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를 '표준 모드'로 돌리는 것은 최악의 선택... 이렇게 해보세요
2025-07-21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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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 습관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 필요
매일 아침 깨끗하게 세탁된 셔츠를 꺼내 입으며 우리는 안심한다. 40도에서 돌린 세탁기가 모든 세균을 말끔히 제거했을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믿음이 착각이라면? 심지어 그 40도라는 온도가 세균 제거에는 무용지물이면서 전기요금만 올리는 '최악의 선택'이라면?
세탁기의 표준 모드가 세균 제거에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 최근 BBC 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표준 온도'가 에너지 효율성 면에서도 최악의 선택이라는 전문가의 경고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병원의 감염병 전문의이자 영국 BBC 방송의 ‘모닝 라이브’ 프로그램의 정기 출연자인 잰드 반 툴레켄(Dr. Xand van Tulleken) 박사가 최근 프로그램에서 제기한 이 주장은 전 세계 가정의 세탁 습관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툴레켄 박사는 "개인적으로 40도는 의미가 없다고 본다. 저렴하기에는 너무 뜨겁고, 세균을 죽이기에는 너무 차갑다"고 단언했다. 그는 40도 세탁이 에너지만 낭비할 뿐 살균 효과는 거의 없는 최악의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에 따르면 세탁기의 표준 모드로 설정된 40도는 세균 제거에 전혀 효과적이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40도면 충분히 뜨거운 온도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의 병원균이 생존할 수 있는 미지근한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는 세탁 후에도 의복에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가 그대로 남아 있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가족 중 누군가가 노로바이러스나 기타 감염병에 걸린 경우 툴레켄 박사는 60도에서 세탁할 것을 권장했다. "60도에서는 특정 세균들이 죽기 때문에 상당히 효과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가이드라인에서도 오염된 의류는 60도에서 최소 10분간 세탁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대부분의 미생물을 죽이기에 충분한 온도라는 것이다.
하지만 고온 세탁이 항상 최선은 아니다. 툴레켄 박사는 90도는 보통 과도하다고 언급하며, 이는 옷을 "거의 끓이는" 수준이라고 농담을 섞어 설명했다. 그런 극도의 온도가 필요한 의류라면 차라리 버려야 할 정도로 오염된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의류 소재는 90도의 고온에서 쉽게 손상될 수 있다. 따라서 고온 세탁은 수건, 속옷, 침구류와 같이 위생이 특히 중요한 품목에 한해 선별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반적인 외출복이나 캐주얼 의류의 경우 60도 이상의 온도는 섬유를 손상할 위험이 높다.
에너지 효율성 측면에서 툴레켄 박사의 권고사항은 더욱 주목할 만하다. 그는 일반 세탁물의 경우 30도가 최적이라고 강조하며 "40도에서 30도로 낮추면 거의 40%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가정의 전기요금 절감은 물론 환경 보호 측면에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더 나아가 온도를 10도만 낮춰도 최대 40%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으며, 더 큰 폭으로 낮추면 최대 60%까지 절약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세탁 온도 조절은 단순한 세균 제거 차원을 넘어 경제적·환경적 고려사항인 셈이다.
대부분의 일상복은 20도에서도 충분히 세탁이 가능하다는 것이 툴레켄 박사의 말이다. 땀이 많이 밴 운동복이나 작업복을 제외한 일반적인 의류는 저온에서도 적절한 세제와 함께라면 깨끗하게 세탁된다. 다만 찬물 세탁 시에는 반드시 저온용 세제를 사용해야 세제의 용해도와 세정력을 보장할 수 있다.
툴레켄 박사는 세탁기 자체의 위생 관리도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탁기 내부는 항상 습기가 남아 있어 세균과 곰팡이가 번식하기 쉽다. 따라서 세탁이 끝난 후에는 빨래를 즉시 꺼내고, 세제통과 세탁조 문을 열어둬 내부가 완전히 마를 때까지 환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탁기 내부가 오염된 상태에서는 아무리 고온으로 세탁해도 세균이 의류에 다시 묻을 수 있다. 이는 세탁의 근본적인 목적을 무력화하는 요인이다. 정기적인 세탁조 청소와 적절한 환기는 세탁 효과를 극대화하는 필수 조건이다.
전문가들은 적절한 세제 선택과 세탁 방법만 잘 지키면 저온 세탁도 충분히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현대의 고성능 세제들은 저온에서도 뛰어난 세정력을 발휘하도록 개발돼 온도보다는 세제의 품질과 사용법이 더 중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