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출신 어머니와 중국인 아버지를 둔 남성이 한국군에 입대해서 겪은 일
2025-07-2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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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기 어려웠다…늘 악몽 꾼다” 피해 호소

경기도 고양시 한 군부대에서 다문화 가정 출신 병사가 몸을 던져 중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했다. 병사가 남긴 일기장에는 부대에서 겪은 괴롭힘과 따돌림 정황이 담겨 있었다.
29일 MBC에 따르면 고양시 육군 모 부대 A 일병은 지난 4월 23일 밤 부대 생활관 2층에서 뛰어내려 허리를 크게 다쳤다.
A 일병은 북한 출신 어머니와 중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다문화 장병이다. 어머니를 따라 한국 국적을 얻은 뒤 지난해 육군에 입대했지만, 병영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그는 일기장에 자신이 당한 괴롭힘 내용을 상세히 기록해 놓았다. 지난해 12월엔 "뭘 할 때마다 눈치 주면서 너무 답답했다", "숨쉬기 어려웠다", "늘 악몽을 꾼다"고 적었다. 다음 달엔 부대원이 자신을 "OO"(중국인을 비하하는 표현), "짭코리아"(짭과 코리아의 합성어)로 불렀다고 썼다.
A 씨는 몸이 아파 부대원에게 약을 요청했지만 일부 동료가 "갖고 있는 약을 주겠다"고 하고는 결국 주지 않았다거나, 훈련은 물론 부대 생활에서 따돌림을 당했다는 정황도 발견됐다.
다만 육군은 사건 직후 발병경위서에 "A 씨가 창문으로 뛰어내려 낙상 피해를 입었다"고만 했을 뿐 구체적인 원인을 언급하지 않았다. 석 달 뒤 다시 쓴 발병경위서에도 "부대 생활 간 한국어 소통에 어려움이 있어 적응이 더딘 상태였다"는 내용만 추가했을 뿐이었다.
A 씨 모친은 "건강한 아이를 나라를 지키러 보냈는데 저렇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발병경위서를 읽어보니까 모든 것이 제 아이 책임으로 돼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A 씨는 척추를 크게 다쳐 석 달째 군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군사경찰은 부대원들을 대상으로 정확한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www.129.go.kr/109/etc/madlan)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