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3000마리뿐…폐허로 전락한 한국 섬에서 '역대 최다' 번식 성공한 멸종위기종
2025-07-29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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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영향으로 번식 중단됐던 인천 영종도 수하암
투기장 공사의 영향으로 멸종위기종의 번식 소식이 한동안 뜸했던 인천의 한 바위섬에서 역대 최다 수준의 번식이 이뤄졌다.

천연기념물인 저어새의 대표적인 서식지 수하암에서 오랜 기다림 끝에 번식 성공이 이뤄졌다. 그것도 최다 번식 수준이다. 저어새는 전 세계에서 약 3000마리밖에 남지 않은 1급 멸종위기종이기도 하다.
저어새는 주로 한반도 서해안에서 번식한다. 그중에서도 인천 지역에서 남동구 남동유수지와 중구 영종도가 주요 번식지로 알려져 있다. 영종도 안에서는 예단포 돌섬, 영종저어도, 수하암이 대표적인 저어새 서식지다.
수하암은 2013년 시작된 영종도 제2준설토 투기장 공사로 서식 환경이 악화한 바 있다. 실제 2018년 수하암에서는 저어새의 번식이 중단됐다. 발견 개체 수도 전년도보다 130마리 넘게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공사 전까지 저어새 번식지 중 국내 6~7번째 규모로 꼽히는 수하암에서는 매년 40~50쌍의 저어새가 번식해 왔다. 하지만 공사가 시작된 뒤 호안과 수하암과 거리가 150m로 가까워지며 사람뿐만 아니라 육지 동물들의 왕래가 잦아졌고 번식 활동도 방해받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육지와 수하암과 거리가 1km 이상이었다. 결국 인천해양수산청은 2019년 대체 서식지로 인공섬인 영종저어도를 조성했다.

그렇게 폐허로 전락하나 싶었던 수하암에서 역대 최고 수준의 번식 소식이 들려왔다. 올해 이 일대에서 저어새 번식이 이뤄진 곳은 놀랍게도 수하암뿐이다. 수하암의 서식 환경 악화로 지어졌던 대체 서식지 영종저어도와 예단포 돌섬에서는 번식 실패 소식만 전해졌다.
이에 영종환경연합, 한국물새네트워크, 수의사, 생태교육활동가 등 8명은 지난 26일 수하암을 방문해 저어새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새끼 10마리에게 인식표를 달았다.
수하암에서는 올해 60여 개 둥지에서 약 90마리의 새끼가 태어났다. 하지만 최근 폭우로 인해 생존 개체는 약 56마리로 줄었다. 다행히 생존한 새끼들의 건강 상태는 전반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부화 수는 저어새의 수하암 번식 관측 이래 가장 많은 수준이다.

인천에서 부화한 저어새들은 겨울이 되면 대만, 홍콩, 일본 등지로 이동한다. 번식기가 아닐 때는 강 하구, 양어장, 갯벌 등지에 서식하며 번식기가 되면 서해안의 무인도 바위 지역에서 둥지를 틀고 번식하며 알을 4~6개 낳는다. 갯벌과 하구, 논 등 얕은 습지에서 부리를 휘저으며 물고기나 새우류를 잡아먹는다.
겨울철에는 주로 제주도와 서남해안의 습지와 하구에서 소수의 무리가 월동한다. 특히 저어새는 중국과 러시아에 각각 1개씩 있는 번식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번식한다. 그중에서도 비무장지대나 인근의 무인도를 주요 번식지로 이용하며 인천의 인공섬에서도 번식한다.
암수의 형태는 유사하다. 몸 전체가 흰색이고 검은색의 긴 부리는 끝이 주걱 모양이다. 번식기에는 머리에 장식깃이 생긴다. 어린 새는 부리가 검은빛이 도는 살색이고 날개 끝이 검은색이다.

저어새의 번식 성공 여부는 해마다 크게 달라진다. 영종저어도의 경우 지난 5월까지 둥지가 관찰됐지만 이후 번식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곰쥐나 너구리 등의 포식자에 의한 피해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인천시는 저어새 보호를 위해 남동유수지에서 모니터링을 통해 너구리 침입을 확인하고 울타리를 설치한 상태다.
홍소산 영종환경연합 대표는 "내년에는 3곳에서 나눠 번식에 성공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인천시가 정한 깃대종인 만큼 서식지 보호 관련 대책이 필요하다. 내년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단체 차원에서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인천시는 2021년 저어새를 포함해 금개구리, 대청부채, 점박이물범, 흰발농게를 지역 생태계를 상징하는 깃대종으로 선정했다. 깃대종이란 생태적·지리적·사회적·문화적 특성을 반영해 지역 생태계를 상징하고 보호가 필요한 생물종을 의미한다.
저어새 보호를 위해서는 민간 차원의 적극적인 참여도 중요하다. 서식지 주변에서의 쓰레기 투기와 불법 출입을 막고 번식기에는 사람의 접근을 자제해야 한다. 시민들이 저어새 생태와 보호 필요성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지역 단체나 학교, 기관 중심의 생태 교육과 홍보 활동도 확대될 필요가 있다. 또한 관찰 활동이나 조사 모니터링에 참여하고 서식지에 대한 감시와 제보를 통해 저어새를 간접적으로 보호하는 방법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