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kg에 무려... 속초 대포항 횟감 가격에 분노한 네티즌들 “양심 터졌네”
2025-07-22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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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도라치·돌돔 1kg에 25만원, 독도새우 100g에 4만원
바다 내음 가득한 강원 속초시 대포항. 동해안 대표 수산물 시장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이곳이 이제는 '바가지 성지'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최근 한 수산물 전문 유튜버가 공개한 속초 대포항의 해산물 가격표에 네티즌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생선선생 미스터S'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속초 대포항의 한 수산물 가게에서 괴도라치와 돌돔을 1kg에 25만원에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독도새우로 불리는 꽃새우와 닭새우의 가격이다. 이들 새우는 100g에 4만원, 즉 1kg당 40만원이라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해당 어종은 모두 고급 횟감이다. 괴도라치는 페르카목 장갱이과에 속하는 어류다. 정식명칭은 괴도라치지만 전복치로 불리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괴물을 닮았단 이유로 '괴도라치'라 불리지만 ‘끝판왕 잡어’로 불릴 정도로 별미 어종이다.
돌돔은 '바다의 폭군', '횟감의 황제'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갖고 있다. 파괴적인 힘과 씹는 식감이 좋은 고급 횟감이라는 데서 붙은 별명이다. 제주도와 남해안, 특히 완도와 거제도 일대에서 주로 잡힌다. 희소성과 뛰어난 맛을 인정받는 최고급 횟감이다. 돌돔이란 명칭에서 알 수 있듯 해초가 무성한 암초지대에서 서식한다. 이빨이 강하고 시력이 좋고 경계심이 강해 잡기 까다로운 어종이지만 살이 단단하고 맛이 좋은 최고급 종이다.
독도새우로 통칭하는 꽃새우와 닭새우는 더욱 희귀한 식재료다. 독도새우는 동해 독도인근에 잡히는 새우다. 꽃새우, 닭새우, 도화새우 등이 있다. 전부 자연산으로 동해 수심 150~300m에 산다. 닭새우는 머리가 닭벼슬처럼 생겨서 닭새우라고 한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만찬에도 오른 바 있다.
영상엔 유튜버가 "동해안의 명물 새우들이다. 흔히 독도새우로 통하는 횟감용 새우들이다"라며 가격을 묻자 상인이 "100g에 4만원"이라고 답하는 모습이 담겼다. 유튜버는 "다른 장점들을 모두 가리는 엄청나게 높은 시세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대포항 해산물 가격은 일반 시세와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보인다. 온라인 수산물 쇼핑몰에선 독도새우가 500g에 10만원가량에 팔린다. 돌돔의 경우에도 일반적으로 1kg당 10만원 안팎에 거래된다. 바다낚시꾼들 사이에서 '횟감의 황제'로 불리며 1마리에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대형 돌돔도 있지만, 일반 크기의 돌돔이 kg당 25만원에 거래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속초는 기본적으로 생활물가가 높기로 유명하다. 대포항의 물가는 그중에서도 최고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버는 "그 물가 비싼 속초의 수산시장들 중 원톱이 바로 이 대포항"이라며 "실제로도 속초 쪽 수산시장 영상을 올렸다면 바가지라는 악플이 거의 도배가 되다시피 할만큼 인식이 안 좋아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돌돔의 경우 암초가 많은 연안에서 여름철 낚시로 주로 잡히는데, 소라나 성게 등을 깨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강한 턱을 갖고 있다. 성게를 특히 좋아해서 암초 틈 근처 성게 껍데기가 널려 있는 곳이 있으면 인근에 돌돔이 살고 있을 것이라 추정할 수 있을 정도다. 까다로운 생태 때문에 잡기가 어렵고 그만큼 귀한 대접을 받는 어종이다. 하지만 대포항의 판매가는 이 같은 희소성을 고려해도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도새우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모두 100% 자연산으로 양식이 불가능하며, 동해의 깊은 바다에서만 서식하기 때문에 어획량이 제한적이다. 보통 새우는 데쳐먹거나 구워먹는 것과 달리 독도새우는 회로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신선하고 달콤한 맛을 자랑한다. 그럼에도 대포항 가격은 이들 새우의 가치를 감안해도 과도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격렬했다. "속초 맛집은 이마트란 이야기가 있다. 바가지 쓰지 말고 이마트에 가라"라는 댓글이 700여개의 공감을 얻었다. "속초에 가면 이마트에 가서 회를 사다가 펜션에서 먹어야 정상이라던데"라는 반응도 530개의 공감을 받았다. "100g에 4만원은 도둑질", "양심 터졌네. 고급 일식집에서 먹어도 저거보단 싸겠다" 등의 댓글도 올라왔다.
"내륙으로 갈수록 해산물이 싸지는 신기한 나라"라는 댓글은 한국 수산물 유통 구조의 모순을 꼬집어 많은 공감을 얻었다. "고객에게 대포를 쏴서 대포항인가 보다"는 위트 있는 반응도 있었다.
속초 지역민으로 보이는 한 네티즌은 "속초에 살지만 관광지는 웬만하면 추천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역시 속초 주민으로 보이는 네티즌은 "바닷가 근처 편의점에선 흔하디 흔한 1+1 행사도 안 하더라. 가격들도 100~500원 더 비싸고. 내가 사는 곳이지만 미친 동네"라고 말했다.
일부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동해안에서 회를 먹으려면 주문진에 들러서 횟감을 사라. 주문진이 훨씬 낫다", "속초 이마트 해산물이 신선하고 저렴하다. 위치도 속초 내 어디서든 가기 편하다" 등의 실용적인 팁이 등장했다.
과거를 그리워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1990년대 강원 고성군에서 군생활을 했다는 네티즌은 당시엔 정말 물가가 쌌다고 증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