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9개월 때 안암 진단받았던 이동진 씨, 마지막 순간 세상에 남긴 '선물'

2025-07-1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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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을 잃어도 포기하지 않은 희망의 여정
보이지 않아도 빛나는 사랑의 기적

보이지 않는 삶으로 빛을 비춘 청년, 마지막 순간에도 희망을 전했다.

28년의 삶을 살아낸 한 청년이 자신의 마지막을 누군가의 새로운 시작으로 남기고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지난 5월 16일 뇌사 상태에 빠졌던 고 이동진 씨가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에서 장기기증을 통해 심장과 양쪽 신장을 3명의 환자에게 나누고 숨을 거뒀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17일 이 소식을 전하며 고인의 숭고한 선택을 기렸다.

이 씨는 어버이날이었던 5월 8일 아버지와 식사를 마친 뒤 잠든 상태에서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병원으로 옮겨졌다. 의료진은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뇌사 판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갑작스러운 이별 앞에서 유가족은 한 가지 결정을 내렸다. 동진 씨의 마지막이 누군가에게 새로운 삶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장기기증을 택한 것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시력을 잃은 아이, 누구보다 밝았던 청년

고인은 생후 9개월 무렵, 안구에서 암이 발견됐다. 생명이 채 자리 잡기도 전, 그는 병원에서 항암 치료를 시작했고, 결국 두 살 무렵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병원 침대가 놀이터였고, 약병 냄새가 일상이던 유년기.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따뜻하고 유쾌한 아이로 자라났다.

안타까운 일은 이어졌다. 중학교 2학년이던 시절, 어머니가 심장 판막 수술 후 세상을 떠났다. 이후 그는 시각장애가 있는 아버지와 단둘이 남았다. 보이지 않는 세상을 손끝과 마음으로 느끼며, 그는 조금씩 성장했다.

대학에서는 사회복지를 전공했고, 졸업 후에는 취업이 어려운 장애인을 돕는 복지 업무에 몸담았다. 시각장애인인 아버지와 함께 안마 일을 병행하며,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자 노력했다. 늘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했고,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고 이동진 씨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고 이동진 씨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삶의 끝에서 피어난 사랑

고인의 아버지 이유성 씨는 아들의 마지막을 조용히 배웅했다. “동진아, 지금까지 힘든 일도 즐거운 일도 있었지만, 이제 엄마하고 같이 하늘나라에서 편안하게 지내.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잘 살아. 사랑한다"라는 말을 전했다.

부자의 대화는 짧았지만, 그 안엔 28년간 둘이 함께 버텨온 삶의 무게와 사랑이 오롯이 담겨 있었다.

이제 동진 씨는 그 마음 그대로, 세 사람의 몸속에서 다시 숨 쉬고 있다. 심장은 또 다른 가슴에서 뛰고, 신장은 새로운 생명에게 삶의 리듬을 돌려주고 있다.

그는 살아 있는 동안에도 누군가를 위해 살았고, 떠난 뒤에도 생명을 나눴다. 남은 이들에겐 슬픔과 그리움이 남았지만, 동시에 커다란 자부심이 됐다.

보이지 않아도 보여준 길, ‘나눔’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생명 나눔을 실천해주신 기증자 이동진 씨와 유가족들의 따뜻한 사랑의 마음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이 기적과 같은 선택이 우리 사회를 더 밝히는 힘이 된다”고 전했다.

동진 씨의 삶은 조용했지만, 그의 마지막은 깊은 울림을 남겼다. 어둠 속에서 빛을 향해 걸어온 한 청년이 있었다.

비록 세상의 모습을 눈으로 보지는 못했지만, 그는 누구보다 선명한 마음으로 살아냈다. 그리고 끝내, 가장 아름다운 방식으로 이 세상에 흔적을 남겼다.

home 위키헬스 기자 wikihealth75@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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