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0-1 굴욕패…한국 관중석서 포착된 이 장면에 일본 "당황스러웠다"

2025-07-1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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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팬들의 당황스러운 파도타기, 무슨 일이?
한국, 일본에 또다시 무릎 꿇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홈에서 일본에 굴욕적인 패배를 당하는 동안, 한국 관중석에서 포착된 모습이 일본 언론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일전 0-1 패배 이후 관중들에게 인사하는 한국 축구대표팀 / 뉴스1
한일전 0-1 패배 이후 관중들에게 인사하는 한국 축구대표팀 / 뉴스1

일본 축구전문매체 사커다이제스트웹은 16일 "'이게 정말 한일전인가' 한국 원정 경기장에서 본 '기이한 광경'"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경기장에서 목격한 특이한 장면을 상세히 보도했다.

지난 15일 저녁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한국과 일본의 최종 결전에는 총 1만 8418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경기 초반 분위기는 전형적인 한일전다웠다. 일본 매체는 "이번 대회는 관중수가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날 평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1만 8418명이 입장했다"면서 "'대한민국'(응원구호)도 울려 퍼졌고, 일본으로서는 나름 원정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일본 언론이 주목한 것은 경기 후반부에 벌어진 의외의 장면이었다. 한국이 동점골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공격을 퍼부을 때, 관중석에서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응원전이 펼쳐졌다.

"하지만 경기 막판 한국의 맹공이 이어지는 가운데,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70분이 지날 무렵부터 '파도타기'가 시작됐다"고 사커다이제스트는 보도했다. 이어 "손에 땀을 쥐게 하던 막판에도 같은 현상이 또다시 일어났다"며 당혹감을 표했다.

일본 매체는 이 광경을 보고 "맥이 빠졌다"는 솔직한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일본 매체인 사커다이제스트는 "한국과 일본의 경기였고, 우승이 걸린 경기였다. 분위기가 좀 더 팽팽할 줄 알았다"며 "게다가 1점차로 뒤지고 있는 한국이 공격에 나서는 상황에서 예상지 못한 파도가 일기 시작했다. 당황스러웠다"고 평했다.

파도타기 응원은 일반적으로 경기에서 우세하거나 여유 있는 상황에서 관중들이 줄지어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높이 드는 퍼포먼스다. 하지만 이날은 한국이 0-1로 뒤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응원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동아시안컵 결승전에 출전한 한일 양국 축구 대표팀 선수들 / 뉴스1
동아시안컵 결승전에 출전한 한일 양국 축구 대표팀 선수들 / 뉴스1

이날 결국 한국은 전반 8분 저메인 료에게 선제골을 내준 뒤 끝내 동점골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0-1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동아시안컵 2연패를 달성한 일본에게 우승 트로피를 넘겨줘야 했다.

더욱 치욕적인 것은 한국이 일본전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3연패를 당했다는 점이다. 앞서 한국은 2021년 3월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친선경기와 2022년 7월 나고야에서 열린 동아시안컵에서 각각 0-3으로 패한 바 있다.

한국은 일본과의 통산 전적에서 42승 23무 17패로 여전히 앞서있다. 그러나 최근 10경기 기준으로는 2승 3무 5패로 크게 밀리고 있다. 마지막 일본전 승리는 2019년 동아시안컵 부산 대회에서 거둔 1-0 승리가 전부다.

경기 후 한국 선수들의 심정은 착잡했다. 최근 한일전 3경기에 모두 출전한 주장 조현우는 "이번 한일전 패배가 가장 아프다. 준비 과정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막을 수 없는 공도 막을 수 있도록 앞으로 더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오늘 우리 선수들은 준비한대로 충분히 잘했다. 물론 결과도, 실점 장면도 아쉽지만 그외에는 충분히 좋은 경기를 보여줬다"며 "전체적으로 오늘 양팀을 놓고 봤을 때 우리 선수가 더 잘했다. 일본이 가진 장점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일본은 같은 시스템을 갖고 있다. 새로운 선수가 들어오더라도 메뉴얼이 있다. 우리는 스리백으로 딱 3경기를 했다. 오늘 결과를 못낸 건 아쉽고, 팬들에게 미안하지만 우리 선수들에게 희망을 봤다"고 강조했다.

한국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 / 뉴스1
한국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 / 뉴스1

한편 일본 언론들은 이날 승리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일본 매체 풋볼채널은 "우승을 위해 마지막까지 몰아친 한국의 공격을 상대로, 일본은 이를 능가하는 수비력을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일본 수비수 코가 타이요는 인터뷰에서 "좋은 피지컬의 공격수를 둔 한국이 롱볼을 노릴 것이라는 걸 예상할 수 있었다. 그래서 아라키 하야토·안도 토모야와 함께 공중볼이 올 곳을 미리 준비하고 철저하게 대비해 막았다"고 경기를 복기했다.

일본 매체들은 특히 공중볼 경쟁에서 한국을 압도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풋볼채널은 "일본은 그동안 피지컬에서 한국에 밀린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이날은 공중볼 경쟁에서 한국을 뛰어넘었을 뿐 아니라, 이후 세컨드 볼 반응에서도 더 나았다"면서 "측면에서 크로스가 올라오지 못하도록 막지 못한 건 어려운 전개의 요인이었지만, 그래도 한국의 롱볼을 이겨내고 90분 동안 무실점으로 막은 건 좋았다"고 분석했다.

사커다이제스트도 "후반전에 한국에 주도권은 내줬지만, 이제 한국을 상대로 공중볼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값진 자신감을 얻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풋볼존 역시 "이전과는 다른 한일전이었다. 일본이 높이와 힘에서 한국에 밀리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감독은 경기 후 "힘든 경기였지만, 일본이 개인 능력과 팀으로서 우위를 점해 한국을 꺾을 수 있었다"고 이날 경기를 평가했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중국과 홍콩전에서 연승한 후 최종전에서 일본에 패하며 승점 6점으로 준우승에 머물렀다. 3전 전승을 기록한 일본은 승점 9점으로 동아시안컵 2연패를 달성했다. 지난 2022년 일본 대회에서 3연패가 끊긴 한국은 두 대회 연속 우승을 놓치게 됐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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