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밥상에 자주 오르는데…구경조차 힘들어질지 모른다는 '국민 식재료'
2025-07-22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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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온 상승으로 생산량 급감
국민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한 식재료가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국, 찌개, 무침, 구이 어디에나 잘 어울려 밥상에 자주 오르던 이 재료가, 앞으로는 지금처럼 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바로 바지락 이야기다. 이미 경기 해역에서는 수온 상승으로 바지락 생산량이 75% 이상 급감했으며, 이 같은 현상이 앞으로 전국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난 21일 한국기후변화학회에 따르면, 정필규 국립부경대 자원환경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바지락 생산량 변화와 경제적 피해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정 연구원은 온실가스를 현재 수준으로 계속 배출하는 경우, 점진적으로 줄이는 경우, 207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경우 등 세 가지 조건에서 바지락 생산량 변화를 예측했다.
분석 결과, 현재 수준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 2041년부터 2050년 사이 바지락 생산량은 2000년부터 2022년까지 평균 대비 52.0%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 배출을 점진적으로 줄일 경우 37.9% 감소, 207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경우에는 29.2% 감소로 예측됐다. 탄소배출량이 줄어들수록 생산량 감소 폭도 함께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수온 상승과 염분 저하로 바지락은 스트레스를 받고 생존율이 떨어지며, 어류와 달리 이동성이 낮아 급격한 환경 변화에 더 취약한 특성도 영향을 미친다.

생산량 감소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최대 460억 원을 넘을 것으로 분석됐다. 2013년부터 2022년까지 바지락 평균 가격인 1킬로그램당 3015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현재 수준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 피해액은 460억 7000만 원, 2070년 탄소중립 실현 시에는 258억 8000만 원으로 추산됐다.
지역별 피해 예상도 다르게 나타났다. 전남 지역은 온실가스 배출이 지금처럼 유지되면 2041년부터 2050년 사이 바지락 생산량이 95.6% 줄어 거의 생산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충남 지역은 같은 조건에서 32.6%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전남, 전북, 경남에 비해 피해가 덜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미 지난해에도 바지락 생산량 감소는 현실로 나타났다. 폭염으로 8월 16일부터 41일 동안 고수온 특보가 발효된 경기 해역에서는 바지락 생산량이 35톤에 그쳤다. 이는 최근 5년 평균인 137톤에 비해 74.5% 줄어든 수치다. 당시 경기 해역 수온은 8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평년보다 2.1도에서 3.0도 높았고, 일부 지역은 28.8도까지 상승했다. 서해 표층 수온은 지난 55년 동안 평균 1.19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필규 연구원은 고수온 현상이 심화하면서 바지락 집단 폐사가 잦아지고 있다며, 고수온 내성 품종 개발과 새끼 조개 채묘 기술 개선 등 지역 맞춤형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부 지자체는 어장 바닥을 갈아엎고 모래를 뿌리는 방식으로 어장 환경 개선에도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