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 싸고 맛있어서 인기였는데… 한국 바다에서 점점 사라지는 '이것'

2025-07-13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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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락 칼국수’ 사라질 위기… 기후변화가 한국인 식탁까지 흔들고 있다

바다의 짭조름한 선물 바지락이 우리 식탁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칼국수 한 그릇에 넘치도록 들어가던 이 조개가 이제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갯벌에서 조개를 채취 중인 어민들 / 뉴스1 자료사진
갯벌에서 조개를 채취 중인 어민들 / 뉴스1 자료사진

백합과에 속하는 이매패류인 바지락은 국내 조간대에서 가장 흔히 채취되는 조개다. 작지만 깊은 감칠맛과 저렴한 가격 덕에 칼국수, 찜, 탕, 볶음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되며 남녀노소 사랑받는 식재료다. 특히 바지락 칼국수는 풍부한 육수와 쫄깃한 면발로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아왔다. 하지만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바지락의 집단 폐사가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어민들의 생계와 우리 식문화가 위협받고 있다.

한국기후변화학회에 따르면, 정필규 국립부경대 자원환경경제연구소 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바지락 생산량 변화를 분석했다.

정 연구원은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세 가지 시나리오를 설정했다. 온실가스를 현재 수준으로 배출하는 고탄소 시나리오(SSP5-8.5), 탄소를 서서히 줄이는 중탄소 시나리오(SSP2-4.5), 2070년께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저탄소 시나리오(SSP1-2.6)다. 분석 결과, 고탄소 시나리오에서는 2041~2050년 바지락 생산량이 2000~2022년 평균 대비 52.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중탄소 시나리오에서는 37.9%, 저탄소 시나리오에서는 29.2% 감소했다. 탄소 배출을 줄이면 감소율이 낮아지지만 어느 경우에서든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하다.

갯벌에서 조개를 채취 중인 어민들 / 뉴스1 자료사진
갯벌에서 조개를 채취 중인 어민들 / 뉴스1 자료사진

바지락 생산량 감소는 경제적 피해로 직결된다. 2013~2022년 평균 바지락 가격(1kg당 3,015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고탄소 시나리오에서 어민들의 잠재적 손실은 460억 7000만 원, 저탄소 시나리오에서는 258억 8000만 원에 달한다. 정 연구원은 고수온 현상이 심화하면서 바지락 집단 폐사가 빈번해지고 있다면서 고수온 내성이 높은 품종 개발과 치패 채묘 기술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고수온의 영향은 이미 현실로 나타났다.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16일부터 9월 25일까지 41일간 고수온 특보가 발령된 뒤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2월까지 5개월간 패류 생산량은 543톤에 그쳤다. 이는 최근 5년 평균 763톤보다 28.8%나 감소한 수치다. 특히 바지락은 35톤만 채취돼 5년 평균 137톤 대비 74.5% 급감했다. 원인은 고수온으로 인한 집단 폐사다. 지난해 여름 경기도 해역 수온은 8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평년보다 2.1~3도 높았고, 일부 지역에서는 28.8도까지 치솟았다. 바지락은 수온이 30도 이상으로 9일 이상 지속되거나 일교차가 10도 이상인 날이 11일 이상 이어지면 폐사 위험이 급격히 높아진다.

고수온으로 폐사한 바지락 / 뉴스1 자료사진
고수온으로 폐사한 바지락 / 뉴스1 자료사진

서해 바다의 표층 수온은 지난 55년간 평균 1.19도 상승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최근 56년간 한국 해역의 연평균 표층 수온은 1.44도 상승해 전 지구 해양 평균(0.7도)보다 두 배 이상 빠르다. 충남 지역도 고수온 피해를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충남 5개 시군의 바지락 양식장 3,251헥타르에서 집단 폐사가 발생했는데, 이는 도내 바지락 양식장의 62%에 해당하는 규모다. 폐사로 인한 부패와 악취는 어민들에게 경제적 손실뿐 아니라 환경적 고통까지 안겼다.

올해도 고수온 피해가 예고된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올여름 한국 해역 수온은 평년보다 1도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 북태평양 고기압의 강화와 폭염으로 고수온 현상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바지락의 위기는 단순히 조개 하나가 사라지는 문제가 아니다. 바지락은 한국의 해산물 요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바지락 칼국수는 물론 바지락 비빔밥, 바지락 술찜, 바지락 된장국 등은 지역 식당과 가정에서 흔히 즐기는 메뉴다. 하지만 생산량 감소로 바지락 가격이 오르고 공급이 불안정해지면 이들 요리가 점점 귀한 음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어민들은 생계를, 식당은 메뉴를, 소비자는 익숙한 맛을 잃을지도 모른다. 기후변화가 가져온 바다의 변화가 우리의 식탁을 뒤흔들고 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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