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극락조…'천상의 새'로 불리는 멸종위기종, 국내 야산 번식 포착
2025-07-1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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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길이 세 배 달하는 꼬리 자랑하는 화려한 외형
여름철 번식 위해 한국 방문한 긴꼬리딱새
파란 눈 테에 새까만 깃털과 몸길이에 세 배에 달하는 긴 꼬리로 조류 애호가 사이에서 '천상의 새'로 불리는 멸종위기종이 한반도에 나타났다. 해당 별칭은 흔히 극락조를 칭하는 말이지만 우리나라 조류 애호가 사이에서는 이 새를 부르는 말로 통하기도 한다.

최근 멸종위기종의 여름 철새인 긴꼬리딱새가 해발 150m의 전남 야산 숲속에서 발견됐다고 광주 MBC가 보도했다. 새까만 깃털로 뒤덮은 몸에 코발트빛 눈 테를 가진 신비로운 모습의 긴꼬리딱새는 전남 야산에서 집을 짓고 새끼를 부화시킨 뒤 둥지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매체에 따르면 긴꼬리딱새 부부 중 암컷이 맹감나무 줄기에 부지런히 집을 짓는 동안 수컷은 방심하는 사이 천적에게 공격당하는 일이 없도록 열심히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1km 남짓 떨어진 곳에서는 또 다른 긴꼬리딱새 한 쌍이 알을 낳아 생명의 신비를 실시간으로 생중계했다.
몸길이에 3배에 달하는 꼬리를 가진 수컷과 절반 정도 크기의 꼬리를 가진 암컷이 번갈아 알을 품는 기간은 2주 정도다. 이들은 넝쿨식물 줄기 대신 고목에 둥지를 틀고 총 4마리의 새끼를 부화시켰다. 갓 태어난 새끼들을 위해 부부는 쉴 새 없이 사냥한 먹이를 입에 넣어주며 지극정성으로 돌보기도 했다. 부화한 새끼들은 이후 10여 일 만에 둥지를 나와 독립생활을 시작했다.
'파란 눈의 새', '천상의 새', '삼광조' 등으로 불리는 멸종위기종 2급 긴꼬리딱새는 주로 우리나라 남부지역 낮은 산지에서 아주 가끔 발견되고 있다.
긴꼬리딱새(Terpsiphone atrocaudata)는 아름다운 외모와 독특한 생태적 습성으로 잘 알려진 새지만 현재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2급으로 보호받고 있다. 긴꼬리딱새는 동아시아와 서부 태평양 지역에 널리 분포하며 한국과 일본에서 번식하고 겨울에는 중국 남부, 대만, 말레이반도, 수마트라 등지에서 월동한다. 한국에서는 제주도, 남부 지역, 경상북도, 강원도, 경기 북부 일부, 지리산, 전라남도 도서 지역 등지에서 활발하게 번식한다. 최근에는 대전, 포항 등 내륙 지역에서도 번식이 확인되고 있다.
이 새는 울창한 숲과 저지대 계곡, 활엽수림, 인공조림지, 잡목림 등 나무가 많고 습기가 있는 환경을 선호한다. 먹이는 주로 곤충으로, 날아다니는 나방이나 파리, 모기 등의 성충뿐 아니라 나뭇가지나 잎 밑에 숨어 있는 애벌레, 거미 등을 사냥한다. 번식기에는 더욱 다양한 곤충을 먹이로 삼는다.

긴꼬리딱새는 이른 아침과 해 질 무렵에 가장 활발히 먹이 활동을 하며 빠르고 민첩한 비행이 가능해 좁은 공간에서도 기민하게 움직인다. 번식은 5월~7월 사이에 이뤄지며 보통 큰 나무의 가지 위에 나무껍질, 이끼, 깃털, 거미줄 등을 이용해 컵 모양의 둥지를 만든다. 한 번에 3~5개의 알을 낳으며 암수 모두가 포란(알 품기)에 참여한다. 포란 기간은 약 12~14일이고 새끼는 부화 후 8~12일 만에 둥지를 떠난다. 이 시기 부모 새는 둥지 주변을 적극적으로 방어하며 번식지를 보호하려는 행동을 보인다.
긴꼬리딱새는 암수 간 외형 차이가 뚜렷하다. 수컷은 번식기 동안 매우 긴 검은 꼬리를 이용해 구애 행동을 펼치며 광택 있는 검은색 머리와 파란색의 부리 및 눈 테두리로 화려한 외모를 자랑한다. 반면 암컷은 수컷보다 짧은 갈색의 꼬리를 가지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적갈색과 흰색 위주의 색을 띠어 포식자로부터 위장하는 데 유리한 모습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긴꼬리딱새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주요 원인은 서식지 파괴 및 감소 때문이다. 긴꼬리딱새는 울창한 숲과 계곡, 습지 등 특정한 자연환경에 의존하는 여름 철새다. 하지만 산림 벌채와 도시화, 골프장 조성, 도로 및 택지 개발 등의 각종 개발 사업으로 인해 서식지와 번식지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포식자 및 외래종으로 인한 피해도 개체 수 감소의 원인 중 하나다. 긴꼬리딱새의 둥지는 뱀이나 들고양이와 같은 포식자에게 쉽게 노출돼 있으며 실제로 보호단체들은 둥지 주변에 유황 가루를 뿌리는 등 포식자 방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 상태에서의 피해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이처럼 인위적 노력만으로는 포식자의 위협을 완전히 제거하기 어려운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
불법 포획 및 밀렵 또한 긴꼬리딱새에게 큰 위협이 됐다. 불법으로 설치된 밀렵 도구에 의한 피해 사례가 여러 차례 확인됐으며 보호단체는 이를 제거하는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기후 변화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서식지 파괴에 영향을 많이 받는 긴꼬리딱새의 특성상 기후 변화는 해당 조류에게 민감한 문제다.

이런 복합적인 위협들로 인해 긴꼬리딱새는 국가적색목록에서 '취약(VU)' 등급으로 평가됐고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돼 보호를 받고 있다. 또한 국제적으로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 준위협종(NT)으로 분류돼 있어 국제적인 보호의 필요성도 강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