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한테 ‘이것’ 물어보세요... 요즘 MZ는 AI한테 혼나고 있다
2025-07-20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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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팩폭' 요청 유행
요즘 인터넷에서 가장 핫한 챗GPT 활용법은 놀랍게도 ‘팩폭 요청’이다. "날 비판해줘", "나의 단점만 뼈 때려서 말해줘"라는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AI가 사용자 성격을 파고들어 날카롭게 지적해주는 방식이다. 자조와 유머가 섞인 이 콘텐츠는 인스타그램, 블로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사용자들은 챗GPT에게 ‘너무 띄워주지 말고,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나를 평가해줘’라는 의미의 ‘based on everything you know about me roast me. don’t hold back’ 지시를 내린다. 여기서 ‘roast me’는 영어권 커뮤니티에서 유행하는 표현으로 ‘나를 신랄하게 놀리고 비판해줘’라는 의미다. 챗GPT에게 이 표현을 쓰면 AI가 사용자의 성격이나 행동 패턴을 바탕으로 팩트폭격성 멘트를 내놓는다.
이런 프롬프트는 영어 기반으로 훈련된 챗GPT에게 더 명확한 지시어로 작용하기 때문에 같은 의미라도 한국어보다 영어로 입력했을 때 의도한 뉘앙스와 반응이 더 잘 구현된다는 특징이 있다. ‘roast’는 단순한 비판을 넘어서 재치 있고 날카로운 농담성 비난이라는 뉘앙스를 담고 있어, AI가 보다 인간처럼 ‘촌철살인’에 가까운 답을 내놓을 수 있게 한다.
이런 ‘팩폭’이 가능한 건 챗GPT가 대화를 통해 사용자의 말투, 행동 패턴, 고민 유형 등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기 때문이다. 일상적으로 “나 대신 기획안 좀 짜줘”, “어떤 선택이 나을까?”처럼 사용자가 결정과 사고를 위임하는 대화가 반복되면서 챗GPT는 사용자에 대한 일종의 ‘성향 프로필’을 형성하게 된다. 팩폭 요청은 이 프로필을 바탕으로 축적된 정보 속 모순과 습관을 정면으로 짚어주는 방식인 셈이다.
포털이나 SNS에 ‘챗GPT 팩폭’ 혹은 ‘roast me’를 검색해 보면 자신이 받은 AI의 날카로운 진단을 공유하는 후기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챗GPT는 “겉으론 쿨한 척하지만 속으론 예민하고 걱정이 많다”, “일은 꼼꼼하게 하면서도 자기 삶은 계속 미뤄둔다”는 식의 멘트로 사용자들의 허를 찌르곤 한다. 예를 들어 “하루 종일 번아웃이라고 말하면서도 그 와중에 운동 기록은 빠짐없이 입력하고 있네요”, “자기 전에 내일 할 일 5가지를 적어두고 아침엔 그걸 보며 자책하는 타입이시군요?”처럼 말끝마다 웃음 반, 찔림 반의 여운을 남긴다.
어떤 사용자는 “나 여행 계획 짜는 걸 너무 좋아해”라고 말한 뒤 챗GPT에게 “팩폭 해줘”를 요청했다가 “계획 짜는 걸 좋아한다기보단, 계획을 짜야 안심되는 거죠. 여행보다 컨트롤이 필요한 사람 아닐까요?”라는 말을 듣고 잠시 침묵했다는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챗GPT는 사용자의 말투나 대화 흐름, 고민 패턴을 기억하고 이를 재구성해 되돌려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보일 수도 있구나’라는 낯선 자아 인식을 유발하기도 한다.
실제 이용자들은 챗GPT의 ‘팩폭’을 단순한 콘텐츠 소비를 넘어 일종의 ‘자기 점검’ 도구처럼 활용하고 있다. 자신의 성격을 비춰보는 심리 리포트로 받아들이거나, 예상치 못한 날카로운 지적에 진심으로 반성하게 됐다는 반응도 이어진다. “그럴듯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AI가 찌르는 말을 하니까 웃기면서도 좀 뜨끔했다”는 후기도 많다.
일부는 이를 단순한 콘텐츠 놀이를 넘어 ‘자가 진단’이나 ‘심리 리포트’처럼 활용하기도 한다. “내가 ADHD일지도 몰라 챗GPT한테 검사 리스트 요청해서 확인해봤다”, “장점·단점·위험요소까지 SWOT 분석해달라고 했더니 너무 디테일해서 반성하게 됐다”는 글들도 올라오고 있다.
이런 팩폭 콘텐츠는 단순한 장난을 넘어서 AI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나를 비추어보는 새로운 자기성찰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더 세게 해달라’, ‘한 줄 요약해달라’며 반복 요청을 하거나 챗GPT의 반응을 캡처해 공유하며 서로의 결과를 비교하는 커뮤니티형 놀이로도 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