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서 큰맘 먹고 먹는데... 운 나쁘면 지옥 같은 맛에 당황하는 해산물

2025-07-2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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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국 해산물의 맛은 왜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것일까

성게는 최고급 해산물로 꼽힌다. 100g당 1만 5000원 이상이나 할 정도로 비싸다. 독특한 풍미와 부드러운 식감으로 미식가들 사이에서 사랑받는 성게는 고급 일식당이나 파인 다이닝에서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성게를 처음 접한 이들 중 그 맛에 당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고소하고 들큰한 성게가 있는가 하면 시궁창 냄새를 연상하게 하는 불쾌한 풍미로 실망을 안기는 성게도 있다. 유튜브 채널 ‘입질의 추억TV’를 운영하는 수산물 전문가 김지민이 최근 올린 영상 ‘성게는 왜 시궁창 맛이 날까?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성게 맛의 비밀’에서 성게의 명칭, 종류, 제철, 양식, 그리고 그 맛의 비밀을 심도 있게 다뤘다.

성게를 손질하는 어민. / 뉴스1
성게를 손질하는 어민. / 뉴스1

성게를 둘러싼 명칭 논란부터 살펴보자. 성게를 알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엄밀히 말하면 생식소다. 생식소는 알을 만드는 난소와 정소를 포함한다. 이를 줄여 성게소라고도 부른다. 김지민은 성게 알, 성게소, 성게 생식소 등 어떤 표현을 써도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 다만 그는 전달력과 가독성을 고려해 ‘성게’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하겠다고 했다. 일본에서 유래한 와사비처럼 특정 국가의 고유 식재료는 원어로 부르는 게 맞지만, 성게는 전 세계 800여 종이 서식하며 한국과 일본의 종도 동일하다. 따라서 우리말로 ‘성게’ 또는 ‘성게 생식소’라 부르는 게 적절하다고 김지민은 강조한다.

보라성게 / 국립생물자원관
보라성게 / 국립생물자원관

성게의 종류는 우리가 주로 먹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여름 제철인 보라성게와 겨울 제철인 말똥성게(부산에서는 앙장구로 불린다)가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둥근성게, 분홍성게, 일본에서 고급으로 여겨지는 아카우니, 조각관성게, 가시왕관성게 등이 있다. 특히 북쪽 말똥성게는 홋카이도산 고급 성게로 유명하다. 성게는 해조류를 주식으로 삼아 바다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들이 해조류를 과도하게 먹어치우면 백화현상이 발생해 바다가 사막화할 수 있다. 과거에는 성게가 해양 생태계 파괴의 주범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그 맛과 고급스러움 덕분에 소비자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흔히들 성게알로 잘못 알고 있는 성게 생식소. / '입질의추억TV' 유튜브
흔히들 성게알로 잘못 알고 있는 성게 생식소. / '입질의추억TV' 유튜브

이에 따라 성게 양식도 주목받고 있다. 전남 고흥군에서는 약 10년 전부터 성게 양식을 시도해왔다. 북쪽말똥성게를 성공적으로 키워 일본으로 역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북쪽말똥성게는 고급 호텔이나 일식당에서 유통되며, 유통 과정이 짧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공급될 가능성을 높인다. 김지민은 대량 양식이 성공한다면 북쪽말똥성게 맛을 더 많은 이가 쉽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성게는 암수 구분이 뚜렷하다. 생식소를 까봤을 때 밝은 노란색이나 백색에 가까우면 수컷, 진한 오렌지빛이면 암컷이다. 맛 차이는 미묘해 일반인이 구분하기 어렵지만, 북쪽말똥성게처럼 고급 종에서는 수컷의 정소만 따로 모아 프리미엄 상품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수컷 정소는 암컷 난소보다 풍미가 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암수 생식소가 섞여 유통된다.

성게의 제철은 종에 따라 다르다. 대부분 성게는 4월부터 8월까지가 제철이다. 보라성게는 5월에서 8월 중순, 그중에서도 7월부터 8월 초까지 빛깔과 맛이 절정에 달한다. 말똥성게는 11월부터 1월까지가 제철이다. 특히 11월에서 12월에 가장 맛있다. 1월 중후반부터는 산란기가 시작해 암컷 난소에서 쓴맛이 강해질 수 있다. 북쪽 말똥성게는 6월에서 8월이 제철이지만, 홋카이도의 넓은 지역적 특성상 수온과 환경에 따라 제철이 약간씩 달라진다.

성게를 손질하는 어민. / 뉴스1
성게를 손질하는 어민. / 뉴스1

그렇다면 성게 맛은 왜 천국과 지옥을 오갈까. 좋은 성게는 고소하고 단맛이 난다. 녹진하고 감칠맛이 풍부하다. 바다 향을 좋아하는 이들은 시원하고 짭조름한 해조류 풍미를 느낀다. 초보자들이 불쾌하게 여기는 맛은 쿰쿰한 냄새, 호리병 같은 향, 또는 쓴맛이다. 이 같은 맛은 성게가 먹는 해조류의 소화 과정에서 비롯될 수 있다. 특히 보관 상태가 좋지 않으면 불쾌한 향이 더 두드러진다.

성게의 맛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인은 명반 처리다. 명반은 고착제 역할을 해 성게소의 모양을 단단히 잡아준다. 명반은 초밥이나 요리에 쓰기 좋지만 처리를 잘못하면 쓴맛이나 쿰쿰한 향을 유발할 수 있다.

명반 처리를 하지 않은 해수 성게는 이런 향이 덜한 까닭에 본연의 맛을 더 잘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신선도 문제는 해수 성게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성게 비빔밥 / 연합뉴스
성게 비빔밥 / 연합뉴스

김지민은 살아있는 성게를 직접 잡아 먹었음에도 시궁창 냄새를 맡은 경험을 전하기도 했다. 이는 수온 상승으로 성게 내부에서 소화 중인 해조류가 부패하거나 성게소가 녹으면서 발생한다. 심지어 홋카이도산 고급 성게도 유통 과정에서 온도 관리가 잘못되면 이런 냄새를 풍길 수 있다.

김지민은 고급 식당에서도 냄새 나는 성게를 만난 경험을 공유했다. 북쪽말똥성게였다고 셰프가 설명했지만 하수구 냄새로 인해 일행 모두가 실망했다. 이는 성게의 선별과 보관 과정에서 변수가 많음을 보여준다. 김지민은 살아있는 성게를 즉석에서 까서 차가운 바닷물에 5분 정도 담갔다가 먹으면 모양이 잘 잡히고 보다 달고 신선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성게 미역국 / 연합뉴스
성게 미역국 / 연합뉴스

성게 품질은 가공과 유통 과정에 크게 좌우된다. 명반 처리한 성게는 요리에 적합하지만, 해수 성게는 본연의 맛을 즐기기에 좋다. 시장이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해수 성게’로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국산 성게가 주로 판매되지만, 일본 홋카이도산, 러시아산, 캐나다산, 보스턴산 등도 인기가 있다. 특히 보스턴산은 크리미하고 진한 맛으로 주목받는다. 저가형으로는 페루, 칠레, 멕시코산의 가성비가 인정받는다. 중국산 성게도 있지만 좋은 품질을 경험하진 못했다고 김지민은 밝혔다.

성게를 고를 때는 신선한 생식소가 흐트러지지 않고 모양이 잘 잡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노출되면 금방 녹아내리므로 입자가 거칠거나 빛깔이 어두운 것은 피하는 게 좋다. 성게는 생으로 먹거나 초밥, 비빔밥, 미역국, 국수, 파스타 등 다양한 요리로 즐길 수 있다. 감태, 잘게 썬 김, 단새우, 와사비와 함께 먹으면 시너지가 난다. 특히 삼겹살이나 소고기에 성게를 올리면 고기에 풍미를 더하는 소스 역할을 한다.

수산물 전문가인 유튜버 김지민이 일부 성게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입질의추억TV'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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