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MBC를 없애려고 한다… 피바람 불어도 좋다”
2025-07-2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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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건진법사가 전 통일교 관계자에게 보낸 문자 확인
건진법사 전성배(64) 씨가 윤석열 전 대통령이 MBC를 없애려고 한다고 발언한 사실이 드러났다. MBC는 윤석열 정부와 내내 관계가 불편했던 방송사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전 씨와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48) 씨 사이에 오간 문자메시지를 확인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한국일보가 25일 단독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특검은 윤 씨가 전 씨를 통해 통일교 측의 YTN 인수를 청탁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에 나섰고, 전 씨는 이 과정에서 “(대통령이) MBC 없애려고 하는데 강경하게 밀어붙이라고 했다”는 발언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팀은 윤 씨를 불러 15시간 넘게 조사하며 전 씨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의 내용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특검은 2022년 11월 초 전 씨가 윤 씨에게 “YTN 인수할 수 있도록 조치하려 한다. 국가기관(한전, 마사회)이 지분 가진 거 확인하고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에게 인수 방법을 알아보도록 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확인했다. 해당 문자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수부가 수사 과정에서 둘의 휴대폰을 포렌식해 확보했다.
이 의원은 문자에 언급된 내용에 대해 “윤 씨에 대해 일체 모르고 YTN 인수에 관여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2022년 10월 1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기업이 YTN 지분을 가지고 있으면 효율성이 떨어지고 주가도 저평가된다. 조속한 시일 내에 매각 절차를 진행해 주길 바란다”고 김장현 한전KDN 회장에게 요청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는 같은 해 11월 11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YTN 지분 매각 계획을 발표했다. 한전KDN이 보유한 21.43%와 한국마사회가 보유한 9.52%를 합친 30.95%의 지분이 매물로 나옴에 따라 통일교는 ‘글로벌피스재단’(통일교 창시자인 문선명 총재의 3남인 문현진 의장이 2009년 설립한 비영리 국제기구)을 통해 인수전에 뛰어들었으나 유진그룹에 밀려 인수에 실패했다. 이에 대해 통일교 측은 “글로벌피스재단은 문선명 총재의 셋째 아들 문현진 씨가 이사장이지만, 2012년 20차례 이상 소송 끝에 통일교와 결별한 상태로 현재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특검은 윤 씨가 전 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방송사 인수와 관련한 요청을 전달하려 했다고 보고, 이 과정에 대가가 오갔는지 살피고 있다. 윤 씨는 2022년 8월 초 전 씨에게 처음으로 방송국 인수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무렵 윤 씨는 김 여사에게 줄 선물이라며 두 번째 샤넬백을 전 씨에게 전달했다.
특검은 두 사람이 ‘정권에 우호적인 언론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나눈 대화에도 주목하고 있다. 민간인 신분인 전 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의사결정이나 방송문화진흥회 구성 등 주요 현안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전 씨는 윤 씨에게 “MBC 내년에 없애려고 하는데 강경하게 밀어붙이시라 했다” “좌파 방송과 여론을 잘 다스려야 한다”는 말도 했다. 윤 씨가 “언론이 중요하다”고 반응하자, 전 씨는 “지금은 검찰, 경찰 모두 동원해 법치로 가야 한다”, “공포정치도 좋으니 피바람 일으키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은 'MBC 자막 논란'이 불거진 뒤 나왔다. 2022년 9월 22일 윤 전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 국제회의장을 떠나며 욕설을 섞은 발언을 하는 모습이 방송 기자단의 풀(pool) 화면에 촬영됐다. MBC는 이를 보도하며 '(미국)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자막을 달았다. 당시 대통령실은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말한 것이라고 했다. 의회도 미국 의회가 아닌 우리 국회를 언급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