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씩 등 돌리는 측근들... 윤석열 전 대통령 '당혹'
2025-07-13 19:52
add remove print link
측근들 맘 바꿔 치명적인 진술 시작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구속된 뒤 그의 측근들이 잇따라 진술을 번복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 복심들이 하나둘씩 과거 진술을 거둬들이고 윤 전 대통령에게 치명적인 진술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특검 수사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3대 특검팀은 추가 증언이 잇따를 것으로 보고 관련자 소환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성훈 전 경호차장은 최근 특검 조사에서 기존 수사기관 진술을 뒤집고 새로운 진술을 내놨다. 그간 줄곧 윤 전 대통령의 체포 저지 관련 혐의를 부인했던 그는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참여하지 않은 특검 조사에선 윤 전 대통령 범행을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내란특검이 청구한 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에는 "경찰은 전문성도 없고 총은 경호관들이 훨씬 잘 쏜다", "총을 갖고 있다는 걸 좀 보여줘라" 등 윤 전 대통령이 김 전 차장에게 지시했다는 구체적인 발언이 담겼다.
특검은 또한 윤 전 대통령이 김 전 차장에게 세 차례 전화해 "쉽게 볼 수 없어야 비화폰이지. 조치하라"라고 말하는 등 비화폰 기록 삭제를 지시한 둘만의 통화 내용도 파악했다. 이 역시 김 전 차장 진술 없이는 파악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김 전 차장은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관저에서 윤 전 대통령 체포를 시도했을 당시 이를 저지하는 데 앞장섰던 경호처 내 '강경 충성파'다. 재임 당시 윤 전 대통령이나 김건희 여사의 생일 축하행사까지 주도하는 등 경호처 내에서도 윤 전 대통령 부부와 가까운 인사로 알려졌다.
탄핵심판 국면에서도 그는 "경호관에게 최고의 명예는 대통령의 안전을 위해 목숨 바치는 것"이라면서 경찰·검찰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 관련 불리한 진술을 일절 거부했는데, 탄핵 이후 특검 조사에선 기존 진술을 뒤엎고 새로운 증언을 시작한 것이다.
내란특검팀은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이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사가 입회하지 않은 이후부터 기존 진술을 바꿨다는 내용을 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한 걸로 확인됐다.
내란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에 김 전 차장의 이 같은 태도 변화를 지적하면서 구속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구속영장에서 "김 전 차장은 피의자(윤 전 대통령) 변호인들이 참여한 경찰 조사 초기엔 피의자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술하다가 피의자 변호인들이 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이후에야 범행 부분에 대해 진술하기 시작했다"며 "피의자가 김 전 차장에 대해 회유 또는 압박으로 진술 번복을 시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실의 실세 참모이자 외교안보 정책을 주도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은 최근 순직해병특검 조사에서 'VIP 격노설'을 직접 목격했다고 처음으로 진술했다.
VIP 격노설은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7월 31일 오전 11시 대통령실 회의에서 채상병 사건 조사결과 보고받은 뒤 '격노'했고,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로 질책하면서 경찰 이첩을 보류시키고 조사결과를 바꾸게 했다는 의혹을 뜻한다.
VIP 격노설 그간 누군가로부터 이런 얘기를 전해 들었다는 전언 형태의 진술만 있었는데,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김 전 차장이 직접 목격했다고 특검에 진술한 것이다.
김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임기훈 전 대통령실 국방비서관으로부터 한 장짜리 채상병 사망 사고 보고를 받았고, 직후 언성을 높이며 화를 냈다"는 취지로 특검에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김 전 차장의 진술은 1년 전인 지난해 7월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진술한 것과는 정반대다. 국회에서 그는 당시 회의에 채상병 사건 관련 보고가 없었고, 윤 전 대통령이 격노한 적도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대통령 지근거리에서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한 실세 참모이자 복심이었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2023년 7월 31일 회의 이후로 줄곧 이 사실을 함구해왔다가, 약 2년 만에 특검에서 그날의 일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털어놨다.
당시 회의에는 김 전 차장뿐 아니라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등도 동석했는데, 특검은 조만간 이들도 소환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복심이었던 이들이 자신에 대해 불리한 증언을 특검에 쏟아내기 시작하자 당혹한 모습이다. 윤 전 대통령은 앞서 열린 구속영장 심사에서 직접 최후진술에 나서 "고립무원의 상황에 빠졌다. 국무위원들도 각자 살길을 찾아 떠났고, 변호사를 구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일단 구속 이후 특검 출석 요구를 거부하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것으로 보인다.
각 특검팀은 최근 확보한 윤 전 대통령 복심들의 새 진술을 수사 동력으로 삼아 추가 증언 가능성을 염두에 두며 수사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법조계는 윤 전 대통령이 구속되면서 핵심 측근들의 계엄 국무회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 증거인멸 등 혐의와 관련한 진술을 번복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특히 향후 내란특검 조사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사후 조작' 정황이나 계엄 국무회의의 위법성을 인정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 전 총리는 계엄 해제 이후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의 요청으로 서명란이 포함된 계엄 선포문에 사후 서명(허위공문서 작성 등)한 혐의를 받고 있고 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에도 공모자로 지목됐다.
특검은 한 전 총리가 계엄 국무회의를 적법하게 포장하기 위한 허위공문서 작성에 관여했다고 의심하고 있지만 한 전 총리는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해왔다. 당시 일부 국무위원은 검찰 조사에서 "한 전 총리가 계엄 해제 과정에서 역할을 했다고 들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또 '내란 방조' 혐의를 받는 국무위원들의 진술도 달라질 수도 있다. 경찰이 대통령실 CCTV를 분석한 결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기존 진술과 배치되는 행적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특히 최 전 부총리는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관련 쪽지를 전달받았으나 "당시 경황이 없어 확인하지 못했다" 주장했지만 CCTV 영상분석 결과 곧바로 내용을 확인한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국무위원들도 유사한 쪽지를 전달받았을 수 있다는 점에서 추가 진술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 외에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소방청에 언론사 단전·단수 협조를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으나 윤 전 대통령과의 연관성은 부인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이 전 장관이 계엄 해제 당일 김주현 전 민정수석,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삼청동 안가에서 만난 사실을 두고 '계엄 사후 대책 논의' 의혹이 제기됐지만 당사자들은 "사적 모임이었다"며 선을 긋고 있다.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은 최근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도록 기존 진술을 번복한 바 있다.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은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이 불참한 이후부터 윤 전 대통령이 직접 체포영장 집행 방해를 지시했다는 취지로 기존 진술을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