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에 칭칭 감겨 절단까지…해마다 제주 멸종위기종 조용히 죽이고 있다는 '이것'

2025-07-29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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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가 죽은 새끼 주둥이에 떠받친 채 다니기도
돌고래 관광 겸 선상 낚시 상품화 문제로 지적

제주 남방큰돌고래 무리에서 낚싯줄에 걸린 새끼 돌고래가 또다시 발견됐다. 지난 5월 폐어구로 인해 고통받던 돌고래 '종달'이 실종된 지 두 달 만이다.

제주 앞바다에서 꼬리지느러미에 낚싯줄이 걸린 채 어미와 함께 헤엄치고 있는 새끼 남방큰돌고래 / 유튜브 'KBS News'
제주 앞바다에서 꼬리지느러미에 낚싯줄이 걸린 채 어미와 함께 헤엄치고 있는 새끼 남방큰돌고래 / 유튜브 'KBS News'

지난 26일 오후 1시 50분께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앞바다에서 낚싯줄이 꼬리지느러미에 걸린 새끼 남방큰돌고래가 어미와 함께 헤엄치는 장면이 포착됐다. 오승목 다큐제주 감독과 제주대학교 고래·해양생물보전연구센터는 새끼 돌고래의 몸에 감긴 낚싯줄 형태와 크기가 두 달 전 실종된 종달과 유사하다고 밝혔다. 이 새끼 돌고래는 꼬리지느러미에 낚싯줄이 엉킨 채 어미와 함께 유영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돌고래 무리에서는 죽은 새끼를 주둥이로 떠받치고 다니는 어미 돌고래의 모습도 함께 목격돼 폐어구에 의한 피해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남방큰돌고래 종달은 2023년 11월 입 주변에 낚싯바늘이 꿰인 채 발견됐다. 꼬리지느러미에는 2.5m가량의 낚싯줄이 늘어진 상태였다. 두 차례 구조 작업이 진행됐지만 지난 5월 다시 낚싯줄에 몸이 감긴 모습이 관찰된 후 자취를 감췄다. 사체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관련 단체들은 종달이 폐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죽은 새끼를 주둥이에 떠받치고 다니는 어미 남방큰돌고래의 모습 / 유튜브 'KBS News'
죽은 새끼를 주둥이에 떠받치고 다니는 어미 남방큰돌고래의 모습 / 유튜브 'KBS News'

이번에 새로 발견된 새끼 돌고래 역시 낚싯줄이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를 감싸고 늘어져 있었다. 이는 종달의 사례와 매우 유사하다. 또 지난해 11월부터 폐어구를 꼬리지느러미에 감은 채 살아가고 있는 다른 개체인 성체 '행운이'와 죽은 새끼를 주둥이에 떠받치고 다니는 어미의 모습도 함께 목격됐다. 이는 제주 해역에서 돌고래들이 폐어구로 인해 장기간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승목 감독은 행운이와 새끼 돌고래의 건강 상태는 양호하지만 구조 대상이 늘어나면서 행운이 구조 전담팀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제주도는 종달 실종 이후 행운이를 구조하기 위한 전문가 전담팀을 꾸렸다. 해당 전담팀은 이번에 새로 발견된 새끼 돌고래 구조도 함께 논의될 예정이다.

이에 오 감독과 제주대 연구센터는 시민들에게 폐어구에 의한 잇따른 해양 생물 피해를 알리기 위해 새끼 돌고래에게 이름을 붙이는 시민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새끼에게 이름을 붙이는 것이 내키지 않지만 모니터링과 관리에 필요해 이번 공모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 해양산업과는 이번 주 열릴 행운이 구조 전담팀 회의에서 새끼 돌고래 구조 방안을 함께 논의할 계획이다. 현재 포획 후 폐어구를 제거하는 방법과 접근 후 폐어구를 제거하는 방법 두 가지가 고려되고 있는데, 포획은 돌고래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어 접근한 뒤 낚싯줄을 끊는 방식이 우선 검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폐어구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낚시면허제와 어구실명제 같은 제도적 장치를 도입해 해양폐기물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폐어구에 걸린 바다거북 / 유튜브 'KBS News'
폐어구에 걸린 바다거북 / 유튜브 'KBS News'

하지만 문제는 이런 사고가 돌고래들의 주요 서식지인 제주 앞바다에서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매해 발생하는 폐어구만 해도 약 4만 톤에 달한다.

특히 새끼 돌고래는 성체보다 폐어구 위협에 더 취약하다. 올해에만 새끼 남방큰돌고래 폐사 사례가 4건이나 있었다. 여기에 사체가 발견되지 않은 사례까지 포함하면 실제 피해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피해는 돌고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바다거북, 갈매기 등도 폐어구에 찢기고 긁혀 손발이 절단된 상태로 발견되고 있다. 제주도는 긴급 구조 체계와 해양 쓰레기 수거 시스템을 운영 중이지만 무분별한 낚시 행위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제주 앞바다에서는 돌고래 관광과 선상 낚시가 함께 상품화돼 상업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폐어구에 걸린 채 헤엄치는 남방큰돌고래 / 유튜브 'KBS News'
폐어구에 걸린 채 헤엄치는 남방큰돌고래 / 유튜브 'KBS News'

폐어구는 단순한 쓰레기를 넘어 해양 생태계를 전반적으로 위협하는 요소다. 해류를 따라 이동하며 광범위한 해역에 영향을 미치는 폐어구는 해양 생물들의 이동 경로를 차단하고 산호초나 해조류 서식지를 파괴해 생태계 균형을 무너뜨린다. 먹이사슬의 하위 단계에 있는 생물들이 폐어구에 의해 고사하거나 서식지를 잃게 되면 그 영향은 결국 포식자에까지 전달돼 해양 생태 전반에 연쇄적인 영향을 준다. 또한 플라스틱 재질의 어구가 분해되며 발생하는 미세플라스틱은 생물의 체내에 축적돼 건강을 위협하고 인간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폐어구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더욱 실효성 있는 대응책이 필요하다. 주요 대안으로는 낚시와 어업에 대한 교육 강화, 폐어구 수거 캠페인 확대, 친환경 생분해성 어구의 도입과 같은 기술적 접근이 있다. 어업 종사자와 낚시꾼을 대상으로 한 지속적인 인식 개선 활동도 병행돼야 한다. 해양 쓰레기 발생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특정 해역의 위험도를 분석해 집중 수거 구역을 설정하는 과학 기반의 정책 역시 필요하다.

유튜브, KBS News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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