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눈 의심…춥기로 소문난 강원도서 주렁주렁 열려 난리 난 '열대 과일’ 정체
2025-07-17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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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도심 노지서도 열려
기후 변화로 인한 아열대화
춥기로 유명한 강원도 춘천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열대 과일이 열려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다.

전례 없던 역대급 폭염에 기습 폭우까지 연달아 일어나며 한국도 절반 이상이 아열대성 기후로 바뀔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이런 와중 지난 16일 MBC를 통해 최근 강원도 춘천에서 처음으로 열대과일인 바나나가 열렸다는 소식이 전해져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바나나가 열린 곳은 춘천 도심의 한 화단이다. 영상 속에는 무성하게 자란 잎을 뽐내며 우뚝 서 있는 바나나 나무와 잎사귀 아래 주렁주렁 달린 녹색 바나나의 모습이 담겼다. 3년 전 관상용으로 바나나 나무를 심기 시작해 올겨울 집안에 놔뒀다 3개월 전 화단에 옮겨 심었는데 이틀 전 처음으로 바나나 열매가 맺힌 것이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신기하다는 듯 한 번씩 들러 놀라움을 자아냈다. 한 시민은 "10개가 넘겠는데…춘천에 이런 게 난다는 게 되게 신기한 일이다"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춘천은 내륙성 기후로 겨울이 추워 열대 과일이 자라기 힘든 지역이다. 이런 식으로 노지에서 바나나가 열린 건 올해 40도에 육박하는 폭염과 높은 습도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기후 변화로 열대과수가 생장할 수 있는 환경이 우리나라에도 조성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작물 재배 환경이 급속도로 변화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일각에서는 월 평균 기온 10도 이상이 8개월 이상 지속되는 아열대 기후대 비율이 기존 6.3%에서 2030년엔 18.2%, 2050년엔 55.9%로 급격히 증가할 것이란 예측까지 나온다.
이와 관련해 김경대 강원농업기술원 농학박사는 "온도에 민감한 작물들이 많다. 강원도에 심기지 않거나 아주 적게 심기고 있던 작물들이 최근에 많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도 2년 전부터 노지 바나나가 열리기 시작했다. 최근엔 노원구에서 40여 개의 바나나가 달린 바나나 나무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한 도시 농부가 열대 과일 재배 실험 차 10여 년 전부터 바나나 패션프루트와 바나나를 심어 왔는데 기후 변화가 극심해진 최근 실제로 열매를 맺은 것이다. 해당 바나나 나무는 특별한 품종 개량 없이 수입산과 동일한 바나나 품종으로 알려졌다.
해당 바나나를 직접 바나나를 심었다는 녹색어울림 오영록 팀장은 “바나나가 자랄지 궁금해 실험 삼아 심었는데 4년 전부터 꽃이 피기 시작했고 작년부터 열매가 맺히기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그가 심은 바나나 나무는 겨울에 비닐하우스 안에서 지내다 지난 4월 말부터 노지에서 재배됐다. 비닐 덮개나 보호 구조물 없이 땅 위에서 직접 자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일이 전국에서 잇따라 발생하자, 온난화로 아열대 작물 면적이 8년 전보다 10배 이상 늘어난 데 이어 아열대 기후대 비율도 기존 6.3%에서 2050년엔 55.9%로 급격히 증가할 거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최근 30년 동안 한반도의 여름 일수는 118일로 평균 20일 증가했고 이에 따라 폭염 일수와 열대야 일수도 덩달아 늘었다.
박수진 한국기후변화연구원 기후정책2연구실장은 "21세기 중후반에는 여름 일수가 한 173일로 현재 대비 한 1.7배 정도 증가를 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은 1년 중에 반이 여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2020년 기상청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109년 간의 변화 분석 결과, 평균 기온이 약 1.6도 올랐다. 또 올해 기상청 분석에 따르면 과거 113년 간의 기후 변화를 분석한 결과, 평균 기온 상승은 1.8도로 파악됐다. 불과 4년 만에 0.2도나 올라간 것이다. 최근 10년간 기온 상승세 역시 전체 기간의 5배 정도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아열대화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본래 이번 세기 후반에야 우리나라 절반 이상이 아열대성 기후로 바뀔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대로 간다면 그 시기가 더 앞당겨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국의 기후가 점차 아열대성으로 변화하면서 농업 분야는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한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사계절이 뚜렷하던 기후 특성이 무너지고 여름이 길어지는 반면 겨울은 점차 짧아지고 있다. 이런 변화는 농작물의 생장 주기와 재배 방식에 혼란을 주고 있다. 벼농사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으며 고온으로 인해 모내기 시기가 앞당겨지는 동시에 여름철 국지성 호우로 인한 침수 피해도 늘고 있다.
벼의 생육에 필요한 일정한 온도와 수분 공급이 예측 불가능해지면서 수확량은 물론 품질 저하도 우려된다. 과수 재배 농가도 마찬가지다. 사과, 배, 복숭아와 같은 온대성 과일은 겨울철 일정 기간의 저온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기온 상승으로 꽃눈이 형성되지 않거나 발아가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수확량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고온 다습한 기후는 해충과 병균의 번식에도 유리한 조건을 만들고 있다. 해충의 세대 수가 증가하면서 방제 비용이 커지고 있으며 일부 남부 지역에서는 열대성 병해충이 북상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기후 변화는 품종의 선택과 농업 기반 시설 전반의 변화까지 요구하고 있다. 배수 시설 보강, 온실 환경 개선, 물 저장 시스템 확충 등 기후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이대로 방치된다면 식량 공급 불안, 가격 급등, 수입 농산물 의존 확대 등 한국 농업의 기반을 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