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폭염 속...서울서 맨홀 질식 사고로 1명 사망·1명 의식불명

2025-07-2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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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금천구에서 맨홀 작업 중 질식 사고로 70대 남성 사망

기록적인 무더위가 지속되는 가운데 서울에서 맨홀 내부 공사 작업 중이던 70대 작업자 2명이 질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1명이 숨지고 1명이 의식을 잃은 채 중환자실에서 치료받고 있다.

작업자 질식 사고가 발생한 서울 금천구 가산동 상수도 누수 공사 현장 / 연합뉴스TV
작업자 질식 사고가 발생한 서울 금천구 가산동 상수도 누수 공사 현장 / 연합뉴스TV

28일 금천소방서 및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후 12시 39분쯤 서울 금천구 가산동 상수도 누수 긴급복구 현장에서 흥일기공 소속 A 씨(70)와 B 씨(75)가 지하 맨홀에서 작업 도중 호흡곤란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A 씨는 상수도 누수 수리를 위해 맨홀에 들어가 작업하던 중 갑자기 쓰러졌고, B 씨는 A 씨를 구출하려다 함께 의식을 잃은 것으로 확인됐다.

두 사람은 모두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후 인근 병원으로 급히 옮겨졌다. 하지만 A 씨는 28일 새벽 3시쯤 끝내 숨을 거뒀고, B 씨는 현재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집중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소방당국은 이번 사고의 원인을 밀폐된 공간 내 산소 농도 저하로 인한 질식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들어 무더운 날씨 속에서 맨홀 등 밀폐공간 작업자들의 질식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달 6일 인천 계양구에서는 하수관로 점검작업을 하던 업체 대표와 일용직 근로자가 맨홀 내부에서 유해가스에 중독돼 모두 숨졌다. 또 지난 23일에는 경기도 평택에서 맨홀 청소작업을 하던 작업자 2명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구조되는 사고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기온이 상승하면 지하 밀폐공간에서 산소량이 줄어들고 각종 유해가스 농도가 높아져 사고 위험성이 증가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맨홀, 오폐수처리시설, 축사 등에서 여름철 안전사고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경향을 보인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28일 SNS를 통해 이번 사고에 대해 "안타깝다"고 애도를 표하며 "작년에만 질식사고 재해자가 29명, 이 중 1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혹서기에는 맨홀에 산소가 줄어 질식사고가 집중 발생한다. 117년 만에 최악의 폭염이라는 올해는 더욱 더 각별하게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맨홀 작업 시 산소 및 유해가스 측정, 충분한 환기, 호흡보호구 착용 등 3대 수칙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며 "아무리 긴급한 작업이라도 3대 수칙을 지키지 않고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수칙 위반이 적발될 경우 엄중히 제재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또 "밀폐공간 작업 시 사전에 송기마스크 착용, 유해가스 측정 의무가 확실하게 지켜질 수 있도록 필요한 산업안전보건규칙을 조속히 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사업주가 장비를 지급하도록 의무를 분명하게 부여하고 가스측정기 활용, 근로자 교육 등이 제대로 준비되었는지를 반드시 확인한 후에야 밀폐작업을 승인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청 광역중대재해수사과와 서울관악지청 산재예방지도과는 사고 발생 즉시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는 중대 사고가 발생한 원인이 안전·보건 조치 확보 의무 위반일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경우,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한 경우,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에 적용된다.

유튜브, KBS News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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