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선 최악의 생태위협종인데... 한국선 덜 잡혀서 걱정인 수산물

2025-07-24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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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선 1급 생태계 교란종... 한국은 종패까지 살포하며 보호 안간힘

재첩이란 조개가 있다. 민물조개 중 가장 유명한 녀석이다. 작지만 단단한 껍질 속에 깊은 맛을 품은 민물조개다. 한국에서는 재첩으로 끓인 해장국 한 그릇이 숙취를 날려주는 보약으로 사랑받는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는 이 작은 조개가 생태계의 골칫덩이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같은 재첩이 한쪽에서는 식탁의 별미로, 다른 한쪽에서는 생태계 위협종으로 간주되는 대조적인 이야기를 들여다본다.

재첩 채취 모습 / 연합뉴스
재첩 채취 모습 / 연합뉴스

미국에서 재첩은 심각한 침입종으로 분류된다. 아시아가 원산지인 재첩은 1930년대 후반 미국 서부의 콜롬비아 강에서 처음 발견됐다. 이후 빠른 번식력과 적응력 덕분에 수십개 주로 퍼졌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을 비롯한 여러 기관은 재첩을 1급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하며 그 위험성을 경고한다.

재첩이 미국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은 다각적이고 심각하다. 첫째, 미국에서 재첩은 엄청난 번식력으로 토착 생물과 경쟁하고 있다. 재첩은 자가수정을 통해 번식한다. 한 마리가 하루에 수천 개의 유충을 방출할 수 있다. 이렇게 빠르게 늘어난 개체군은 플랑크톤을 대량으로 소비한다. 이는 토착 조개류와 물고기 등 다른 수생 생물의 먹이 자원을 고갈시킨다. 예를 들어, 미국 남동부의 강과 호수에서는 재첩의 급증으로 토착 홍합류가 급격히 감소했다. 이는 생물 다양성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재첩 / 하동군 제공
재첩 / 하동군 제공

둘째, 재첩은 미국에서 수질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재첩은 여과 섭식자다. 물속의 플랑크톤과 유기물을 걸러 먹는다. 하지만 밀집된 개체군은 물의 화학적 성분을 변화시킬 수 있다. 대량으로 모여 살면서 과도하게 여과를 하면 물이 지나치게 맑아져 생태계 균형이 깨진다. 반대로 재첩이 대규모로 폐사할 경우 분해되는 과정에서 산소가 고갈되고 암모니아 농도가 증가해 수질이 악화한다. 미시시피 강 유역에서는 재첩 폐사로 인한 수질 오염이 지역 어류 개체군에 악영향을 미친 사례가 보고됐다.

셋째, 재첩은 미국에서 먹이사슬의 구조를 교란한다. 플랑크톤을 과도하게 소비해 먹이사슬의 하단을 약화한다. 이는 물고기와 같은 상위 포식자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의 새크라멘토-샌호아킨 삼각주에선 재첩의 급증으로 플랑크톤 감소가 확인됐고, 이는 지역 어류의 먹이 부족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일부 어종의 개체수가 감소하며 생태계 전체의 안정성이 흔들렸다.

경제적 피해도 만만치 않다. 재첩은 발전소, 정수장, 관개 시설의 취수관을 막아 막대한 비용을 초래한다. 미국에서는 재첩으로 인한 시설물 막힘 문제가 연간 수백만 달러의 손실을 발생시킨다. 오하이오 강 유역의 발전소들은 재첩 제거를 위해 정기적인 유지보수 작업을 하는 까닭에 운영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농업용 관개 시설에서도 재첩이 파이프를 막아 물 공급에 차질을 빚는 사례가 빈번하다.

재첩국 / 연합뉴스
재첩국 / 연합뉴스

미국은 재첩을 박멸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화학적 처리, 물리적 제거, 생물학적 방제 등이 시도됐지만, 재첩의 강한 생존력과 번식력 때문에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현재는 완전한 박멸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퍼져 있으며, 통제와 관리에 초점을 맞춘 전략이 주를 이룬다. 예를 들어, 일부 지역에서는 재첩의 확산을 막기 위해 취수관에 특수 필터를 설치하거나 서식지 모니터링을 강화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첩이 미국 생태계에 이미 깊이 뿌리내린 까닭에 그 영향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에서 재첩은 전혀 다른 대접을 받는다. 섬진강, 낙동강, 영산강 같은 큰 강 하구에서 채취되는 재첩은 한국 식문화의 중요한 부분이다. 특히 섬진강은 맑은 물과 모래톱이 어우러진 천혜의 환경 덕분에 재첩의 본고장으로 꼽힌다.

재첩은 한국에서 오랜 세월 사랑받아온 식재료다. 조선 시대 문헌에도 재첩을 먹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섬진강 주변 마을에서는 재첩국이 일상적인 반찬이자 숙취 해소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재첩국은 맑고 깊은 감칠맛으로 유명하다. 재첩을 8~9시간 물에 담가 해감한 뒤 찬물에 넣고 끓여 뽀얀 국물을 낸다. 부추나 파를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추면, 조개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담백한 국물이 완성된다. 재첩숙회는 데친 재첩에 초장이나 간장 양념을 곁들여 만들고, 재첩전은 살을 발라 밀가루 반죽에 섞어 부친다. 칼국수에 재첩을 얹어 시원한 국물을 내는 것도 인기 있는 요리법이다.

재첩은 맛뿐 아니라 영양 면에서도 주목받는다. 타우린과 메티오닌이 풍부해 간세포 활성화와 피로 해소에 도움을 준다. 글리코겐 성분은 알코올 분해를 촉진하며, 비타민 B군과 아미노산은 간 기능 유지와 회복에 기여한다. 베타인 성분은 항산화 작용으로 간세포 손상을 예방한다. 이런 이유로 재첩국은 숙취로 고생하는 이들에게 보약 같은 음식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환경 변화와 하굿둑 건설로 재첩 서식지가 줄어들며 자원량이 감소했다. 낙동강에서는 1970~1980년대 하굿둑 건설 이후 재첩이 급격히 줄었고, 섬진강에서도 예전처럼 풍부하지 않다. 중국산 수입 재첩이 시장에 유통되지만 섬진강 재첩만큼 맛과 품질이 뛰어나진 않다. 한국은 재첩 어획량을 늘리기 위해 종패를 살포하는 등 사력을 다하고 있다.

이처럼 재첩은 미국에선 통제 불가능한 침입종이지만 한국에서는 지속 가능한 채취와 환경 보존이 중요한 소중한 자원이다. 재첩이 미국과 한국에서 전혀 다른 대접을 받는 것은 단순히 문화적 차이를 넘어 환경과 자원의 상호작용이 그만큼 복잡하다는 것을 극명하게 방증한다.

재첩 문제를 다룬 미국 유튜브 채널. / ' KGW News'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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