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런 곳에서…세종 도심 수목원서 사상 처음 발견된 희귀 '멸종위기종'

2025-07-26 12:49

add remove print link

봄 가을에만 우리나라 지나가는 나그네새

국립세종수목원에서 멸종위기 관심대상종이 발견됐다.

멸종위기종 뒷부리도요 / 뉴스1
멸종위기종 뒷부리도요 / 뉴스1

국립세종수목원에서 최근 멸종위기 관심대상종인 뒷부리도요가 처음으로 발견됐다.

뒷부리도요는 봄과 가을에 우리나라를 지나가는 나그네새로, 주로 갯벌이나 하구에서 발견되기 때문에 내륙의 도시 숲이나 정원 등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다.

국립세종수목원은 지난 2021년부터 조류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세종수목원은 다양한 식물 자원과 청류지원 등 넓은 수변 환경을 갖춰 다양한 조류가 적응하기 좋은 곳으로 알려졌다.

세종수목원은 2023년부터 시민과 전문가가 함께 생물다양성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시민과학자 도시숲시민탐사대를 운영하며 식물, 조류, 곤충 등 3개 분야 준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그간 민물도요, 삑삑도요 등 여러 도요새 종류가 관찰된 바 있으나 뒷부리도요는 이번에 처음으로 관찰됐다.

이번 발견은 세종수목원의 도시숲과 정원이 철새의 번식 및 휴식 장소로 활용되며 친자연적 환경을 갖추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립생물자원관
국립생물자원관

뒷부리도요는 도욧과에 속하는 중소형 도요새로, 전 세계적으로 드물게 관찰되는 종 중 하나다. 몸길이는 20~23cm이며 부리는 약간 뒤로 휘어져 있어 다른 도요새와 쉽게 구별된다. 전체적인 깃털은 회갈색을 띠며 가슴과 옆구리에는 어두운 줄무늬가 퍼져 있다. 여름에는 무늬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며 겨울에는 색이 흐릿해지면서 보호색 효과를 극대화한다. 부리의 형태는 이 새의 생태적 적응을 보여주는 주요한 특징이다. 길고 단단한 부리는 갯벌과 습지 바닥을 찔러 작은 무척추동물을 찾아 먹는 데 최적화돼 있다.

이 새는 주로 시베리아 북부와 알래스카의 툰드라 지역에서 번식하고 겨울에는 남아시아나 오스트레일리아 북부 해안 지역에서 월동한다. 따라서 뒷부리도요는 철새로 분류되며 한반도는 이들의 이동 경로 중 하나로 이용된다.

국내에서 이 새가 관찰되는 시기는 주로 봄과 가을이다. 봄에는 번식지로 향하는 길목으로 4월 중순부터 5월 초순까지 남부 해안과 서해 갯벌 지역에서 목격된다. 가을에는 8월 말부터 10월 초순까지 다시 남하하는 도중 국내 갯벌에 들러 먹이를 보충한다. 매년 일정 시기에 반복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조류 관찰자들 사이에서는 고정적인 관심 대상이다.

뉴스1
뉴스1

한국에서 뒷부리도요가 주로 머무는 곳은 서해안과 남해안의 넓은 갯벌 지대다. 대표적인 지역으로는 충남 서천의 금강 하구, 전북 고창과 군산의 갯벌, 경남 창녕 우포늪 등이 있다.

이들 지역은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면서 다양한 저서생물이 서식하는 생물다양성의 보고다. 뒷부리도요는 이런 환경에서 주로 갯지렁이, 작은 조개류, 갑각류, 연체동물 등을 먹는다. 긴 부리를 이용해 바닥을 탐색하며 먹이를 잡아 올리는 모습은 관찰자들에게 흥미로운 장면을 제공한다. 먹이활동은 주로 간조 시 이루어지며 조수가 들어오면 군집을 이루어 휴식을 취한다.

번식기는 여름 한 철로, 시베리아와 알래스카의 툰드라 지역에서 6월부터 7월 사이에 집중된다. 뒷부리도요는 지면에 얕은 둥지를 짓고 이끼나 풀을 이용해 간단한 보금자리를 만든다. 산란은 4개 정도의 알을 낳으며 알은 황갈색 바탕에 어두운 얼룩이 있는 형태다.

암수 모두 번식에 관여하며 번식지에서는 매우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둥지 주변에 포식자가 접근하면 날개를 부러뜨린 듯한 자세로 접근해 포식자의 주의를 끌어내는 유인 행동도 보인다. 이러한 행동은 새끼 보호를 위한 대표적인 전략으로 잘 알려져 있다. 새끼는 부화 직후부터 걸을 수 있어 빠르게 먹이활동을 시작한다.

한반도에서 뒷부리도요는 흔한 종은 아니지만 매년 일정 시기에 관찰되는 종으로 기록되고 있다. 특히 가을철 철새 이동 시기에는 다양한 도요물떼새들과 함께 무리를 이루기도 한다.

갯벌 보호와 관련된 환경정책에서 뒷부리도요는 중요한 지표종 중 하나로 언급된다. 이들이 사용하는 서식지가 특정 환경 조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무분별한 간척사업이나 습지 매립은 뒷부리도요 같은 갯벌 의존성 철새의 생존을 위협한다. 최근 몇 년간 갯벌 축소와 함께 뒷부리도요의 관찰 빈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면서 이들의 보호 필요성이 더 강조되고 있다.

또한 뒷부리도요는 생물다양성의 일부로서 단순한 종의 존재를 넘어, 서식지 건강성을 가늠하는 척도로 기능한다. 일정한 주기로 한반도를 경유하는 만큼 이들의 관찰은 생태계 모니터링의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국내 조류 관찰자들과 시민과학 프로젝트에서도 뒷부리도요는 주요 탐조 대상 중 하나다. 이동 경로와 개체수의 변화를 기록하는 데이터는 뒷부리도요뿐 아니라 전체 도요물떼새의 보존 정책 수립에도 활용되고 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뒷부리도요는 국제적으로도 관찰이 드문 편이며 개체 수가 감소 추세를 보여 일부 국가에서는 취약종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이 새는 갯벌이라는 특정한 환경에 매우 의존적이기 때문에 서식지 훼손은 직접적인 생존 위협으로 이어진다. 특히 기후변화와 해수면 상승도 장기적인 위협 요소로 거론되고 있다. 여러 국제 철새 보호 기구에서는 뒷부리도요를 포함한 갯벌 서식 도요물떼새 보호를 위한 국제 협력 방안을 모색 중이다.

뒷부리도요의 생존은 단순히 한 종의 문제를 넘어서 생태계 전체의 건강성과 연결돼 있다. 한국 갯벌이 지속 가능한 관리 아래 유지되지 않는다면 뒷부리도요뿐 아니라 이곳을 찾는 수많은 철새의 미래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 갯벌 보존과 철새 보호가 동시에 진행돼야 하는 이유다.

신창호 국립세종수목원장은 “국립세종수목원은 조성 이후부터 여름·겨울 철새의 번식 장소와 나그네새의 휴식처로도 활용되고 있다”라며 “도심 속 다양한 생물의 터전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