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더위, 이때까지 계속될 것" 기상 전문가들의 섬뜩한 예측
2025-07-14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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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까지 반팔 입을 것"

듣기만 해도 두렵다. 오는 11월 중순까지 반팔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기상 전문가들에게서 나왔따.
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지난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올해 매우 더운 여름이 이어지고 있다”라면서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를 완전히 덮고 있어 비구름이 거의 생기지 않고, 일조량은 늘고 있어 기온이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상층의 티베트 고기압까지 더해지며 하층과 상층이 모두 고기압에 둘러싸인 이중 뚜껑 구조가 형성돼 열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손 교수는 설명했다. 이로 인해 서울을 포함한 전국적으로 연일 폭염과 열대야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중 열돔 구조로 인해 구름이 생기기 어려워짐에 따라 비가 내릴 가능성도 줄었다. 손 교수는 "올해는 장마 전선 자체가 사라졌다"며 "제주는 6월 26일, 남부는 7월 1일 장마 종료가 선언됐고, 중부는 공식적으로 종료되지 않았지만 사실상 종료된 상태다. 현재로선 장마 전선이 존재하지 않아 사실상 장마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손 교수는 “최근 몇 년간 기상 패턴의 변화가 심해졌다”며 “2022년 강남 도심 홍수, 2023년 오송 참사, 지난해 7월 한 달간 아홉 번 발생한 시간당 100mm 이상의 국지성 집중호우 등 비정상적인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2013년부터 2019년까지는 마른장마가 이어졌고, 2018년엔 비가 오지 않아 서울에 역대급 폭염이 나타났다”며 “장마의 개념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전형적인 장마 형태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여름이 길어지고 겨울은 짧아지는 변화는 지구온난화의 전형적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일 평균 기온이 20도를 넘기면 여름으로 간주하는데, 해마다 여름이 앞당겨지고 길어지고 있다”며 “올해도 지난해처럼 11월까지 반팔을 입는 늦더위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날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도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폭염의 지속 가능성을 경고했다. 김 교수는 “요즘처럼 36~37도의 기온에 습도까지 높으면 체감 온도는 40도 이상으로 느껴진다”며 “상대습도가 50%를 넘으면 땀이 증발하지 않아 체열을 배출하지 못하고, 그 결과 인체는 온열 질환에 매우 취약해진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특히 “우리 몸은 음식물 섭취 후 약 65%의 열을 외부로 배출해야 정상적인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데, 이 열 배출이 막히면 체온이 급격히 오르고 심하면 뇌 손상까지 이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열사병은 단순히 더위 때문이 아니라, 열을 식히지 못하는 신체 조건이 만들어질 때 발생한다”고 경고했다.
이런 폭염은 단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북쪽 찬 공기의 세력이 약해지고 있고, 그 결과 남쪽의 뜨거운 공기가 북상하는 데 제약이 없어졌다”며 “장마 전선을 형성해줘야 할 찬 공기가 사라지면서 정체전선이 만들어지지 않고, 장마 없이 고온다습한 날씨만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무혈입성’이라는 표현으로 설명된 올해의 기압 구조는, 북쪽 찬 공기와 남쪽 더운 공기가 충돌해 장마를 형성하던 전통적인 구조가 깨진 것을 의미한다. 김 교수는 “장마가 없고, 폭우도 없으며, 기압의 저항 없이 북태평양 고기압이 그냥 들어와버린 상태”라고 표현했다.
김 교수는 이런 현상이 앞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봤다. 그는 “고위도 지역의 온도 상승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찬 공기의 세력이 계속 약화하고 있다”며 “이제는 여름이 끝나도 예전처럼 선선한 가을이 오는 것이 아니라 여름에 가까운 가을이 길어지는 식으로 계절의 질이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도 10월까지 여름 날씨가 이어졌고, 11월 말까지 20도에 가까운 날이 많았다. 김 교수는 “가을이라는 계절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과거와 같은 선선하고 건조한 가을이 아니라 덥고 습한, 여름의 연장선상에 있는 형태로 바뀌었다”며 “앞으로도 이 같은 경향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후 위기에 대한 사회적 대응의 필요성도 강조됐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아직도 폭염이나 침수 등 기후 재난에 대한 대규모 대응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다”며 “기상청이 고온 경보를 내리면 이에 맞춰 의료기관, 소방, 지자체가 자동으로 가동되는 폭염 대응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초고층 아파트에서 정전이 발생할 경우 대피 수단이 없는 현실을 고려하면, 고온으로 인한 대형 재난에 대한 철저한 사전 준비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더위 쉼터나 차양막 같은 단편적 대책만으로는 부족하다”며 “학교, 공공시설, 민간 건물 등에 저류시설을 설치하고, 도쿄처럼 빗물을 저장해 열을 낮추는 도시 설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폭염 대응 체계의 부재는 단순한 행정 문제가 아니라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며, 지금이 행동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두 전문가의 분석은 모두 올해 여름이 단순히 덥기만 한 것이 아니라, 기존 기후 패턴의 붕괴를 상징하는 징후라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11월 중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늦더위는 단지 일상의 불편이 아니라 기후변화에 대한 사회적·정책적 대응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경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