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에 걸린 것 같다” 신고…오늘 새벽 부산에 출몰해 난리 난 ‘7m’ 멸종위기 동물

2025-07-1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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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군 대변항서 낚시객 신고가 해경에 접수
국제적 멸종위기종이자 해양생태계의 상위 포식자

오늘(13일) 새벽, 부산 기장군 대변항에서 멸종위기 고래로 추정되는 대형 해양동물이 출몰해 한때 긴장이 고조됐다. 이날 오전 5시쯤, “바위에 고래가 걸린 것 같다”는 시민 신고가 해경에 접수되면서 상황이 알려졌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사진은 동해에서 발견된 향고래 / 뉴스1,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사진은 동해에서 발견된 향고래 / 뉴스1,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해양경찰에 따르면, 신고 접수 장소는 부산 기장군 대변항으로, 발견된 고래는 길이 약 7m에 달하는 멸종위기종 향유고래(향고래)로 추정되고 있다. 향유고래는 이빨고래 중 가장 큰 종으로, 국내 해역에서는 드물게 관찰되는 종이다.

당시 기장파출소는 항 내 고래 출현을 확인하고 오전 5시 23분경 “고래가 외해로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했다”며 상황 종료를 보고했지만, 이후 오전 7시에도 고래가 여전히 대변항 내에 머물고 있음이 재확인됐다.

이에 따라 기장파출소는 구조 직별 슈트를 착용한 즉응 태세를 유지하고, 어민들에게도 “항구 안에 고래가 있으니 출입항 시 주의하라”는 안전 단문자를 발송했다. 구조정도 현장에 배치되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오전 7시 40분경에는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관계자와 수의사, 부산아쿠아리움 관계자 등이 현장에 도착해 고래 상태를 확인하고 항구를 빠져나갈 수 있는 방향을 조치 중이라고 로이슈는 보도했다.

광양 연안에 길이 15m 대형 고래 등장 / 연합뉴스, 여수해경 제공
광양 연안에 길이 15m 대형 고래 등장 / 연합뉴스, 여수해경 제공

다시 나타난 향유고래…4월엔 광양항 인근서도 발견

향유고래의 연안 출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 4월 4일, 광주 MBC 보도에 따르면 전남 광양항 인근 해상에서 향유고래가 처음 발견되었고, 이후 여수산단 인근 해역에서 이틀간 머물렀다.

3일째에는 수심 2m도 되지 않는 얕은 곳까지 들어왔다가, 해경의 유도로 묘도 방향으로 이동했고, 4일째부터는 먼바다로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모습은 확인되지 않았다.

향유고래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이자 해양생태계의 상위 포식자로, 깊은 바다를 주로 서식지로 삼는 종이다. 이 같은 연안 접근은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인 사례로, 전문가들조차 명확한 원인을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으로 보고 있다.

향유고래 / Martin Prochazkacz-Shutterstock.com
향유고래 / Martin Prochazkacz-Shutterstock.com

기후변화와 해류 변화, 고래 출몰에 영향?

일각에선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과 해류 변화, 혹은 먹이 이동 등이 고래의 연안 접근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해양 생태계 변화의 ‘지표종’으로서 고래의 역할이 주목받는 이유다.

실제로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 4월 2일, 우리나라 전 해역을 대상으로 처음 실시된 고래 항공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전국 해역에서 총 8종, 3698마리의 고래류가 관측됐다.

가장 많이 발견된 종은 참돌고래(2362마리)였고, 상괭이도 서해와 남해에서 각각 905마리, 128마리가 관측됐다.

동해 연안에서는 참돌고래, 먼바다에는 큰머리돌고래가 주로 분포하며, 상괭이는 서해·남해에 넓고 고르게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유고래 / Alasdair Hall-Shutterstock.com
향유고래 / Alasdair Hall-Shutterstock.com

고래 연구, 이제는 ‘남해’도 본격 착수

이처럼 향유고래를 비롯한 멸종위기 고래류의 남해안 접근 사례가 잇따르면서, 그동안 동해 중심이던 고래 연구의 지형도도 변화가 예고된다. 남해안 고래에 대한 체계적인 선박 조사가 올해부터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향유고래는 과거 우리 해역에서도 자주 목격되었으나, 1970년대 무분별한 포획으로 개체 수가 급감하며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다.

우리나라 바다에는 이 외에도 참돌고래, 큰머리돌고래, 남방큰돌고래, 상괭이 등 다양한 고래류가 서식하고 있으며, 이 중 남방큰돌고래와 상괭이는 국내에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유튜브, 과학드림 [Science Dream]

혼획·어망 얽힘…매년 2000마리 가까운 고래 폐사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안에서는 매년 약 2000마리에 가까운 고래가 혼획이나 어망 얽힘 등으로 폐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제포경위원회(IWC)는 전 세계적으로 연간 30만 마리 이상의 고래가 어업 활동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번 부산 기장 대변항에 나타난 향유고래 역시, 무사히 외해로 빠져나갈 수 있을지에 해양 전문가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보호종에 속하는 대형 해양생물이 연안 항구에까지 접근하는 이례적 상황은 생태계 변화뿐 아니라 인간과의 공존 문제를 다시 한 번 환기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멸종위기 해양생물 보호를 위해 다음과 같은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향유고래 / Lea Kari-Shutterstock.com
향유고래 / Lea Kari-Shutterstock.com

우선 어민들과 항만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보호종 인식 교육과 긴급 대응 매뉴얼 정비, 어망 구조 개선을 통한 혼획 방지 기술의 도입, 그리고 해양 쓰레기·미세플라스틱 저감 활동 확대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고래류와 같은 해양 생물의 이동 경로와 출몰 빈도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기 위한 장기 모니터링 체계 구축도 요구된다. 이는 고래의 행동 패턴을 사전에 파악함으로써 향후 유사 상황에서 보다 신속하고 안전한 대응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향유고래처럼 멸종위기종이 우리 바다에서 발견되는 사례는 단순한 생물학적 이슈를 넘어, 해양 생태계와 인간이 어떻게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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