대한민국과 세종시를 있게 한 초석”이라며 “개미고개를 한미동맹의 상징이자 기억의 성지로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미고개는 1950년 7월, 낙동강 방어선을 지키기 위한 미군의 전초방어선이었다. 당시 이곳에서는 미군 428명이 전사했고, 이들의 결사 항전은 인천상륙작전과 서울 수복의 전기를 마련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현재 개미고개는 세종시 장군면 일대에 위치한 전쟁유적지로, 매년 이 시기 미군 참전용사와 유가족들을 위한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추모를 넘어, 한미 양국 간 혈맹의 의미를 되새기고 미래 세대에게 전쟁의 교훈을 전하는 교육적 공간으로서 개미고개의 역할을 강조하는 자리였다. 실제로 세종시는 개미고개를 중심으로 한 보훈 문화공간 확대와 기념사업 확대를 모색 중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전쟁을 단순한 역사로만 기억하지 않고, 현재의 평화와 번영이 어떤 희생 위에 세워졌는지를 알리는 장소가 필요하다”며 “개미고개가 바로 그런 장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