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1순위였던 다정한 아빠, 104명에게 '선물' 남기고 떠났다
2025-08-0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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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마지막, 희망을 기증하다
가족을 사랑한 아버지의 마지막 선물
높이 5미터에서의 추락은 한 가장에게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이별을 안겼다. 그러나 그 짧아진 생의 끝에서, 그는 더 많은 이들의 삶에 ‘시작’이라는 희망을 남기고 하늘로 향했다.
보안업체에 성실히 몸담아온 44세 장상빈 씨. 그는 지난달 6일 경상국립대병원에서 뇌사 판정을 받고 장기와 인체조직을 기증하며 세상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그의 간과 좌우 신장, 그리고 한쪽 눈은 각각 4명의 생명을 살리는 데 쓰였고, 피부와 뼈, 연골, 혈관 등의 인체조직은 기능을 잃어가던 100여 명의 환자에게 회복의 희망을 건넸다.

지난달 3일 공장 보안 점검 도중의 사고는 너무도 갑작스러웠다. 평소처럼 업무에 충실하던 그는 5미터 아래로 추락했고, 긴급 이송됐지만 의식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이별 앞에서 가족은 절망했지만, 동시에 남편이자 아버지였던 그의 따뜻한 마음을 떠올렸다. 평소 사람을 좋아하고, 어려운 이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던 그였다. 가족은 그렇게 결심했다. 그가 마지막까지 누군가를 살리는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5살 아들과 3살 딸을 남기고 떠난 장 씨. 장 씨는 생전에 가족에게도 남다른 사랑을 전하던 남편이었다. 그의 아내는 아이들에게 아빠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일을 하고 하늘로 갔다고 말해준다. 하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아빠가 오늘도 일하고 돌아올 것 같아”라고 이야기한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아빠 얘기를 하며, 아빠가 좋아하던 음악을 듣고, 즐겨 먹던 음식을 떠올린다.

아내는 20대 초반, 신장 질환을 앓던 친언니에게 자신의 신장을 기증한 경험이 있다. 아내는 “그때 장기기증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라고 생각했어요. 늘 이타적이었던 남편도 같은 생각이었을 거라고 믿었어요"라고 했다. 그는 그렇게 남편의 선택을, 함께한 결심으로 받아들였다.
장 씨는 직장에선 누구보다 책임감 있는 직원이었고, 집에서는 캠핑과 소풍으로 아이들과의 추억을 자주 쌓던 다정한 아빠였다. 쉼 없는 삶 속에서도 가족을 위한 시간만큼은 늘 1순위였다고, 아내는 기억한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삶의 마지막에서 다른 생명을 살리기 위한 용기 있는 선택을 해주신 장상빈 님과 유가족의 사랑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 따뜻한 마음이 희망이 되어 또 다른 생명에게 전해지도록 저희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