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도 "신기하다"... 한국 축구판에서 영화 같은 일 벌어졌다
2025-07-20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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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금 준 기성용 데뷔전 경기에 장학금 받은 홍성민 출격

프로축구 K리그1에서 영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 기성용 장학재단의 1기 장학생 출신 홍성민(18)이 기성용(36)과 함께 뛰며 포항 스틸러스 골키퍼로 K리그1 데뷔전을 치렀다.
19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22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 전북 현대의 경기는 이처럼 영화 같은 일로 팬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기성용은 K리그에서 FC서울에서만 뛰다 경기 출전 기회를 찾아 지난 3일 포항에 입단했다. 그는 4월 12일 대전하나시티즌과의 K리그1 8라운드 경기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뒤 그라운드에 서지 못했다. 하지만 박태하 포항 감독은 기성용을 전북전에 선발로 기용했다.
박태하 감독이 기성용의 출전보다 더 고민한 건 골키퍼 선발이었다. 그는 2006년생 홍성민을 과감히 선발로 내세웠다. 포항제철고 주전 골키퍼 출신인 홍성민은 지난해 5월 포항과 준프로 계약을 맺은 유망주다. 포항 구단 역사상 골키퍼로 준프로 계약을 한 첫 사례다. 홍성민은 U-17, U-20 대표팀을 거쳤고, 2025 AFC U-20 아시안컵에도 출전했지만 K리그 경기는 처음이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박 감독은 홍성민을 선발로 기용한 이유에 대해 "기성용의 출전보다 더 많이 고민했다. 홍성민을 지켜보니 굉장히 좋은 자질을 갖췄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홍성민은 대범하고 공을 잡았을 때 첫 패스가 효율적이다. 굉장한 모험이지만, 전북이라는 강팀과 기성용의 합류로 주목받는 경기에서 선수 능력을 확인하고 싶었다. 큰 경기에서 보여준다면 팀에 도움이 되고, 선수 본인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홍성민에게 첫 경기니 안전하게 플레이하면서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다. 마음대로 해보라고 했다"고 전했다.
포항은 리그 17경기 무패를 달리던 전북을 상대로 전반에 홍윤상과 이호재의 연속골로 2-0 리드를 잡았다. 홍성민은 전반 14분 전북 콤파뇨와의 1:1 상황에서 선방을 펼치는 등 제 역할을 다했다. 하지만 후반에 전북의 이승우와 티아고에게 연속 실점하고, 추가시간에 이호재의 자책골로 2-3 역전패를 당했다.
홍성민은 경기 후 "이기진 못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고 데뷔 소감을 밝혔다. 그는 다섯 차례 선방을 기록했으며, 실점은 판단 미스가 아닌 불가피한 상황에서 나왔다. 박 감독은 역전패에도 "첫 경기, 큰 경기인데 경험이 전무한 선수가 이 정도까지 한 건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홍성민을 칭찬했다.
홍성민은 "감독님이 2주 전부터 선발 출전을 알려줘 긴장은 덜했는데, 경기장에 도착하니 긴장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상대가 1위 팀이고 공격력이 강하다. 편하게, 국제 무대 경험을 살려 잘하려고 하지 말고 재밌게 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다만 "마지막 골을 실점할 때 반응했다면 막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순간 집중력을 잃었다. 그냥 허탈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홍성민과 기성용의 인연은 특별하다. 홍성민은 기성용 장학재단 1기 장학생 출신이다. 포항 구단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기성용의 첫 훈련 영상에서 홍성민은 자신을 "기성용 장학사업 1기 장학생"이라 소개했다. 같은 날 포항 유니폼을 입고 기성용은 이적 첫 경기를, 홍성민은 K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홍성민은 "나도 (프로) 데뷔전이고, 성용이 형도 (포항) 데뷔전이었다. 어제저녁 같이 밥을 먹을 때 성용이 형이 ‘신기하고 좋다’면서 ‘그냥 즐겁게 하라’고 얘기해줬다. 경기 끝나고는 ‘데뷔 축하한다. 수고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