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처치 했는데 더 악화? ‘이 행동’하면 생명까지 위험

2025-07-27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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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 응급 상황 대처법 정리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바다, 계곡, 산으로 떠나는 인파가 늘고 있다. 그러나 낙상, 벌 쏘임, 열사병, 해파리 쏘임, 뱀물림 등 여행지에서는 예기치 못한 응급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대부분 올바른 응급처치만 이뤄져도 큰 피해 없이 회복될 수 있지만, 잘못된 민간요법이나 무리한 대응으로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키는 사례도 많다. 강릉아산병원 이유진 응급의학과 교수가 대표적인 응급 상황별 대처법을 정리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만든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만든 이미지

◈ 귀에 벌레 들어갔을 때 면봉은 금물, 식용유 한 방울로 질식 유도

야외에서 잠을 자다 귀에 벌레가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이때 면봉이나 핀셋으로 꺼내려다 귀 안을 다치게 하거나 벌레를 더 깊숙이 밀어 넣을 수 있다. 살아 있는 벌레라면 ‘윙윙’ 거리는 소리가 크게 들리는데 이때는 식용유나 올리브오일을 한두 방울 떨어뜨려 벌레를 질식시키고 병원을 찾아 안전하게 제거해야 하는 것이 좋다.

◈ 해파리에 쏘였을 때는 바닷물로 세척, 식초는 오히려 위험

물놀이 중 갑자기 피부에 따끔한 통증이 느껴졌다면 해파리에 쏘였을 가능성이 크다. 국내 해수욕장에서 자주 출몰하는 해파리는 대부분 강한 독성은 없지만, 접촉 시 피부 발진이나 심한 통증, 가려움증을 유발할 수 있다.

당황하지 말고 바닷물로 먼저 쏘인 부위를 가볍게 헹궈야 한다. 생수나 수돗물은 해파리 촉수의 독침세포를 자극할 수 있어 사용을 피하고 피부에 남아 있는 촉수는 손으로 만지지 말고 신용카드처럼 납작한 플라스틱 도구로 살살 긁어 제거하는 것이 좋다.

식초를 뿌리면 독을 중화할 수 있다는 속설도 있지만 일부 해파리 종은 오히려 독이 더 퍼질 수 있어 금물이다. 통증이 오래가거나 부종이 심할 경우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하며, 호흡곤란 같은 전신 반응이 나타나면 지체 없이 119에 신고해야 한다.

◈ 뱀에 물렸을 때 입으로 독 빨지 말고 즉시 119

야외 활동 중 뱀에 물렸다면 당황하지 말고 물린 부위를 심장보다 낮게 유지하고, 부목이나 천으로 고정해 움직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즉시 119에 신고하는 것이다.

영화처럼 상처를 칼로 째거나 입으로 독을 빨아내는 행동은 감염이나 2차 손상을 유발할 수 있어 절대 해서는 안 된다.

이 교수는 “팔이나 다리를 너무 꽉 묶어 혈류를 차단하면 조직 괴사가 발생할 수 있다”며 “묶을 때는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정도로 여유를 두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 열상·출혈 발생 시 지혈제가 아닌 압박 지혈

피부가 찢어지는 열상이나 출혈이 발생했을 때는 깨끗한 거즈나 천으로 상처 부위를 눌러 지속적으로 압박 지혈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응급처치다. 특히 손가락, 발가락, 얼굴처럼 혈관이 밀집된 부위는 출혈이 심할 수 있어 신속한 대응이 중요하다.

민간요법으로 지혈을 위해 쑥을 붙인다거나 알 수 없는 이물질을 바르는 행위는 감염 위험을 높이고 상처 회복을 방해할 수 있다. 시중 지혈제 역시 오히려 이물질이 될 수 있어 피해야 한다. 반드시 압박 지혈만으로 출혈을 멈춘 뒤 병원에서 적절한 처치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 열사병 의심 시 체온 40도 이상이면 생명 위협

야외에서 활동하다 피부가 뜨겁고 땀이 나지 않으며 의식이 흐려지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체온이 40도 이상까지 치솟는 열사병을 의심해야 한다. 열사병은 뇌를 비롯한 주요 장기에 손상을 주고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위험한 질환이다.

응급처치는 환자를 즉시 그늘지고 시원한 곳으로 옮기고, 옷을 느슨하게 한 뒤 물수건, 선풍기, 얼음주머니 등으로 체온을 빠르게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얼음은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에 대면 효과적이며, 의식이 없는 환자에게 물이나 음료를 억지로 마시게 해서는 안 된다. 이물질로 인한 기도 폐쇄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즉시 119에 신고해 병원 치료를 받게 해야 한다.

◈ 벌에 쏘였을 때 아나필락시스 증상 주의

벌에 쏘였을 때 단순한 통증이나 부기 외에 입술·얼굴이 붓거나 숨쉬기 어렵고 의식이 흐려지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전신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를 의심해야 한다. 이는 혈압 저하와 호흡 곤란을 동반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응급 상황이다.

이전에 벌에 쏘여 심한 두드러기나 호흡곤란 등 알레르기 증상을 겪은 적이 있는 사람은 야외활동이나 여행 시 에피네프린 자가주사기(EpiPen)를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유진 교수는 “경미한 찰과상부터 열사병, 낙뢰 사고까지 모든 상황에서 응급처치만 제대로 해도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며 “응급처치는 모두가 알아야 할 ‘여행 안전 수칙’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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