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만 심으면 평생 먹는 귀한 한국 나물... 생쌈으로도 뛰어난 맛
2025-07-2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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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과 뿌리 모두 식용 및 약용으로 쓰이는 한국 나물
섬바디란 식물이 있다. 울릉도의 푸른 산자락과 맑은 바람 속에서 자라란다. 한국 고유종으로 독특한 매력과 뛰어난 약용 가치로 주목받는다. 햇빛이 잘 드는 산자락이나 들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러해살이풀 섬바이에 대해 알아봤다.
울릉도 특산 식물인 섬바디는 높이 2m까지 자란다. 곧게 뻗은 줄기와 오밀조밀한 흰 꽃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울릉도 특산 식물이다. 지역에서는 돼지풀, 울릉강활, 두메기름나물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돼지풀이란 이름은 돼가 뿌리를 즐겨 먹었다고 해서 붙여졌다. 섬바디가 울릉도에서 얼마나 풍부하고 친근한 존재인지 보여준다
섬바디 / 국립생물자원관
섬바디는 산형과에 속하며, 줄기는 직립하고 세로줄이 있으며 상부에서 가지가 갈라진다. 줄기에는 4~5개의 마디가 있고 속이 비어 있다. 잎은 뿌리잎과 줄기잎으로 나뉘는데, 뿌리잎은 2~3번 갈라지는 깃꼴겹잎으로 이른 봄에 나와 일찍 시든다. 줄기잎은 위로 갈수록 잎자루가 짧아지고, 밑부분이 넓어져 줄기를 감싼다. 잎의 가장자리에는 결각 모양의 겹톱니가 있으며, 윗부분의 잎은 퇴화해 잎자루가 잎집처럼 변한다. 꽃은 6~8월에 흰색으로 피며, 원줄기와 가지 끝에 지름 2cm의 겹산형꽃차례를 이룬다. 꽃차례는 지름 10cm에 이를 정도로 화려하며, 작은꽃싸개잎은 선형으로 10~20개가 달린다. 열매는 8~9월에 익는 분리과로, 넓은 타원형에 날개가 약간 두껍다.
섬바디는 단순한 풀이 아니라 뛰어난 약초다. 조선 시대에는 울릉도의 약소에게 먹여 고기 맛을 좋게 한 뒤 임금에게 진상하기도 했다. 뿌리와 잎 모두 약재와 식용으로 활용되는데, 독성이 없는 까닭에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섬바디의 약용 효능은 매우 다양하고 강력하다. 한방에서는 뿌리를 주로 약재로 사용한다. 약재명은 일전호나 울근이다. 울근이라는 이름에 울릉도 특산임이 강조돼 있다. 뿌리의 맛은 맵고 달며 성질은 따뜻하다. 섬바디는 항암 효과가 뛰어나다. 위암, 자궁암, 대장암의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는 약리작용이 확인됐다. 특히 항산화 물질이 풍부해 꾸준히 섭취하면 노화를 억제하고 면역력을 높여 질병 저항력을 강화한다. 몸속 독소를 해독하는 작용도 뛰어나며, 열을 내리고 가래와 종기를 완화한다. 기관지염, 류머티즘 같은 염증성 질환에도 효과적이며, 두통과 같은 통증이나 몸이 찬 증상을 치료하는 데도 유용하다.
정신 건강에도 섬바디는 큰 도움을 준다. 마음을 안정시키고 가슴이 답답하거나 불안, 괴로운 증상을 완화한다. 흥분을 가라앉히는 작용이 있어 스트레스나 긴장 상태를 완화한다. 배꼽 아래 부위의 장기인 신장, 방광, 대장, 소장의 기운을 북돋는다. 한방에선 전반적인 체력과 정신적 안정감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약재로 이용한다. 뿌리를 말려 하루 15~20g을 달여 사용한다.
식용으로도 섬바디는 매력적이다. 봄에 나는 새순은 나물로 먹거나 살짝 데쳐 초장에 찍어 먹는다. 생으로 먹어도 좋다. 청량감이 도는 매려적인 맛이 난다고 한다. 약간의 고수 향과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데쳐서 무침이나 볶음으로 요리하면 맛이 더욱 부드럽고 깊어진다. 가을에도 새 잎이 올라와 나물로 활용할 수 있다. 말린 잎은 차로 우려 마시면 건강에 좋다. 꽃이 아름다워 관상용으로도 손색없다.
섬바디는 울릉도의 역사와도 깊이 연결돼 있다. 조선 시대 공도정책으로 울릉도가 빈섬이었던 시기를 지나 구한말 이주민들이 정착하면서 삼마늘과 함께 구황식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단순히 배고픔을 채우는 데 그치지 않고 약용과 식용으로 지역민의 삶을 풍요롭게 했다. 오늘날에도 섬바디는 울릉도를 대표하는 식물로서 그 가치를 재조명받고 있다.
섬바디는 울릉도 특산이지만 뛰어난 환경 적응력 덕분에 다른 지역에서도 쉽게 재배할 수 있다. 씨앗이나 뿌리로 번식한다. 특히 뿌리는 꽃이 피고 씨를 맺어도 죽지 않고 계속 자란다. 섬바디만의 강인함은 육지의 바디나물과 큰 차이점이다. 육지 바디나물은 가을에 자색 꽃을 피우고 뿌리가 썩지만 섬바디는 추위에도 강하고 뿌리가 지속적으로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