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460마리 번식…한국 대표 천연기념물 쑥대밭으로 만드는 중인 '외래종'
2025-07-1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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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부터 독도 생태계·시설물 파괴 중인 동물
포획 꾸준히 진행해 왔지만 번식력에 못 당해내
천연기념물 독도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불청객이 나타났다.

면적 0.19㎢에 불과한 작은 암석 섬 독도는 천연기념물이자 야생 조류와 해양 생물의 소중한 서식지다. 바다제비, 괭이갈매기 같은 조류들이 이곳에서 번식하고 다양한 해양 생물이 고립된 환경 속에서 평화롭게 공존해 왔다. 고립은 곧 자연적인 방어막이 됐고 외부 생물의 침입을 효과적으로 차단해 왔다. 하지만 일단 침입에 성공한 외래종에는 천적이 없어 천국이나 다름없다. 단기간에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춘 셈이다.
이런 독도에 외래종인 집쥐가 나타났다. 19일 MBC 보도에 따르면 집쥐는 무서운 속도로 번식하며 독도의 생태계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2008년, 서도의 물골 계단 공사 현장에서 자재를 정리하던 인부들에 의해 처음 목격된 이후 집쥐는 빠르게 독도 전역에 퍼졌다. 처음에는 그저 한두 마리가 들어왔을 뿐이었지만 독특한 환경과 특유의 번식력 덕분에 순식간에 세력을 넓혔다. 대구대학교 조영석 교수 연구진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이들이 울릉도 집쥐와 가장 가까운 유전적 특성을 보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이들이 울릉도에서 출발한 선박을 통해 독도로 유입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유람선, 연구선, 경비대 교대선 등 정기적으로 독도에 접근하는 다양한 선박이 그 통로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집쥐는 수영 능력까지 갖추고 있어 선박이 독도 인근에 접근했을 때 스스로 섬으로 헤엄쳐 들어가는 것도 가능하다. 한 쌍의 수컷과 암컷만 있어도 1년에 최대 460마리까지 번식할 수 있는 엄청난 생물학적 특성까지 겹쳐 독도는 집쥐에게 완벽한 서식지가 됐다.

이 침입종은 독도의 생태계를 뒤흔들고 있다. 집쥐는 독도에 둥지를 튼 바다제비와 괭이갈매기의 알과 새끼를 포식하고 있다. 실제 최근 4년간 집단 폐사한 바다제비 81마리 중 90퍼센트 이상이 집쥐의 공격에 희생된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부터 바다제비 사체가 빈번히 발견됐고 초기에는 쇠무릎이라는 식물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었지만 이후 번식지 인근에서 발견된 집쥐의 배설물과 사체가 결정적 단서를 제공하며 집쥐가 진짜 원인으로 지목됐다.
조류만이 문제가 아니다. 집쥐는 독도에 자생하는 볏과 식물류도 섭취하면서 식물 생태계까지 교란하고 있다. 이렇듯 집쥐는 조류와 식물을 동시에 위협하면서 독도의 고유 생물 다양성을 근본부터 파괴하고 있다.
단순한 생태계 위협을 넘어 시설물에 대한 피해도 심각하다. 독도경비대 숙소, 등대의 전선과 통신 케이블까지 이들의 이빨에 뜯기고 있다. 이는 단순한 구조물 훼손에 그치지 않고 전력 및 통신망 장애로 이어져 섬에서 근무하는 인력들의 안전과 효율성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심지어 집쥐의 배설물은 렙토스피라, 한타바이러스 같은 전염병을 유발할 수 있는 병원균을 퍼뜨릴 가능성까지 지니고 있어 공중보건 차원에서도 간과할 수 없는 위험 요인이 됐다. 울릉군청은 그간 꾸준히 포획 작업을 해왔지만 설치류 특유의 번식력 탓에 근본적인 해결은 쉽지 않다. 한 쌍만 살아남아도 급격하게 개체 수를 회복하는 특성 때문에 포획 효과는 단기적일 수밖에 없다.

집쥐는 원래 열대 및 아열대 지역에 서식하던 종으로, 인간의 교통과 물류망을 따라 확산해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 정착했다. 도시뿐 아니라 농촌, 산간 지역에서도 발견되고 있으며 특히 항만이나 공항 주변에서 자주 목격된다. 이들은 굉장히 적응력이 뛰어나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남으며 번식 속도도 빠르다.
집쥐는 몸길이가 약 15cm 내외이며 꼬리는 몸보다 길거나 비슷한 길이를 가지고 있다. 주로 야행성으로 밤에 활동하며 먹이는 곡물, 과일, 곤충, 작은 동물 등 다양하다. 이런 잡식성 습성 덕분에 다양한 환경에서도 생존이 가능하며 인간이 버린 음식물이나 쓰레기를 먹고 자란다.
무엇보다 집쥐의 가장 큰 문제는 번식력이다. 한 쌍의 수컷과 암컷이 연간 최대 8회까지 번식할 수 있으며 한 번에 6마리에서 12마리 정도의 새끼를 낳는다. 이렇게 태어난 새끼들도 생후 2~3개월이면 번식이 가능해 개체 수가 급속도로 늘어난다.
급속한 개체 수 증가는 생태계에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킨다. 우선 집쥐는 서식지 내 토착 생물을 위협한다. 조류의 알이나 새끼를 먹어 개체 수를 감소시키고 소형 포유류나 파충류, 양서류 등과 먹이를 두고 경쟁한다. 이에 따라 기존 생태계 균형이 무너지고 고유종의 멸종 위험도 커진다. 농작물 피해도 심각하다. 곡물이나 과일, 채소 등을 마구 훼손해 농민들의 생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저장 창고나 사일로에 침입해 보관 중인 식량도 오염시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다.
질병 전파도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집쥐는 렙토스피라증, 살모넬라증, 한타바이러스 등 다양한 질병을 옮길 수 있다. 이들은 사람과 직접적인 접촉이 없더라도 배설물이나 털, 오염된 음식물을 통해 간접적으로 병원균을 퍼뜨린다. 특히 도시 지역에서는 하수도, 쓰레기통, 건물 틈새 등을 통해 주거지와 가까운 곳까지 침입해 인간의 건강을 위협한다.
현재 일부 지자체에서는 집쥐 퇴치 사업을 하고 있으나 그 확산 속도와 번식력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포획을 위한 덫 설치나 독극물 살포 등의 방법이 사용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다른 동물까지 피해를 보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더 정밀하고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항만, 공항 등 외래종 유입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서는 초기 차단과 감시 시스템 강화를 통해 유입 경로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독도의 독특한 생태 환경은 보호받아야 할 자산이지만 집쥐처럼 외래종에 취약한 구조 역시 함께 안고 있다. 그만큼 외부 생물의 유입 통로를 철저히 차단하고 이미 침입한 외래종에 대해서는 보다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 독도는 지금 조용히 심각하게 무너지고 있다. 그 경고음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