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서 왔을까... 제주서 30kg짜리 국제 멸종위기종 죽은 채 발견
2025-07-15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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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제주 앞바다에서 40일간 머물다 간 그 파충류
푸른 바다를 유영하고 다녔을 푸른바다거북 한 마리가 제주 해변에서 차갑게 식은 채 발견됐다.
15일 제주시 이호테우해수욕장 빨간등대 인근 백사장에서 푸른바다거북 사체가 발견됐다. 제주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10분께 해당 해수욕장에서 거북이 사체가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해양경이 사체를 확인했다. 푸른바다거북 사체였다.
푸른바다거북은 전 세계 열대 및 아열대 해역에 분포하는 바다거북과에 속하는 해양 파충류다. 전 세계적으로 7종의 바다거북 중 하나인 푸른바다거북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돼 있다. 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와 CMS(이동성 야생동물종의 보전에 관한 협약)에서도 보호 대상으로 지정돼 있다.
푸른바다거북은 초식성이다. 주로 해초와 해조류를 먹는다. 입 안쪽에 톱니 모양의 구조가 있어 해초를 자르고 씹기에 적합하다. 이 식성 덕분에 해양 생태계에서 해조류의 과도한 증식을 억제하고, 산란을 통해 대양의 에너지를 연안으로 옮기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번에 발견된 푸른바다거북 사체는 가로 59cm, 세로 60cm, 무게 약 30kg으로, 일반적인 성체에 비해 작은 편이었다. 푸른바다거북의 평균 등갑 길이는 78~122cm, 무게는 68~190kg에 이른다. 큰 개체는 등갑 길이가 120cm, 무게가 150kg 이상일 수도 있다. 발견된 개체는 아성체이거나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성장이 저해됐을 가능성이 있다. 사체는 죽은 지 25일 이상 경과해 심하게 부패한 상태였다. 해경은 불법 포획이나 인위적 위해의 흔적은 없다고 밝혔다. 사체는 지방자치단체에 인계돼 처리됐다.
푸른바다거북은 등딱지의 색깔이 푸른빛을 띠지 않음에도, 몸 안의 지방층이 푸른빛을 띠는 데서 이름이 유래했다. 등딱지는 갈색, 황갈색, 올리브색 등으로 나타나며, 나이를 먹을수록 불규칙한 방사상의 갈색 무늬가 생긴다. 배 부분은 대개 황백색이며, 네 다리 밑면에는 흑갈색 무늬가 나타날 수 있다.
푸른바다거북은 잔잔한 얕은 바다에서 해초가 풍부한 환경을 선호한다. 체온 조절을 위해 해변에 올라와 일광욕을 하기도 한다. 성격은 온순하고 느긋하다. 천적은 주로 인간, 바다악어, 범고래, 대형 상어, 재규어 등이다. 알은 거미원숭이, 라쿤, 코아티 같은 동물에게 먹히는 경우도 있다.
푸른바다거북은 긴 이동 거리로 유명하다. 산란을 위해 수천 킬로미터를 헤엄쳐 태어난 해변으로 돌아오는 습성을 갖고 있다. 산란기는 5월 하순부터 8월까지다. 밤에 해변으로 올라와 모래에 구덩이를 파고 120~200개의 알을 낳는다. 알 지름은 34~45mm고 부화까지 40~50일이 걸린다. 부화한 새끼는 바다로 나아가지만 생존율은 1% 미만으로 매우 낮다. 새끼 거북은 어릴 때 지렁이, 갑각류, 수서곤충 등을 먹지만, 성체가 되면 주로 해조류를 섭식한다. 이러한 생태적 특성 덕분에 푸른바다거북은 해양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한국에서는 주로 만류를 따라 동해안과 남해안에서 푸른바다거북이 발견되지만, 상시 서식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제주도 조천읍 앞바다에서 푸른바다거북 한 쌍이 약 40일간 머문 적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푸른바다거북은 인도양과 서태평양의 열대 및 아열대, 온대 해역에 널리 분포한다. 그러나 해양 오염, 플라스틱 쓰레기, 폐그물에 의한 혼획,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온도 상승, 서식지 파괴 등으로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다. 특히 연안 개발과 환경오염으로 번식지가 줄어들고 있으며, 알과 성체의 불법 채취도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다.
제주해경 관계자는 "푸른바다거북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보호되고 있다"며 "채집, 가해, 도살, 포획하는 것이 금지돼 있으므로 바다에서 발견 즉시 해양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