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 먹어도 되나 고민되시죠? 초가공식품 '점수' 공개됐습니다
2025-07-22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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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공식품, 당신의 건강에 숨겨진 위험
AI가 분석한 식품 건강 지수의 비밀
현대인의 식탁을 채우는 많은 가공식품 중에서도 초가공식품은 특히 가공 단계를 많이 거친 식품을 뜻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화학첨가물이 사용되며, 식자재 고유의 조직은 파괴되고, 식품 본연의 형태는 사라지게 된다. 비록 외형은 익숙한 음식처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산업적으로 만들어진 공산품에 더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가공식품의 위험성은 여러 연구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 바 있다. 초가공식품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은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약 30% 더 높았으며, 췌장암 위험도 49%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치매 발생률 역시 초가공식품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최대 44%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버드 의대 줄리아 메니체티 박사는 이러한 식품에 포함된 화학물질이 장내 미생물 균형을 무너뜨려 면역체계를 약화시킨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 몸은 이러한 인공 화합물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식생활에서 초가공식품을 줄이고 신선한 식자재 위주의 식단으로 전환하는 것만으로도 여러 건강 지표가 개선된다는 분석이 있다. 대사증후군 발병 위험은 약 12% 감소하며, 비타민의 혈중 농도 역시 상승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는 비타민 B12 수치가 5% 증가하고, 비타민 C는 12% 높아진다. 이는 단순히 식사 습관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실질적인 생리학적 변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초가공식품은 일반적으로 건강에 해롭다고 알려져 있지만, 모든 제품이 같은 수준으로 위험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어떤 제품이 더 해로운지를 구별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부족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상대적 위험도를 분석하고 구체적인 식품별 점수를 제시할 수 있는 도구 개발에 주목해왔다.
메니체티 박사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초가공식품의 위험도를 수치화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그는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에서 판매되는 5만여 개 식품의 성분표와 영양 정보를 AI에 학습시켜, 원재료의 가공 정도를 분석하는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이 알고리즘은 초가공식품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영양 성분 농도의 특징을 파악해 이를 점수화했다. 연구팀은 이 점수에 ‘FPro(Food Processing Score)’라는 이름을 붙였으며, 0점에 가까울수록 가공이 적은 식품, 100점에 가까울수록 가공도가 높은 식품으로 분류했다.

FPro 점수는 실제 제품을 기준으로 평가되었으며, 식품의 성분 구성에 따라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예를 들어 통곡물, 보리, 소금, 기름 등 기본적인 재료만으로 만든 통곡물빵은 31.4점으로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반면, 옥수수 전분을 주성분으로 하며 여러 가지 첨가물이 들어간 빵은 99.7점에 달하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점수는 일반 소비자도 온라인 사이트 ‘truefood.tech’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해당 식품이 속한 카테고리 내에서 상대적인 순위와 함께 제공된다. 해당 사이트에서는 0점부터 1점까지의 스케일로 점수가 나타나며, 숫자가 클수록 건강에 덜 이로운 식품으로 간주된다.
연구팀은 식품을 카테고리별로 구분해 FPro 점수를 비교했다. 그 결과 과자류, 케이크, 시리얼, 피자, 일부 빵 등은 전반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아 건강상 주의가 필요한 식품군으로 분류됐다. 반면, 파스타 같은 면류, 이유식, 양념, 해산물, 우유 및 치즈류는 전반적으로 낮은 점수를 보여, 상대적으로 덜 가공된 식품으로 간주되었다. 냉동 닭가슴살처럼 단순히 냉동 처리만 된 육류는 가공되지 않은 신선식품과 유사한 점수를 받았으며, 일부 고기 패티는 햄이나 소시지보다 점수가 낮게 나와 제품별로도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세계적으로 초가공식품은 전체 식품 소비량의 약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건강식의 전형으로 꼽히는 지중해 식단조차, 본고장인 그리스에서 조사해본 결과 초가공식품의 비중이 58.7%에 달했다. 이는 초가공식품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현대인에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일상 속 식생활에서 초가공식품을 모두 제거하는 것은 어렵지만, 어떤 제품이 더 위험한지를 알고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건강을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