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예 멸종시키기까지... 한국에서 퍼져나가 전 세계 초토화한 동물의 정체

2025-08-01 14:36

add remove print link

한국산 작은 동물이 전 세계에 일으킨 생태학적 파장

무당개구리 / 국립생물자원관
무당개구리 / 국립생물자원관
전 세계를 초토화한 한국 동물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주인공은 바로 한국의 무당개구리다. 작고 화려한 외모로 서양인들에게 사랑받던 이 개구리가 어떻게 전 세계 생태계를 뒤흔들었는지 이정모 펭귄각종과학관 관장이 유튜브 채널 ‘보다’에서 강연한 내용을 중심으로 그 내막을 들여다본다. 그의 강연 ‘한국의 개구리가 어떻게 전세계 생태계를 초토화 시켰을까?’는 무당개구리가 일으킨 생태학적 파장을 흥미롭게 풀어내며 외래종을 다룰 때 왜 신중해야 하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무당개구리 / 국립생물자원관
무당개구리 / 국립생물자원관

이정모 관장은 강연에서 무당개구리가 전 세계 양서류 개체 수 감소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항아리곰팡이병(Batrachochytrium dendrobatidis, 이하 Bd)의 매개체로 작용했다고 설명한다. 무당개구리는 한국, 중국 북동부, 러시아 극동 지역에 서식하는 소형 양서류다. 올리브색에서 갈색에 이르는 녹색 계열의 등과 검은 바탕에 붉은 반점이 있는 화려한 배를 가졌다. 이 독특한 외모 덕분에 1970년대부터 서양에서 관상용 애완동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 개구리들이 해외로 수출되면서 Bd 곰팡이가 함께 퍼졌고, 이는 전 세계 양서류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무당개구리 / 국립생물자원관
무당개구리 / 국립생물자원관

Bd 곰팡이는 개구리의 피부에 있는 케라틴을 파먹으며 자란다. 이 곰팡이가 피부를 덮으면 개구리는 수분과 전해질을 흡수하지 못해 탈수와 심부전을 일으킨다. 개구리는 호흡의 약 60%를 피부로 하기 때문에 Bd에 감염되면 질식으로 죽는다. 이정모 관장은 이 병을 인간의 무좀에 비유하며 인간에게는 귀찮은 정도지만 개구리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이라고 강조한다. 1990년대에야 이 곰팡이의 존재가 확인됐고, 2018년 5월 11일자 사이언스(Science) 저널 표지에 한국 무당개구리가 등장하며 이 문제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무당개구리가 Bd의 주요 매개체로 지목된 이유는 이 개구리가 곰팡이에 내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중국, 러시아 지역의 무당개구리는 Bd와 공진화하며 치명적인 영향을 받지 않도록 적응했다. 하지만 이 개구리가 내성이 없는 지역으로 옮겨지면서 현지 양서류에게 곰팡이를 퍼뜨렸다. 예를 들어 파나마 황금개구리는 2006년 야생에서 멸종했고, 호주의 뾰족코 금류개구리와 위부하개구리도 각각 1992년과 1981년에 심각한 개체 수 감소를 겪었다. 이정모 관장은 무당개구리가 서양인들의 이국적인 애완동물 선호로 인해 대량 수출됐고, 이 과정에서 Bd가 전 세계로 확산됐다고 설명한다.

무당개구리 / 국립생물자원관
무당개구리 / 국립생물자원관

외국 기사에서도 이 문제는 주목받았다. 2018년 사이언스 데일리(Science Daily)는 ‘한국산 무당개구리가 양서류 멸종의 주요 원인’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연구자들이 Bd의 기원을 동아시아로 추적했다고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Bd는 20세기 초 동아시아에서 시작돼 무역과 애완동물 거래를 통해 전 세계로 퍼졌다. 특히 무당개구리는 Bd를 보균한 채 다른 대륙으로 이동하며 현지 양서류를 감염시켰다. 네이처(Nature) 저널의 2018년 기사도 비슷한 내용을 다룬다. Bd가 전 세계적으로 500종 이상의 양서류를 위협했다고 밝혔다. 이들 기사는 무당개구리 자체가 악의적인 존재는 아니지만 인간의 무분별한 생물 이동이 생태계에 미친 파괴적 영향을 강조한다.

강연에서 이정모 관장은 무당개구리의 생태적 특징도 소개한다. 무당개구리는 최대 6cm로 비교적 작으며, 눈이 위로 튀어나와 독특한 인상을 준다. 포식자를 마주하면 벌렁 누워 화려한 배를 드러내며 독이 있는 것처럼 위장한다. 또한 ‘꺽꺽’ 소리로 다른 개구리와 구별되는 독특한 울음소리를 낸다. 이러한 특징들이 서양인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였고, 관상용으로 수출된 주요 이유가 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Bd가 함께 퍼졌다.

무당개구리 / 국립생물자원관
무당개구리 / 국립생물자원관

이정모 관장은 외래종이 생태계를 교란하는 사례로 황소개구리도 언급한다. 1970년대 식용 목적으로 한국에 도입된 황소개구리는 큰 덩치와 강한 식성으로 토종 생물을 위협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토종 포식자들이 황소개구리에 적응하고 정부의 퇴치 정책으로 개체 수가 줄었다. 그는 외래종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인간의 무책임한 도입과 방생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예컨대 선박 평형수나 농작물 수입 과정에서 외래종이 의도치 않게 유입되기도 한다. 태풍 같은 자연적 요인도 외래종 확산에 영향을 미치지만 인간의 역할이 가장 크다.

강연은 개구리의 생존 전략도 흥미롭게 다룬다. 무당개구리를 포함한 일부 개구리는 동결 내성을 갖춰 겨울철 체내 수분이 얼어도 살아남는다. 항동 단백질이 얼음 결정을 막아 심장과 뇌를 보호한다. 북미의 모카개구리는 체내 수분의 70%가 얼어도 봄에 정상 활동을 재개한다. 또한 아프리카의 클로드개구리는 포식자나 병원균을 피해 피부를 벗는 긴급 탈피 전략을 사용한다. 베이츠 모방도 소개되는데, 독이 없는 개구리가 독사나 독이 있는 생물의 화려한 색상을 흉내 내 포식자를 속인다. 이러한 전략들은 개구리가 생존과 번식을 위해 진화한 결과다.

무당개구리 / 국립생물자원관
무당개구리 / 국립생물자원관

이정모 관장은 개구리가 비 오는 날을 선호하는 이유도 설명한다. 비는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해 호흡을 돕고 물웅덩이를 만들어 알을 낳기에 적합한 환경을 제공한다. 또한 비 오는 날은 포식자 활동이 줄어 개구리가 안전하게 이동하고 먹이를 찾기 좋다. 지렁이 같은 먹이가 지면으로 올라오며, 곤충은 덜 움직여 잡기 쉬워진다. 이러한 환경적 이점은 개구리의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다.

강연의 또 다른 주제는 개구리의 짝짓기다. 암컷 개구리는 큰 소리, 저음, 규칙적인 패턴을 내는 수컷을 선호한다. 수컷의 체력과 건강을 나타내며 좋은 서식지를 암시한다. 북미 황소개구리는 저음으로 매력을 뽐낸다. 하지만 종마다 선호하는 소리가 다르며, 단체로 우는 개구리들은 포식자 공격을 분산시키고 짝짓기 기회를 늘린다. 이정모 관장은 이러한 행동이 개구리의 진화적 협력이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이정모 관장은 양서류의 독특한 생애 주기를 강조한다. 개구리는 올챙이 시절 아가미로 호흡하며 물속에서 살지만 성체가 되면 허파와 피부로 호흡하며 육지와 물 모두에서 생활한다. 이는 양서류가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온 최초의 척추동물로서 진화 과정을 몸에 담고 있음을 보여준다. 올챙이가 개구리로 변하는 과정은 바다와 육지의 특성을 모두 반영한다. 그는 집에서 올챙이를 키우다 방생하지 않으면 익사할 수 있으니 적절한 환경을 만들어주거나 자연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의 개구리가 어떻게 전세계 생태계를 초토화 시켰을까?'란 제목으로 '보다'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