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캄보디아 무력충돌로 33명 사망... 트럼프 나섰다
2025-07-27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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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011년 국경 분쟁 당시 주요 교전 사망자 수보다 많아

태국과 캄보디아가 사흘째 무력 충돌을 벌이면서 전선이 캄보디아 서부와 태국 동부 국경 지대까지 확대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양국을 상대로 휴전을 압박하고 나섰다.
26일(현지시각) 태국 국방부는 이날 오전 5시 10분께 캄보디아군이 태국 동부 뜨랏주 세 곳에 침공했다면서 해군이 대응해 캄보디아군을 격퇴했다고 밝혔다. 캄보디아는 태국군이 뜨랏주와 맞닿은 캄보디아 서부 뽀삿주에 포탄 5발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이 지역은 기존 교전 지역인 캄보디아 북부와 태국 동부에서 남서쪽으로 약 250㎞ 떨어져 있다. 뜨랏주 당국은 인근 주민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 태국군은 이날 사깨오주에서도 충돌이 발생해 캄보디아와 접한 태국 7개 주 중 6개 주가 교전 지역이 됐다고 전했다. 전날 태국은 뜨랏주와 찬타부리주 8개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태국군은 교전으로 민간인 14명과 군인 6명 등 총 20명이 사망하고 60여 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캄보디아군은 민간인 8명과 군인 5명 등 13명이 사망하고 70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AFP 통신은 이번 사망자 규모가 2008~2011년 국경 분쟁 당시 주요 교전 사망자 28명을 초과했다고 보도했다.
충돌은 태국과 캄보디아 간 오래된 국경 분쟁에서 비롯됐다. 양국은 817㎞에 달하는 국경 중 일부 지역의 영유권을 놓고 대립해왔다. 분쟁은 1907년 프랑스 식민 통치 시절 작성된 지도로 거슬러 올라가며, 특히 프라삿 따 므언 톰 사원 등 고대 사원 주변 지역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됐다. 1962년 국제사법재판소(ICJ)는 프레아 비헤아 사원의 주권을 캄보디아에 귀속시켰지만 국경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지난 5월 캄보디아 병사 1명이 사망한 충돌 이후 긴장이 고조했다. 지난 23일 태국 병사 5명이 지뢰 폭발로 부상하면서 양국 관계가 급격히 악화했다. 태국은 지뢰가 캄보디아에 의해 설치됐다고 주장했으나 캄보디아는 이를 부인했다.
캄보디아는 아세안과 유엔을 통한 중재에 적극적이다.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는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가 제안한 휴전에 동의했다고 소셜미디어에서 밝혔다. 하지만 태국이 한 시간 만에 입장을 번복했다고 비판했다.
안와르 총리는 양국이 휴전과 군대 철수에 합의했지만 이행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찌어 깨오 캄보디아 유엔 대사는 전날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 후 ‘조건 없는 즉각적인 휴전’과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니꼰뎃 발란꾸라 태국 외교부 대변인은 교전이 진정되고 있다며 말레이시아 지원 아래 협상에 열려 있다고 밝혔다. 태국은 휴전에 원칙적으로 동의했지만 ‘적절한 현장 상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릿 싸응이얌퐁 태국 외교부 장관은 캄보디아가 먼저 적대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엔 안보리 15개 이사국은 긴장 완화와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으며,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대화를 통한 해결을 요청했다.
교전으로 태국 내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수만 명이 안전 우려를 표하며 찬타부리주로 몰려들어 귀국을 신청했다. 캄보디아 정부는 태국 내 자국 이주노동자가 약 120만 명이라고 밝혔다.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는 대피소를 방문해 피난민을 위로하며, 캄보디아 실권자 훈 센 상원의장에 대해 "그의 행동은 불안정한 사고방식을 반영한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서 태국과 캄보디아의 휴전을 중재하기 위해 양국 정상과 통화했다고 밝혔다. 그는 "양측은 즉시 만나 휴전, 그리고 궁극적으로 평화를 신속히 가능하게 하자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측 모두 즉각적인 휴전과 평화를 원한다"면서 "양측은 또 미국과 '무역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기를 원하는데 우리는 싸움이 끝날 때까지 그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양국이 미국의 휴전 중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무역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달 1일부터 캄보디아와 태국에 각각 36%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통보했으며, 양국은 관세율을 낮추기 위해 미국과 협상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교롭게도 우리는 현재 양국 모두와 무역 협상을 하고 있지만 양국이 싸운다면 어느 한 국가와도 협상을 타결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난 그들에게 그렇게 말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건 파키스탄과 인도 간에 분쟁을 매우 많이 떠올리게 한다. 그 분쟁은 성공적으로 중단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