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다... 의도적으로 야생에 풀어줬는데 한국적응 실패해 사라진 '동물원급 동물'
2025-08-03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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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생태계의 저항력이 입증된 외래종들의 실패 사례들
이정모 펭귄각종과학관 관장은 유튜브 채널 '보다'에 출연해 한국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진 외래종들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 관장은 "한국은 일본이나 대만보다 산악 지형이 많은 편이고 사계절이 뚜렷해 외래종의 정착이 좀 어려운 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가장 대표적인 실패 사례는 아메리카들토끼다. 1970년대와 80년대 식용으로 도입된 아메리카들토끼는 한국의 습한 기후를 견디지 못했다. 이 관장은 "아메리카 들토끼가 한국이 습한 거를 견디지 못해서 잘 못 자라니까 키우다 말고 야생으로 내보냈다. 야생에서도 습한 환경과 족제비, 담비 같은 천적들 때문에 결국 사라졌다"라고 밝혔다.
흥미롭게도 같은 아메리카들토끼가 일본에서는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이 관장은 "똑같은 아메리카들토끼가 한국도 들어오고 일본도 들어왔는데 한국에서 싹 사라졌고 일본에서는 야생 토끼가 돼서 잘 정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숭이류도 정착에 실패한 대표 사례다. 이 관장에 따르면 붉은털원숭이들이 꽤 많이 한꺼번에 동물원에 들어왔는데, 방사된 개체와 탈출한 개체들이 한국의 기후와 먹이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다. 이 관장은 "한국의 기후가 맞지 않고 먹이도 안 맞았다. 사람들도 (붉은털원숭이를) 되게 안 좋아해서 적응하지 못해 야생 개체는 자취를 감췄다"고 설명했다.
거북이류는 명암이 갈렸다. 붉은귀거북은 성공적으로 정착했지만 함께 들어온 황색거북, 흑색거북 등은 동면에 실패해 사라졌다.
1980년대와 90년대에 관상용으로 도입된 무플론(유럽 야생양)도 제주도에 방사됐지만 오래 버티지 못했다. 이 관장은 "우리나라 기후에 견디지 못하고 또 먹이도 없어서 야생에서 금방 사라져 버렸다"고 전했다.
황소개구리 정착은 흥미로운 사례다.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 생태계가 적응해 황소개구리 개체수가 조절되고 있다. 이 관장은 "2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개구리는 다 끝장날 줄 알았는데 우리나라 생태계가 적응하는 걸 보면 생태계가 정말 대단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기후적 특성이 외래종 정착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 관장은 "일본과 중국은 추운 데는 춥고 더운 데는 더운 나라다. 그런데 한국에선 옮겨 갈 데가 없는 좁은 곳에서 네 계절을 다 버텨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사례들은 한국 생태계가 외래종 침입에 대해 상당한 저항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붉은귀거북이나 뉴트리아처럼 성공적으로 정착한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외래종들은 한국의 독특한 기후와 생태 환경 앞에서 적응에 실패했다. 이는 한국의 생태계가 생각보다 견고하고 안정적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