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어떻게 여기서…강남 한복판 주차장서 단체로 포착된 '희귀 생물'

2025-07-15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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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지 한 달도 채 못 살지만 산란 활동 이어가는 중
꿀벌보다 덜 알려졌지만 생태계서 중요한 역할 하는 곤충

한국에서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꿀벌보다 덜 알려진 야생벌이 서울 도심 한복판, 그것도 배수관에서 번식한 사실이 확인돼 놀라움을 안기고 있다.

기사의 내용을 바탕으로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을 활용해 만든 사진입니다.
기사의 내용을 바탕으로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을 활용해 만든 사진입니다.

'꿀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면 인류도 4년 내 멸종할 것', 인류 역사에 큰 기여를 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남긴 것으로 알려진 말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꿀벌의 개체 수가 급감하며 양봉가 등의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꿀벌이 멸종하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말이 나온다. 문제는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큰 타격을 입는다는 점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Q)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 공급의 약 90%를 담당하는 100대 주요 작물 중 71종이 꿀벌의 수분 작용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상기후와 꿀벌응애 등 해충 피해를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국내에서도 2022년 꿀벌 실종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꿀벌 집단 실종으로 전체 양봉농가의 82.5%, 전체 벌통의 57.1%가 피해를 입었다.

이처럼 꿀벌이 생태계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만 야생벌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야생벌에 관한 연구와 조사는 거의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알고 보면 야생벌은 꿀벌보다 꽃가루를 더 많이 옮긴다.

기사의 내용을 바탕으로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을 활용해 만든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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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야생벌 중 수년째 연구의 대상인 장수가위벌이 서울 강남 한복판의 주차장 배수관에서 수십 마리나 발견됐다. 고목의 구멍이나 바위틈에 알을 낳는 장수가위벌이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발견된 것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산란까지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같은 소식은 지난 3일 뉴스펭귄을 통해 전해졌다.

매체에 따르면 신동훈 서울교대 과학교육과 교수는 2022년부터 장수가위벌들이 산란을 위해 나뭇잎을 잘라 옮기는 모습을 관찰해 왔다. 폭염으로 번식 환경이 열악해진 까닭에 건강하게 태어나도 한 달을 채 못 살지만 여전히 이곳에서 관찰이 계속되고 있다.

기사의 내용을 바탕으로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을 활용해 만든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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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가위벌은 넓은 잎사귀를 턱으로 동그랗게 오려 산란방을 만드는 특성이 있는데 신 교수는 발견 초기 벌들이 어디로 향하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잎사귀를 문 채 주차장 벽면으로 이동하는 벌을 포착했고 올해 콘크리트 배수관에서 태어난 성충이 밖으로 나오는 장면까지 목격했다.

특히 지난달 25일부터는 수컷 장수가위벌이 점차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더니 지난 3일에는 주차장 벽면의 79개 배수관 구멍 중 16개에서 수컷 33개체가 출현했다.

유튜브, 생물관찰-WhyTV

또 신 교수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한 영상에서는 암컷이 배수관 속에서 잎으로 만든 산란방에 꽃가루를 털어 경단을 만들고 그곳에 알을 낳는 모습이 관찰됐다.

또한 해당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다른 영상에서는 장수가위벌의 산란장에서 기생벌이 다수 발견된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신 교수는 "장수가위벌이 산란한 콘크리트 배수관은 햇빛을 받으면 급격히 뜨거워져 산란에 적합한 조건은 아니지만 벌들이 아직 잘 버티고 있다"라며 "기후 위기 영향도 분명히 있을 텐데 (배수관에서 사는 이유를) 정확히는 알 수 없다. 이제는 야생벌에 관한 전문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매체에 설명했다.

장수가위벌 / 국립생물자원관
장수가위벌 / 국립생물자원관

앞서 장수가위벌은 본래 일본과 중국에서 주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흥식 농림축산검역본부 박사의 발견으로 국내에서도 서식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후 국가생물종목록에도 추가됐다. 이 박사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야생벌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장수가위벌은 주로 한국과 일본, 대만, 중국 등지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식 환경은 산림지나 도시의 공원 등에서 발견되며 나무 구멍이나 바위틈, 인공 구조물의 틈 등이다. 산란할 때는 꿀과 꽃가루를 뭉쳐 만든 먹이를 구멍 안에 넣고 알을 낳은 뒤 송진으로 벽을 만든다. 이 과정을 반복해 하나의 구멍에 여러 칸의 산란방을 만든다.

장수가위벌은 6월 말~7월 말 동안 짧게 활동한다. 수컷은 짝짓기 직후 죽고 암컷은 짝짓기 후 산란방을 마련해 알을 낳은 뒤 생을 마감한다. 암컷은 알의 성별까지 조절할 수 있는데 이때 암컷이 될 알은 구멍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보호한다.

왕가위벌과 비슷하게 생겨 혼동하기 쉽지만 장수가위벌은 머리가 더 가늘고 넓은 잎을 자르기 위해 턱의 절단면이 발달해 있는 것이 특징이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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