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 입 벌리고 죽어 있다” 역대급 폭우 이후 부산 해변서 벌어진 '떼죽음' 기현상

2025-07-24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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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로 낙동강 수위가 높아지며 민물 대량 유입돼 벌어진 현상 추정

부산 사하구 다대포 해수욕장에서 조개가 집단 폐사한 기현상이 발생했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을 사용해 만든 사진입니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을 사용해 만든 사진입니다.

최근 전국적으로 폭우가 내린 뒤 부산 다대포 해변에서 수많은 조개가 떼죽음을 당한 채 발견됐다. 바다를 찾은 사람들도 해안선을 따라 수십미터 펼쳐진 떼죽음 현장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같은 현상은 SNS에도 올라와 화제가 됐다. 한 네티즌은 자신이 직접 찍은 현장 영상을 개인 SNS에 올리며 "이게 무슨 일이냐"라며 당황스러워했다. 그는 "어른 주먹만 한 조개들이 수백, 수천 떠내려와 있는데 전부 입 벌리고 죽어 있다"라며 "비가 너무 오면 이런 거냐. 아시는 분 알려 달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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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네티즌이 올린 영상에는 껍데기만 남거나 입을 벌리고 죽은 조개 사체들이 해안선을 따라 장황하게 펼쳐진 모습이 담겨 있어 충격을 자아냈다. 해변을 따라 산책하던 사람들도 조개들을 보고 흠칫 놀라거나 유심히 바라보며 도대체 무슨 일인지 궁금해했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밀조개, 물총조개, 노랑조개라고 하는 조개다. 많은 비로 민물이 (바다에) 많이 유입되기도 했고 더운 날씨로 인해 수온도 급상승했고... 어제까지 비 오며 바람에 파도가 쳐서 조개들이 모래 속에 숨어 있다가 파도에 떠밀려서 모래 바깥에까지 밀려 나와서 죽어버렸다. 밀조개는 원래 조금만 더워도 잘 죽는다", "어머 너무 속상하다. 하아 지구가 진짜 아프다. 어떡하냐 정말", "수온 때문이냐, 아니면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생활하수가 바다로 와서 그런 거냐. 어떡하냐", "20일 다대포 놀다 왔다. 바닷물이 아니라 완전 민물 수준으로 짠맛이 0.1도 안 낫다. 그런 영향 아니겠냐" 등 반응을 보였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을 사용해 만든 사진입니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을 사용해 만든 사진입니다.

실제 이날 다대포 해변에서 발견된 조개는 '갈미조개'라고 불리는 황갈색 개량 조개로 추정된다. 갈미조개는 쫄깃한 식감과 고소한 맛으로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조개다. 특히 봄철이 제철인 갈미조개는 회나 숙회로 즐기기 좋다. 단백질과 타우린이 풍부해 피로 회복과 간 기능 개선에 도움이 되며 저지방 고단백 식품으로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아연, 칼슘, 철분 등의 미네랄이 골고루 들어 있어 면역력 강화와 뼈 건강에도 이롭다. 입안 가득 퍼지는 바다의 풍미가 일품인 갈미조개는 다양한 요리로 활용돼 식탁의 즐거움을 더해주기도 한다. 어획량이 많지 않아 귀하게 여겨지며 제철 기간이 짧아 더욱 특별한 제철 해산물로 손꼽힌다.

국립수산과학원 남동해수산연구소 등에 따르면 낙동강 하구 기수역(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지역)에 서식하는 갈미조개는 염분 변화에 민감한 특성을 가진 탓에 민물 유입이 많은 장마철마다 대량 폐사한다.

최근 폭우가 내리면서 낙동강 수위가 높아지며 하굿둑 수문이 열렸고 이로 인해 민물이 대량 유입되면서 바닷물 염도가 급격히 낮아진 것이 폐사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폐사를 일시적 저염분 현상에 따른 생리적 불균형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 조개류 전문가는 "갈미조개는 염분 변화에 민감한 종으로, 갑작스러운 담수 유입이 지속되면 체내 이온 농도나 호흡 균형이 무너져 폐사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지난 22일 뉴시스를 통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평소에는 민물과 바닷물이 자연스럽게 섞이며 염분이 유지되지만 하굿둑이 닫힌 상태에서 갑자기 열리면 염도 변화가 급격해져 조개들이 큰 영향을 받는다"라고 덧붙였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을 사용해 만든 사진입니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을 사용해 만든 사진입니다.

이런 현상은 장마철마다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대포 해변 청소를 맡은 일용직 근로자는 "장마철 되면 꼭 이런다"라고 매체에 말하기도 했다.

당장 다음 주인 다음 달 1일부터 이곳에서는 '부산바다축제'가 예정돼 있어 해안 경관과 위생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구청에서는 인력을 파견해 이틀간 폐사한 조개들을 치우는 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해변에 드러난 조개 사체 수백 개를 건져낸 뒤에도 갯벌 속에 숨겨진 조개껍질이 아직 한참 많이 남아 있어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폭우가 그친 뒤 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바람에 노동자들도 지쳐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듯 비가 많이 내린 뒤 발생하는 조개 집단 폐사 문제는 생태계와 어민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폐사한 조개는 썩으면서 악취를 유발하고 주변 해양 생태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폐사체를 수거하지 않으면 주변 어패류에 전염병이 확산할 가능성도 있어 관리가 시급하다. 어민들은 폭우 이후 피해를 줄이기 위해 양식장을 일시적으로 이동하거나 수문을 이용해 민물 유입을 조절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지만 갑작스러운 폭우 앞에서는 속수무책일 때가 많다.

조개 폐사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크다. 어민들은 생산량 감소로 인해 생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지역 수산물 시장 역시 가격 불안정과 공급 차질을 겪는다. 조개류 폐사는 단순한 자연 현상을 넘어서 생태계와 지역 경제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 지속적인 관찰과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 반복되는 기상이변 속에서 해양 생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관리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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