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최고급인데... 한국선 잡히자마자 버려져 환경문제 일으키는 물고기

2025-07-2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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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축복이 어쩌다 재앙이 된 것일까

동해의 푸른 바다를 누빈 정치망 어선들이 항구로 돌아오며 물보라를 일으킨다. 어선엔 육중한 참다랑어가 가득 쌓여 있다. 어민의 꿈인 풍어의 모습이다. 하지만 이 풍요에도 불구하고 어민의 얼굴은 어둡기만 하다. 잡은 참치를 어떻게 버려야 하나 고민해야 한다. 참치가 넘쳐나지만 기뻐할 틈도 없이 그물을 걷어내고 참치 떼가 물러나길 기다리는 어민들. 바다의 축복은 어쩌다 재앙이 된 것일까.

7월 8일 경북 영덕군 강구항에서 어민들이 강구 앞 바다에서 잡힌 대형 참치들을 위판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참치들은 연안에서 약 20km 떨어진 곳에 쳐 둔 정치망 그물에 잡혔다. / 뉴스1
7월 8일 경북 영덕군 강구항에서 어민들이 강구 앞 바다에서 잡힌 대형 참치들을 위판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참치들은 연안에서 약 20km 떨어진 곳에 쳐 둔 정치망 그물에 잡혔다. / 뉴스1

경북 동해안, 특히 영덕군과 강릉 주문진항에서 참다랑어(참치) 어획량이 최근 폭발적으로 늘었다. 100kg 안팎의 대형 참다랑어를 수백마리에서 수천마리까지 잡는 광경이 최근엔 일상적인 모습이 됐다. 과거와 비교하면 놀라울 정도의 어획량이다. 하지만 이 풍어는 어민에게 기쁨이 아니라 고민을 안긴다. 국제기구가 정한 참다랑어 어획 쿼터 때문이다.

참다랑어는 국제기구가 국가별 어획 한도를 정하고, 한국 해양수산부가 이를 지역별로 배분한다. 올해 경북 전체 쿼터는 110톤, 이 중 영덕군은 35톤을 배정받았다. 하지만 올해 영덕군에서 잡힌 참치는 진작 100톤을 넘겼다. 쿼터를 초과한 참치는 유통할 수 없다. 위반하면 수산업법에 따라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결국 어민들은 쿼터를 초과한 참치들을 전량 폐기하고 있다. 한 어민은 언론 인터뷰에서 100여 마리의 참치를 폐기하며 인건비, 연료비, 폐기 비용 등으로 손실을 수천만 원어치나 입었다고 토로했다. 다른 어민은 그물을 걷고 참치 떼가 물러나길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참치를 잡으면 무조건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한 어민은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잡은 참치를 폐기하는 것을 두고 “1등 당첨된 로또를 잃어버린 것 같았다”고 했다.

7월 8일 경북 영덕군 강구항에서 어민들이 강구 앞 바다에서 잡힌 대형 참치들을 위판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참치들은 연안에서 약 20km 떨어진 곳에 쳐 둔 정치망 그물에 잡혔다. / 뉴스1
7월 8일 경북 영덕군 강구항에서 어민들이 강구 앞 바다에서 잡힌 대형 참치들을 위판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참치들은 연안에서 약 20km 떨어진 곳에 쳐 둔 정치망 그물에 잡혔다. / 뉴스1

참치떼가 풍어를 이룬 배경에는 오징어의 귀환도 한몫했다. 한때 동해안의 상징이었던 오징어는 기후변화로 따뜻해진 바다 탓에 러시아 해역으로 이동했고, 강릉 주문진항의 ‘오징어 마을’은 이름만 남았다. 하지만 지난 5월부터 오징어 어획량이 급증했다. 오징어가 돌아오자 이를 먹이로 삼는 참치가 몰려들었다. 생태계의 도미노 효과다. 따뜻해진 바다로 인해 제주 남쪽이나 태평양에 머물던 참치가 독도까지 북상하며 동해안 어장을 풍요롭게 만들었다.

참치 폐기 문제는 심각하다. 환경오염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다. 2022년 동해안 어선들이 정치망으로 잡은 참치 수천 마리를 쿼터 초과로 바다에 버린 적이 있다. 부패한 사체가 영덕 해안가로 밀려오며 극심한 악취를 유발했다.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경북 영덩국 강구항에 가면 생선 썩는 냄새가 코를 찌를 정도다. 부패한 어체는 바다를 오염하고 다른 어종의 서식 환경을 위협한다. 어민들은 쿼터제의 엄격한 규제 속에서 참치를 폐기하며 경제적 손실뿐 아니라 환경적 책임까지 떠안고 있다.

7월 8일 경북 영덕군 강구항에서 어민들이 강구 앞 바다에서 잡힌 대형 참치들을 위판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참치들은 연안에서 약 20km 떨어진 곳에 쳐 둔 정치망 그물에 잡혔다. / 뉴스1
7월 8일 경북 영덕군 강구항에서 어민들이 강구 앞 바다에서 잡힌 대형 참치들을 위판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참치들은 연안에서 약 20km 떨어진 곳에 쳐 둔 정치망 그물에 잡혔다. / 뉴스1

풍어의 역설은 참치에 국한하진 않는다. 고등어와 정어리도 마찬가지다. 최근 강릉 주문진항에선 고등어가 많게는 하루 100톤까지 잡혔지만 수협 냉동공장의 최대 수용량은 30톤에 불과하다. 남은 고등어는 사료용으로 팔리거나 바다로 버려진다. 최근 속초 대포항에선 정어리 1톤이, 강릉 주문진에선 고등어 3톤이 판매되지 못하고 버려졌다. 이 때문에 잡힌 고등어의 가격이 kg당 450원에서 50원까지 떨어졌다. 정어리는 kg당 20~30원에 거래됐지만 그마저도 수매로 이어지진 않았다고 한다.

어민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어장 환경의 급변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열대 어종인 참치가 동해로 몰려드는 건 바다 온도가 상승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다. 문제는 어획량 규제는 과거 기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어민들은 쿼터 확대와 수매제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참치 수매제를 도입하면 수요와 공급을 조절해 쿼터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지 않겠냐는 의견도 나온다. 참치가 많이 잡히는 곳의 매체인 경북일보는 사설에서 “기후 위기로 인한 생태계 변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정부는 어족자원 보호에만 집착하지 말고, 변화하는 해양 환경과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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