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아프다” 한일전 사상 첫 3연패…홍명보와 달리 고개 숙인 '대표팀 에이스'

2025-07-16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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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안방서 사상 첫 한일전 3연패 충격
일본, 자국서 치른 2022년 대회 이어 동아시안컵 2연패

한국 축구가 또다시 숙명의 라이벌 일본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것도 사상 첫 한일전 3연패라는 뼈아픈 기록을 남기며, 안방에서 동아시아 챔피언 타이틀마저 내줬다.

지난 15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1대 0으로 패하며 우승을 놓친 대표팀 선수들이 아쉬워 하고 있다 / 뉴스1
지난 15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1대 0으로 패하며 우승을 놓친 대표팀 선수들이 아쉬워 하고 있다 / 뉴스1

지난 15일 오후 경기도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3차전에서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은 일본에 0-1로 패했다. 전반 8분 만에 허용한 실점을 끝내 만회하지 못하며 이번 대회 최종 성적 2승 1패(승점 6), 준우승에 그쳤다. 3전 전승을 거둔 일본이 우승 트로피와 상금 25만 달러(약 3억 4,500만 원)를 챙겼다. 한국은 15만 달러(약 2억 700만 원)를 받은 데 그쳤다.

한일전 3연패는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2021년 일본 요코하마(0-3 패), 2022년 나고야(0-3 패)에 이어 이번 패배로 또 한 번 고개를 숙였다. 마지막 승리는 2019년 부산 동아시안컵에서 기록한 1-0 승리다.

지난 15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양팀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다 / 뉴스1
지난 15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양팀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다 / 뉴스1

이날 경기에서 대표팀 주장 조현우는 경기 종료 후 “3연패를 해서 마음이 아프다. 다음 한일전은 꼭 이기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직접 실점을 막지 못한 자신을 자책한 조현우는 “손이 닿지 않았지만 막았어야 했다. 실점 후 수비진을 제대로 리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수차례 한일전에 나섰던 베테랑 골키퍼의 이 같은 발언은 경기 결과 이상의 책임감을 보여준 대목이다.

특히 조현우는 2021년 요코하마, 2022년 나고야 참패 경기에서도 골문을 지켰던 인물이다. 이번에도 전반 8분, 일본 공격수 저메인 료의 발리슈팅이 골망을 흔들자 그는 좌절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 한국 수비는 4명이었지만, 일본의 공격수 2명을 제대로 막지 못했다. A매치 데뷔전부터 5골을 기록한 저메인은 이날 득점상과 MVP를 동시에 수상했다.

저메인 일본 축구 국기대표팀 선수가 지난 15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 뉴스1
저메인 일본 축구 국기대표팀 선수가 지난 15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 뉴스1

반면 홍명보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우리 선수들은 준비한 대로 충분히 잘했다. 결과는 아쉽지만, 경기력에는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는 “짧은 소집 기간에도 선수들의 자세는 훌륭했다”며 팀의 태도와 실험적인 전술 운용에 의미를 부여했다.

감독의 이러한 발언과는 달리, 조현우의 표정은 무거웠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주장 완장을 찼던 그는 골키퍼로서 책임감뿐 아니라 팀 전체를 아우르는 리더로서도 부담을 느낀 듯했다. 기자회견에서도 “내가 더 잘 리드해야 했다”며 스스로에게 화살을 돌렸다.

일본 저메인 선수가 한국 축구 골문 뚫는 장면 / 유튜브 '쿠팡플레이 스포츠'
일본 저메인 선수가 한국 축구 골문 뚫는 장면 / 유튜브 '쿠팡플레이 스포츠'

한국은 이날 경기에서 나상호의 슈팅이 골대를 강타하며 아쉽게 골을 놓쳤고, 이호재·문선민·오세훈 등을 투입해 공격에 변화를 꾀했지만 일본의 촘촘한 수비망을 끝내 뚫어내지 못했다. 후반 39분, 오세훈의 헤더를 받은 이호재가 오른발 시저스킥으로 마무리한 장면은 이날 한국이 만든 가장 위협적인 찬스였지만, 일본 골키퍼 오사코의 선방에 막히며 빛이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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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백 전술 실험도 아쉬움을 남겼다. 박진섭, 김주성, 박승욱으로 구성된 3백은 결정적인 실점 장면에서 조직적인 커버가 부족했다. 경기 후 조현우가 “내가 더 잘 리드했어야 했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대회는 홍명보 감독 체제에서의 첫 공식 패배이기도 하다. 지난해 7월 부임 이후 13경기(6승 4무) 무패 행진을 이어가던 그는 이날 일본전 패배로 첫 쓴잔을 들이켰다. 하지만 경기력 자체에 대해선 “스리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했고, 장단점이 드러났다”고 밝히며, 다음을 위한 시험무대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지난 15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1대0으로 패배한 뒤 아쉬워 하고 있다 / 뉴스1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지난 15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1대0으로 패배한 뒤 아쉬워 하고 있다 / 뉴스1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일전이라는 상징성 속에서의 패배, 그리고 사상 첫 3연패는 분명한 충격이다. 대표팀을 이끄는 조현우의 “마음이 아프다”는 한마디는 이번 결과가 단순한 스코어 이상의 무게를 지닌다는 점을 보여준다. 경기력보다 무거운 감정, 그것이 지금 한국 축구가 떠안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 15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1대 0으로 패하며 우승을 놓친 대표팀 선수들이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뉴스1
지난 15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1대 0으로 패하며 우승을 놓친 대표팀 선수들이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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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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