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면 무조건 죽음뿐…인천 바다서 멸종위기종 목숨 위협하고 있다는 '이것' 정체

2025-07-24 14:56

add remove print link

특정 어종만 잡지 않고 다양한 크기의 해양 생물 잡힐 수 있어
과거에도 여러 차례 문제 된 바 있지만 여전히 불법 어업 성행

인천 영종도의 한 해변에서 불법 어구 사용 남발로 멸종위기 조류인 노랑부리백로가 통발에 갇혔다가 목숨을 잃을 뻔한 일이 벌어졌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을 사용해 만든 사진입니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을 사용해 만든 사진입니다.

인천 영종도 일대 해안에서 불법 어구 사용이 계속되고 있다는 소식이 지난 23일 Btv 뉴스를 통해 전해졌다. 특히 '지네통발'로 불리는 불법 어구가 다수 설치돼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을 뿐 아니라 멸종위기 조류에게까지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길고 촘촘한 구조의 지네통발은 일반적인 사각 통발을 길게 연속으로 연결한 형태다. 겉보기에 단순한 어획용 도구로 보일 수 있지만 수산업법에서 허용한 어구의 크기나 구조 기준을 벗어난 불법 어구로 분류된다.

수산업법 제60조와 그에 따른 시행령은 어업에 사용할 수 있는 어구의 형태와 규격을 명확히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지네통발은 이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 데다가 그물망이 촘촘해 어린 물고기까지 걸러내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 이로 인해 어획이 금지된 어린 어종이 무분별하게 포획되는 것은 물론, 해안가를 드나드는 철새들에게까지 치명적인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노랑부리백로 / 국립생물자원관
노랑부리백로 / 국립생물자원관

최근 인천 을왕리 해수욕장 인근 용유해변에서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노랑부리백로가 지네통발에 갇히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노랑부리백로는 지그재그 구조로 설계된 통발 안에 갇혔다가 조류 모니터링단의 구조 활동으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만조가 조금이라도 빨리 진행됐다면 익사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영종 생태 모니터링단 관계자는 "노랑부리백로가 그렇게 작은 새라고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새들, 그리고 또 다른 생물들이 걸려서 조금 불필요하게 죽을 수 있게 되는 거다"라고 말했다. 해당 구조물은 물고기뿐만 아니라 조류의 생태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는 점에서 단순한 불법 어구 그 이상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인근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계절이나 날씨에 따라 이 지역에서 망둥어 등을 잡기 위해 지네통발을 설치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고 증언했다. 현장에서는 단속의 손길이 제대로 미치지 않은 듯 해안가를 따라 오래 방치된 통발이 곳곳에서 쉽게 발견됐다.

실제 현장에서는 한 주민이 통발을 설치하다가 발각되기도 했다. 해당 주민은 불법 여부를 묻는 말에 문제 될 게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한 달에 몇 차례 게를 잡아 튀겨먹기 위해 통발을 놓는다며 생활 속 식재료 확보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법률 전문가에 따르면 어구는 단순한 조업 도구가 아닌 수산자원 보호와 직결되는 중요 수단이다. 허가받지 않은 어구를 사용할 경우 수산업법 제109조에 따라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으며 추가로 어업허가 취소나 어구 몰수 등 행정처분도 함께 이뤄질 수 있다.

최근 중구청도 현장을 직접 방문해 지네통발이 다수 설치돼 있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청은 불법 어구의 설치자를 파악하는 대로 관련 정보를 사법기관에 넘겨 처분을 의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을 사용해 만든 사진입니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을 사용해 만든 사진입니다.

불법 어구인 지네통발 사용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발각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바 있다.

2022년에는 경기도 강과 호수에서 지네통발을 사용해 민물새우, 어린 물고기, 숭어, 붕어 등을 잡는 불법 어업 활동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심지어 한 낚시꾼은 쏘가리 포획 금지 기간을 무시하고 불법 어업 활동을 벌이다가 걸리기도 했다. 이에 당시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은 한국농어촌공사 등과 합동단속을 펼쳐 주요 하천과 호수에서 불법 어업 행위 12건을 적발했다.

지네통발은 구조상 특정 어종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다양한 크기의 해양 생물을 무차별적으로 포획한다. 어획 대상이 아닌 개체까지 잡히는 일이 빈번해 종 복원력이 크게 저하되기도 한다. 특히 해저에 설치되면 바닥 생태계를 물리적으로 훼손하면서 서식지 파괴라는 2차 피해를 유발한다.

문제는 이 불법 어구가 수면 아래 장시간 방치되는 경우가 많아 '유령어업'을 발생시킨다는 점이다. 유령어업은 통발에 갇힌 생물이 죽은 뒤에도 그 사체를 미끼로 다른 생물을 계속 유인하는 악순환을 만들며 생태계 균형을 장기적으로 무너뜨릴 수 있다. 게다가 플라스틱 등 합성 섬유로 이뤄진 지네통발은 자연 분해가 어려워 해양 쓰레기로 남는다. 오래 방치된 지네통발이 해류에 휩쓸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 더 넓은 해역에 피해를 확산시킬 가능성도 크다.

단속의 어려움도 문제다. 지네통발은 은밀하게 설치되고 수면 아래에 있어 외부에서 쉽게 식별하기 어렵다. 이를 막기 위해선 현장 단속 강화와 함께 수중 탐지기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감시 체계 도입이 필요하다. 아울러 어민 대상 교육과 계도 활동을 강화하고 불법 어구 적발 시 강력한 처벌을 병행해야 한다.

해안 생태계는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접점이며 그 균형이 깨지면 회복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불법 어구 하나가 불러올 수 있는 생태적 피해는 단순히 조업의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 무엇보다 멸종위기 조류의 목숨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