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만에 피는 꽃' 개화한 모습 보려고 사람들이 오픈런까지 한다는 멸종위기종

2025-07-1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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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가시연습지 멸종위기 2급 '가시연·각시수련' 개화

최근 강릉 경포가시연습지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가시연꽃'과 '각시수련'이 개화해 관광객의 발길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반세기 만에 발아에 성공한 가시연꽃은 자생한 지 얼마 안 돼 사람들이 하루 중 얼마 안 되는 개화 시간에 맞춰 찾아오기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시연꽃 / 뉴스1
가시연꽃 / 뉴스1

가시연꽃은 1년생 수생식물로 생태하천 복원 사업을 통해 50년 만에 발아돼 매년 여름 경포가시연습지에서 개화되고 있다. 이번에 꽃을 피우며 안정적인 생육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가시연꽃은 사실 발아 조건이나 생육 환경의 범위가 다른 수생식물에 비해 극히 까다로워 개화가 쉽지 않은 종이다.

가시연꽃 자체가 흔치 않은 데다 개화한 가시연꽃은 더 만나기 어려워 세간에서는 과장을 섞어 '백 년 만에 피는 꽃'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이런 특징 탓에 보는 것 자체가 행운으로 여겨져 꽃말이 '그대에게 행운을'일 정도다.

경포가시연습지는 27만여㎡로 경포호 전체 면적의 약 30%에 해당한다. 가시연습지에는 가시연꽃 외에도 수련, 노랑어리연, 참통발,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각시수련, 조름나물, 수달 등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지난 달엔 환경부에서 '이달의 생태관광지'로 선정되며 이번 가시연꽃과 각시수련의 개화가 더욱 뜻깊게 다가오고 있다.

가시연꽃 활짝 꽃망울을 터뜨렸다.     / 뉴스1
가시연꽃 활짝 꽃망울을 터뜨렸다. / 뉴스1

가시연꽃을 만날 수 있는 때는 7~8월이다. 이때 강릉 가시연습지를 방문하면 수온, 일조량 등 개화 조건이 까다로워 평소 보기 어려운 보랏빛 가시연꽃을 만날 수 있다. 가시연습지·경포호 일원에서는 사전 신청자를 대상으로 습지 해설사와 함께하는 가시연습지 탐방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강릉 가시연습지는 2006~2013년 7년 간의 습지 복원 사업을 통해 1970년대까지 서식했던 가시연꽃을 군락화했다. 이후 생태적 우수성과 경관 가치를 인정받아 2014년 국가생태관광지역과 강원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지난해에는 국가생태관광지역 3차 재지정에 성공해 국내 우수 생태 탐방 명소로서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사실 가시연꽃은 과거 전국 각지의 늪이나 저수지에서 흔히 볼 수 있었으나 매립과 준설로 자생지가 줄어들고 제초제 사용 등 환경 오염으로 점차 개체군이 감소했다. 지금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 식물 2급이자, 산림청에서 지정한 희귀 및 멸종위기식물 217종 중 보존 1순위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경포가시연습지의 가시연꽃은 약 60년 전 자연생태계가 농경지로 개발됐다가 다시 습지로 복원되면서 자연 발아하는 데 성공한 경우다.

가시연꽃이 꽃망울을 터트릴 준비를 하고 있다. / 뉴스1
가시연꽃이 꽃망울을 터트릴 준비를 하고 있다. / 뉴스1

가시연꽃은 수련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로, 가시연꽃속을 이루는 단 하나의 종이다. 보랏빛 꽃잎을 제외하고 줄기와 잎, 꽃받침까지 가시로 덮여 있다. 7~8월에 가시가 돋은 긴 꽃자루에 지름 4㎝ 정도의 밝은 자주색 꽃이 핀다. 아침에 벌어졌다가 저녁에 오므라들어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시간이 한정적이다.

씨에서 싹터 나오는 잎은 처음에는 작은 화살 모양이지만 점점 커지면서 둥그런 원반 모양을 이룬다. 가시가 달린 잎자루는 잎 한가운데에 달리며 잎의 지름은 보통 20~120㎝ 정도지만 때때로 2m에 달해 국내 자생식물 중 가장 큰 잎을 자랑한다.

10~11월이면 꽃이 지고 열매까지 맺는다. 가시연꽃의 열매는 가시연밥이라고 부르는데 길이 5~7㎝ 정도다. 열매가 다시 터지면 투명한 물질로 싸인 씨앗이 나온다. 이런 특징은 씨앗이 물길을 따라 넓게 퍼지게 한다.

서식지는 주로 물밑이 진흙인 1~2m 깊이의 못이다. 저수지나 호수에서도 생육한다. 서식지는 주로 일본, 만주, 중국, 인도 등지에 분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안타깝게도 개간, 수질 오염 등 급격한 환경 변화로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가시연꽃이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다. 가시연꽃은 7월에서 8월 말에 보라색 꽃을 피운다. / 뉴스1
가시연꽃이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다. 가시연꽃은 7월에서 8월 말에 보라색 꽃을 피운다. / 뉴스1

풀 전체에 가시가 나 있는 가시연꽃은 그 희귀성과 개화의 어려움으로 인해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번 강릉 경포가시연습지에서의 개화는 오랜 복원 노력의 결실이자 생태계 보전의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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