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틈이 없네” 공개 이후 쭉 1위…현재 화제성 싹쓸이 중인 '한국 드라마'
2025-07-2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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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공개 후 디즈니+ TV쇼 부문 한국 1위 독주 중인 작품
디즈니+ 시리즈 '파인: 촌뜨기들'이 지난주 첫 공개 이후 8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심상치 않은 독주를 이어가고 있다.

전 세계 OTT 플랫폼 내 콘텐츠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에 따르면 '파인: 촌뜨기들'은 지난 24일 디즈니+ TV쇼 부문 한국 1위를 차지했다. '파인: 촌뜨기들'의 1위 독주는 지난 16일 1~3회 에피소드를 첫 공개한 뒤로부터 8일째 이어지고 있다.
'파인: 촌뜨기들'은 1977년, 바닷속에 묻힌 보물선을 차지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이 속고 속이는 이야기를 담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카지노’, ‘범죄도시’ 등에서 강렬한 연출력을 보여준 강윤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미생’과 ‘내부자들’로 사회의 이면을 날카롭게 그려낸 윤태호 작가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들의 만남만으로도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출연진도 탄탄하다. 류승룡, 양세종, 임수정, 김의성, 김성오, 이동휘, 정윤호, 장광, 우현, 김종수, 홍기준, 임형준, 이상진, 김민 등 실력파 배우들이 총출동해 각각의 개성 강한 캐릭터에 숨결을 불어 넣는다. 류승룡은 어떤 일이든 돈이 되면 마다하지 않는 행동파 리더 '오관석'을 맡아 자신의 욕망을 집요하게 키워 가는 인물을, 양세종은 삼촌을 따라 위험천만한 여정에 나선 순수한 청년 오희동을 통해 순박하면서도 거친 매력이 있는 모습으로 새롭게 변신한다.
임수정은 자본을 능수능란하게 굴리는 양정숙을 맡아 자신의 탐욕뿐만 아니라 남의 탐욕까지 조종할 줄 아는 여자 대장부의 매력을 선보인다. 이들의 시너지는 1970년대의 시대적 분위기와 정교하게 어우러지며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당시의 시대성과 공간을 생생하게 살려낸 미장센도 시청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 서로 잡고, 잡아먹히는 탐욕스러운 욕망 세계관
1970년 신안 앞바다를 무대로 펼쳐지는 '파인: 촌뜨기들'은 바다에 잠든 도자기를 먼저 손에 넣으려는 전국 촌뜨기들의 탐욕을 그린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인물들이 값비싼 유물을 차지하기 위해 바다로 몰려들고 이들 사이엔 끝을 알 수 없는 욕망의 충돌이 이어진다.1회는 오희동(양세종)의 어린 시절을 비추며 시작한다. 삼촌 오관석(류승룡) 밑에서 자란 희동은 일찍부터 범죄에 익숙해진다. 그는 이윽고 돈이 되는 일이라면 어떤 위험도 개의치 않고 뛰어든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희동이 단순 조연에서 그치지 않고 중심인물인 오관석과 상호작용을 하며 극의 분위기를 환기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강 감독의 전작 '카지노'에서는 차무식(최민식)이 혼자 극을 밀고 나갔다면 이번 작품은 관석과 희동이 두 축으로서 극을 안정감 있게 이끈다. 특히 관석의 무게감과 희동의 유쾌함이 섞일 때 두 사람의 시너지가 빛을 발한다. 긴장감이 고조되는 극의 분위기 속에서 활력을 불어넣으며 시청자들의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역할까지 한다.
3화까지는 다양한 인물들이 하나둘 신안으로 모이는 과정이 그려진다. 각자 도자기를 둘러싼 욕망을 품고 있고 매화마다 이들의 배경과 동기가 드러난다. 하지만 캐릭터가 늘어날수록 전개도 점점 늘어진다. 인물들의 욕망은 드러나지만 이야기 전개는 정체된 듯한 인상을 준다. 게다가 비슷한 방식의 기싸움이 반복되며 긴장감도 처음보다 희미해진다.
이 정체된 분위기를 흔드는 인물이 바로 양정숙(임수정)이다. 지금까지 억눌려 있던 정숙의 욕망이 점차 수면 위로 드러난다. 그는 자금을 무기로 상황을 뒤흔들고 본격적으로 판을 키운다. 기존 인물들이 탐욕의 무게에 눌려 주저할 때, 정숙은 공격적으로 움직이며 갈등의 방향을 틀어버린다. 덕분에 느슨하던 전개에도 다시 긴장이 돌기 시작한다.

◆ 게임 체인저, 연기 변신의 절정 임수정
물러서지 않는 눈빛, 위태로운 말투, 파격적인 외모까지 갖춘 임수정이 돌아왔다. 지난 2021년 드라마 '멜랑꼴리아' 이후 4년 만에 선택한 작품에서 완전히 다른 얼굴을 내보였다. 청순하고 단아했던 이미지를 과감히 벗어던지고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강렬한 인물을 만들어냈다. 임수정이 연기하는 양정숙은 흥백산업의 실세이자 천 회장의 새 아내다. 돈 냄새를 맡으면 물불 가리지 않고 움직이며 자금줄을 틀어쥔 채 촌뜨기들 위에서 군림한다.
임수정의 변신 중 단연코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파격적인 외형이다. 부풀린 보브컷은 단숨에 시선을 끌고 날카롭게 그려 올린 아치형 눈썹과 선명한 레드 립은 양정숙이란 인물의 욕망을 오롯이 드러낸다. 과감하고 뚜렷한 스타일링이 양정숙의 야심과 맞물리며 캐릭터의 존재감을 배가시킨다.
전형적인 여성상에서 완전히 벗어난 점도 흥미를 더한다. 품위 있는 말투와 고급스러운 외모 속에 숨겨진 속내는 차갑기만 하다. 의상실 뒷방을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삼고 “이리 와서 사랑해 줘”라며 희동의 선을 넘는 장면은 그의 목적 지향적인 성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도발적이면서도 계산적인 언행 역시 매력적이다. “도둑질하려면 크고 빠르게 하고 떠야지”라는 대사 한 줄은 양정숙이란 인물의 본성을 설명한다. 단순한 악역을 넘어 권력을 탐하고 돈을 좇으며 스스로의 위치를 만들어가는 똑똑한 인물로 그려진다. 눈빛 하나, 말끝 처리 하나에도 캐릭터에 대한 고민과 계산이 배어 있다. 제작발표회에서 그가 “내면까지 공들였다”라고 말한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정숙은 완성된 인물로 스크린 속에 서 있고 임수정은 그 인물을 밀도 높게 그려냈다.

◆ 디테일 장인의 캐릭터 맛집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극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강 감독이 "캐릭터의 향연"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자신만의 색깔을 지닌 채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이야기의 초반부터 관객의 시선을 끄는 건 양정숙의 운전기사 임전출(김성오)이다. 수수한 외모와 달리 입담과 태도에서 의외의 유쾌함을 자아낸다. 이어 부산 출신 사기꾼 김교수(김의성), 보물찾기를 의뢰한 송사장(김종수), 송사장이 끼워 넣은 촌놈 나대식(이상진)까지 차례로 등장하며 극은 점점 유쾌한 에너지로 채워진다.
무엇보다 강한 임팩트를 남긴 건 목포 건달 벌구(정윤호)다. 건달 특유의 허세 가득한 말투와 몸짓이 자칫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는 설정이었지만 정윤호의 연기는 오히려 극의 재미를 한층 끌어올렸다. 그는 전남 사투리를 살려 능청스럽고도 위트 있는 인물로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또 다른 핵심 인물 심홍기(이동휘)는 부패한 경찰로 등장한다. ‘카지노’에서 강 감독과 호흡을 맞춘 바 있는 그는 이번에도 디테일이 살아 있는 눈빛 연기로 인물의 복잡한 내면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그는 공권력을 앞세우면서도 정숙의 검은돈을 받고 움직이는 이중적인 인물로 극의 긴장을 더 했다.
다만 단점도 분명했다. 개성 강한 인물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극의 몰입도가 다소 분산됐고 각 캐릭터의 개별 서사를 깊이 있게 파고들지 못했다. 인물들의 뚜렷한 개성은 분명 장점이었지만 동시에 서사적 밀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심축은 무너지지 않았다. 각기 다른 욕망과 배경을 지닌 인물들이 결국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구조 덕분에 극의 흐름이 단단히 유지된 것. 사공이 많았지만 각자의 역할은 분명해 혼란스럽기보다 오히려 다채로움이 돋보였다.
'파인: 촌뜨기들'은 다양한 방면으로 화제성을 입증하고 있다. 최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카카오웹툰에서 연재 중인 윤태호 작가의 '파인' 조회수는 지난달 셋째 주(6월 16~22일)와 이달 셋째 주(7월 14~20일)를 비교했을 때 무려 58배나 급증했다. 이와 더불어 매출도 26배 증가하며 드라마의 인기가 원작을 재조명하게 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앞서 지난 23일 공개된 4~5회에서는 우여곡절 끝에 관석과 희동 일행이 김 교수 측과 공동으로 도굴 작업을 할 것에 합의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관석은 능수능란하게 김 교수에게 공동 작업을 제안했지만 바다 한가운데에서 만난 이들 사이의 기싸움은 여전히 치열했다. 그러나 반전도 있었다. 중요한 순간에는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처럼 굴던 이들이 의기투합하며 묘한 동지애를 쌓아가기 시작한 것. 이들의 변화해 가는 모습은 앞으로의 전개에 대해 기대를 모았다.
촌뜨기들의 근거 없는 포부를 영 미심쩍어하던 양정숙의 태세 전환도 눈길을 끌었다. 보물의 실물을 두 눈으로 직접 본 양정숙은 "여기서 캐는 그릇, 제가 다 사겠다"라며 호의적으로 변했다.
특히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력을 재평가받고 있는 정윤호의 활약이 컸다. 늘 허세로 가득 차 있던 그는 보물을 캐기 위해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가 눈이 뒤집힌 채 올라와 큰 웃음을 안겼다. 그의 살신성인 연기는 시청자들의 마음도 사로잡았다.
네티즌들은 "여기는 연기 빈틈이 없네. 전부 다 잘해", "벌구 짜증 낼 거 다 내면서 형아들이 시키는 건 다하네. 벌구 금쪽이네", "진짜 너무 재밌다", "윤호 몰입감 좋다", "유노윤호 연기 왜 이렇게 잘해. 무섭네", "물 만났네. 너무 잘하는 거 아니냐", "윤호는 서울말 연기를 못한 것일 뿐, 연기를 못한 게 아니었다", "임수정, 연기 내공 장난 아니다", "아우라가 느껴진다", "진짜 그 시절 부잣집 마나님 느낌 난다", "볼 것도 없는데 일주일 어떻게 기다리지. 막막하다", "재밌다, 재밌어" 등 반응을 보였다.
'파인: 촌뜨기들'은 지난 16일 첫 3회(1~3회) 공개를 시작으로 지난 23일 4~5회, 오는 30일 6~7회, 다음 달 6일 8~9회, 다음 달 13일 10~11회 순으로 총 11개 에피소드가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