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도 다 아는 그 명품 브랜드... 돌아가는 상황이 뭔가 심상찮다

2025-07-2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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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적 현상이라고 본다”라지만 글쎄...

서울의 한 루이비통 매장 앞. / 뉴스1 자료사진
서울의 한 루이비통 매장 앞. / 뉴스1 자료사진

번쩍이는 샹들리에 아래 루이뷔통의 모노그램이 새겨진 가방과 디올의 섬세한 자수가 돋보이는 재킷이 전시된 부티크는 한때 젊은 소비자들의 꿈의 무대였다. 그 빛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젊은 소비층의 이탈과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 속에서 매출 하락이라는 혹독한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급격한 가격 인상과 가치 소비의 물결이 명품 업계의 화려했던 성장 신화를 뒤흔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각) “명품 브랜드들이 실적 부진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하고 있지만 월가에서는 소비자 취향 변화를 반영한 장기적인 현상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우려는 숫자로도 드러난다.

프랑스 명품 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는 지난주 실적 발표에서 2025년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했다고 밝혔다. 순이익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2%나 급감했다. 시장 반응은 냉혹했다. LVMH 주가는 올해 들어 23% 하락하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LVMH는 루이뷔통, 디올 등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업계 선두주자다.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WSJ 인터뷰에서 “최근 실적 부진은 일시적 현상이라고 본다”고 주장했지만 투자자들 시선은 싸늘하다. WSJ은 투자자들이 명품 산업의 근본적인 변화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유사하게 몽클레르도 2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1% 감소했다고 발표하며 업계의 불안감을 증폭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투자자들이 지난 2년간 유럽 명품업체들의 실적 회복을 기다려왔지만, 이제는 장기적으로 명품 산업의 매력도가 변화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명품 업계의 위기는 팬데믹 기간 동안의 공격적인 가격 인상에서 비롯한 측면이 크다. WSJ는 “젊은 세대 소비자들이 더 나은 ‘가성비’를 찾아 다른 영역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명품 브랜드의 가격 인상과 생산 비용 대비 높은 마진이 공개되면서, 특히 Z세대 소비자들 사이에서 명품에 대한 매력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블룸버그는 최근 보도에서 “소비자들이 일부 명품 브랜드의 대표 상품이 판매가의 극히 일부 비용으로 제작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업계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가격 인상에 신중했던 브랜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주얼리 브랜드 까르띠에 등을 보유한 리치몬트는 올해 상반기 주얼리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11%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과도한 가격 인상을 자제한 전략이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LVMH와 케링은 같은 기간 매출 감소를 겪으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일부 예외적인 브랜드도 있다. ‘명품의 왕’으로 불리는 에르메스는 동종 업계 대비 뛰어난 실적을 기록했다.

부진이 일시적인지 장기적인 변화를 예고하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는 올해 초 보고서에서 “대형 럭셔리 브랜드가 소규모 신생 브랜드에 자리를 빼앗기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WSJ는 “지난 10년간 글로벌 럭셔리 시장은 50% 가까이 커졌지만 앞으로는 같은 속도로 성장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젊은 소비자의 욕구를 정확히 파악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성장을 재현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명품 브랜드들은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젊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다시 사로잡기 위해 가격 정책을 재검토하고 지속 가능성과 투명성을 강조하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한때 부티크의 화려한 조명 아래서 반짝이던 럭셔리의 아우라가 새로운 세대의 가치관과 맞닥뜨리며 그 빛을 재정의해야 할 수도 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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