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 서 있기만 해도 해로울 정도... 지구상 가장 위험한 '죽음의 나무’

2025-07-25 13:49

add remove print link

비 내릴 때 나무 아래에 있으면 독성 때문에 화상 입기까지

카리브해의 하얀 모래사장과 에메랄드빛 바다 사이에 서 있는 나무 하나가 여행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이 나무의 이름은 만치닐.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나무’로 악명이 높은 나무다. ‘옆에 서 있기만 해도 해롭다’는 경고가 붙을 만큼 독성이 강한 까닭에 때론 나무 근처에 머무는 것조차 위험할 수 있다. 과일은 작고 초록빛 사과처럼 생겼지만 한 입 베어 물면 돌이킬 수 없는 고통이 뒤따른다.

만치닐 / 'Animalogic' 유튜브
만치닐 / 'Animalogic' 유튜브

만치닐 나무는 대개 카리브해 연안, 중앙아메리카, 남아메리카 북부, 플로리다 남부, 바하마 등 열대 및 아열대 지역의 해변과 습지에서 자란다. 높이는 15m까지 자라며, 넓게 퍼진 가지와 윤이 나는 짙은 녹색 잎을 가졌다. 언뜻 보면 무해한 열대 나무처럼 보이지만, 이 나무의 모든 부분(줄기, 잎, 수액, 열매)은 독성을 띤다. 만치닐은 대극과(Euphorbiaceae)에 속하며, 이 과에 속한 식물들은 대체로 자극성 수액을 지닌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만치닐의 수액은 그중에서도 특히 강력한 독성을 자랑한다.

만치닐 / 'Animalogic' 유튜브
만치닐 / 'Animalogic' 유튜브

만치닐의 수액에는 포르볼 에스터(phorbol esters)를 포함한 복잡한 화합물이 함유돼 있다. 이 물질은 피부에 닿으면 즉각적인 화학적 화상을 일으키며, 심한 경우 물집과 염증을 유발한다. 수액이 눈에 들어가면 실명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비가 내릴 때 나무 아래 서 있으면 빗물에 섞인 수액이 피부에 닿아 화상을 입을 수 있다. 비가 온 뒤 만치닐 나무 근처에 서 있기만 해도 습기에 독성이 있어서 기도가 가렵거나 붓는다고 한다. 이 때문에 카리브해 지역에서는 만치닐 나무 근처에 경고 표지판을 세워두는 경우가 흔하다. 예를 들어, 플로리다와 카리브해 섬들에서는 나무에 빨간 띠를 두르거나 ‘만지지 마시오(Do Not Touch)’ 같은 경고문을 붙여 방문자를 보호한다.

만치닐 열매 / 'FOX 13 Tampa Bay' 유튜브
만치닐 열매 / 'FOX 13 Tampa Bay' 유튜브

만치닐의 열매는 외관상 작은 초록색 사과를 닮아 ‘죽음의 작은 사과(manzanilla de la muerte)’라는 별칭을 얻었다. 향은 달콤하지만 섭취하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열매를 먹은 사람은 입과 목에 심한 화상 같은 통증을 느끼며 구토, 설사, 호흡 곤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한 경우에는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과거 원주민들은 이 열매의 독성을 이용해 적을 독살하거나 화살촉에 독을 묻히는 데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18세기 스페인 탐험가 후안 폰세 데 레온(Juan Ponce de León)이 만치닐 독이 묻은 화살에 맞아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만치닐 열매 / 'FOX 13 Tampa Bay' 유튜브
만치닐 열매 / 'FOX 13 Tampa Bay' 유튜브

나무를 태우는 것도 위험하다. 만치닐의 수액과 잎은 연소 시 독성이 강한 연기를 내뿜는다. 이 연기는 호흡기를 자극해 기침, 목의 통증, 심지어 폐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카리브해 지역 원주민들은 이 연기를 전투에서 무기로 활용하기도 했다. 나무를 자르거나 가지를 치는 과정에서도 수액이 튀어 작업자의 피부나 눈을 손상시킬 수 있어, 만치닐을 다룰 때는 특수 장비와 보호 장갑, 안면 보호구가 필수다.

만치닐의 독성은 생태계에서도 두드러진 역할을 한다. 이 나무는 해변가에서 자라며 강한 뿌리 시스템으로 토양 침식을 방지한다. 하지만 독성 때문에 동물들이 열매나 잎을 거의 먹지 않는다. 다만 특정 도마뱀이나 새는 만치닐 열매를 먹어도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열매를 소화하거나 독성에 내성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만치닐은 생태계 내에서 독특한 생존 전략을 취한다고 볼 수 있다.

만치닐 나무와 관련된 역사적 기록도 흥미롭다. 카리브해 원주민들은 만치닐을 ‘죽음의 나무(arbol de la muerte)’라고 불렀다. 이 나무는 전통적으로 약용으로도 쓰였는데, 소량의 수액을 희석해 상처 소독이나 통증 완화에 사용했다는 보고가 있다. 하지만 이런 용도는 극히 제한적이었으며 잘못 다루면 오히려 해를 끼쳤다. 일부 현대 의학에선 만치닐의 화합물이 항암제 연구에 잠재적 가능성을 보인다는 연구가 있지만 아직 상용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만치닐 나무는 그 위험성 때문에 제거 대상이 되기도 한다. 관광지에서는 방문객의 안전을 위해 나무를 뽑아내거나 경고 표지판을 설치한다. 하지만 환경학자들은 만치닐이 해변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이 나무는 바람과 염분에 강해 해안선 보호에 기여하며, 뿌리는 모래 유실을 막는다. 따라서 완전한 제거보다는 관리와 경고를 통해 공존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경우가 많다.

만치닐 / 'Ryan Wiersma' 유튜브
만치닐 / 'Ryan Wiersma' 유튜브

만치닐의 독성은 과학적으로도 주목받는다. 세포 신호 전달에 영향을 미치는 화합물인 포르볼 에스터는 생화학 연구에서 종종 사용된다. 하지만 이 화합물의 강한 자극성 때문에 실험실에서도 신중히 다뤄야 한다. 만치닐 수액의 화학적 구성은 매우 복잡한 까닭에 아직 모든 성분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이 나무의 독성이 왜 이렇게 강한지, 그리고 어떤 진화적 이유로 이런 특성을 띠게 됐는지 계속 연구 중이다.

2016년 플로리다에서 한 관광객이 만치닐 열매를 먹고 병원에 실려간 적이 있다. 그는 열매의 달콤한 냄새에 이끌려 한 입 베어 물었는데, 즉시 심한 통증과 구토를 경험했다. 다행히 응급 처치로 생명을 건졌지만 당시 사례는 만치닐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나무 아래서 비를 피하려던 등산객이 빗물에 섞인 수액 때문에 피부 화상을 입었다는 기록이 있다.

만치닐 나무는 그 자체로 자연의 경이로움을 보여준다. 아름다운 외관 뒤에 숨은 치명적인 독성은 생존을 위한 진화의 결과물이다. 인간에게 위험한 동시에 생태계에서 고유한 역할을 한다. 만치닐 근처를 지날 때는 경고 표지판을 유심히 보고, 절대 열매를 만지거나 먹지 말아야 한다. 나무 아래 서는 것도 피하는 게 좋다. 만치닐은 자연이 얼마나 강력하고 예측 불가능한지 상기시키는 존재다. 만치닐 나무를 마주한다면 멀리서 감상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만치닐 나무는 방송에서도 자주 소재로 다뤄지는 나무다. / ' tvN Joy'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