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계엄 정신피해 첫 인정 “尹, 시민 104명에게 10만원씩 배상하라”
2025-07-25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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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민사소송에도 영향 미칠지 관심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로 정신적 피해를 입은 시민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단독 이성복 부장판사는 25일 이 모 씨를 비롯한 시민 104명이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1인당 10만원을 배상하라며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법원이 비상계엄으로 인한 시민들의 피해와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한 첫 판결이다.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들의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고, 그 액수는 제반 사정을 참작해 적어도 원고들이 구하는 각 10만원 정도는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의 배상 책임과 관련해 "위헌·위법한 비상계엄과 그 일련의 조치를 통해 국민들의 대의기관인 국회를 마비시키고 국민의 생명권과 자유, 존엄성을 유지해야 하는 대통령의 임무를 위배했다"며 "비상계엄 조치로 대한민국 국민들인 원고들이 공포, 불안, 좌절감, 수치심으로 표현되는 정신적 고통 내지 손해를 받았을 것이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 선포가 실체적·절차적 하자가 있어 위헌·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성복 부장판사는 "비상계엄 선포쯤에 국가비상사태라고 보기 어렵고 군이 동원될 만큼 사회질서가 해체됐다고 보기 어려워 국민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일상을 영위하고 있었다"며 "계엄 시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 국무회의 심의 등 절차적 요건도 갖추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비상계엄과 그 후속 조치는 민법 제750조에서 규정하는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 소송은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국회 측 대리인을 맡았던 이금규 변호사와 전두환 씨 회고록 관련 민·형사 소송 피해자 대리인을 맡았던 김정호 변호사가 공동 제안하며 시작됐다. '윤석열 내란 행위에 대한 위자료 청구소송 준비 모임'은 지난해 12월 10일 윤 전 대통령이 국민의 생명권과 자유를 보장할 대통령의 임무를 저버려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1인당 1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들은 민법상 성년에 해당하는 19세 이상 국민 100여 명을 모집했으며, 변호사 선임료를 무료로 하고 승소금 전액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금규 변호사는 순직해병 특검팀의 특검보로 임명되며 원고 대리인단에서 사직하고 소송의 원고로만 참여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재판부에 "손해배상 청구가 부당해 항의하는 측면에서 출석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답변서만 보내고 재판에는 나오지 않았다.
법원이 시민들의 손을 들어주며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다른 민사소송의 진행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부장판사는 2017∼2018년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을 지냈다.
앞서 지난 5월 민생경제연구소 등 4개 단체는 계엄 사태에 따른 중소상공인들의 피해에 책임이 있다며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과거 국정농단 사건으로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된 손해배상 소송은 법원에서 기각됐다. 당시 법원은 박 전 대통령의 위법 행위를 인정하면서도 "대통령은 정치적 책임을 지는 데 불과할 뿐 국민 개개인의 권리에 대응해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다"라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