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에 여름 모기 잠잠?…‘이때’ 더 몰려올 수 있다
2025-07-16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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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온으로 모기 생존 환경 악화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모기 개체수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고온으로 물웅덩이가 말라 산란지가 사라졌고 모기 활동에 적합한 온도를 훌쩍 넘는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생존 환경 자체가 악화됐다. 예년 같으면 한창 극성을 부릴 시기지만 올여름에는 모기의 존재감조차 희미한 상황이다. 하지만 지금 모기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안심하긴 이르다.

◆ 모기 실종? 무더위에 모기 개체수 '뚝’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27주차(6월 29일∼7월 5일) 전국 모기지수는 319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전국 12개 시·도 축사에 설치된 채집기를 통해 포집된 모기 개체수를 평균 낸 값이다. 평년(2022∼2024년 평균) 같은 기간의 869마리, 지난해 같은 시기의 643마리와 비교하면 확연한 감소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감소의 원인으로 ‘폭염’을 지목한다. 모기는 물웅덩이나 고인 물에 알을 낳는데, 연일 이어지는 강한 햇볕에 산란지가 말라버리면서 번식 자체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또한 모기는 26~30도 사이의 기온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데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모기조차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는 환경이 형성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 일본뇌염 모기 ‘작은빨간집모기’ 전국에서 발견
모기 개체 수가 감소했다고 해서 방심하기는 이르다. 일본뇌염을 옮기는 ‘작은빨간집모기’가 전국 각지에서 꾸준히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종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지난 4월부터 진행 중인 모기 감시사업을 통해 이달 둘째 주, 장군면의 한 축사에서 세종 지역에서 올해 처음으로 작은빨간집모기를 채집했다고 15일 밝혔다. 앞서 지난달 23일과 27일에는 각각 수원과 동탄에서, 이달 4일과 10일에는 충북 서산과 전북 완주에서 같은 종의 모기가 확인된 바 있다.
논이나 웅덩이 등 고인 물에 서식하는 작은빨간집모기는 일본뇌염 바이러스의 주요 매개체다. 감염 시 일반적으로는 발열, 두통 등 가벼운 증상에 그치지만 드물게 바이러스가 뇌로 침투하면 고열, 발작, 혼수 등 중증으로 진행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일본뇌염은 바이러스성 급성 중추신경계 감염병으로 대부분 가벼운 증상에 그치지만 일부는 뇌염으로 악화돼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거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현재까지는 특이적인 치료법이 없어 백신 접종과 모기 물림 차단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이다.

◆ 모기, 여름보다 가을에 더 극성?
최근 ‘가을 모기’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3월 말부터 발생하는 작은빨간집모기는 8~9월에 활동이 가장 활발해지며 늦여름이나 초가을에 태풍으로 형성된 물웅덩이와 따뜻한 기온이 맞물리면 모기 개체 수가 다시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여름 태풍은 줄고 가을 태풍은 늘어나는 추세로 강수 시기도 늦춰지고 있어 이 시기에 모기 서식 여건이 되레 좋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석좌교수는 “모기가 가장 활발히 움직이는 온도는 27도 전후”라며 “폭염이 지속되는 한여름에는 오히려 활동이 줄고, 초여름이나 가을철에 활동이 더 활발해지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에도 9월까지 늦더위가 이어지면서 가을철 모기 출몰 사례가 보고됐다. 모기는 통상 9월 중순 이후 월동 여부를 결정하지만, 당시 10월 중순까지 낮 최고기온이 25도 안팎을 기록하면서 비교적 늦은 시기까지도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유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