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무너뜨린 지식의 독점… 전문가 “수익모델의 변화 대세 ”

2025-07-30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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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장·법령 검토도 AI가 보조… 전문가, 단순 전달자에서 전략 설계자로 전환
세종·대전 AI 상담 도입 확산… 판례 분석도 원문 업로드로 AI 활용 가능

AI가 무너뜨린 지식의 독점… 전문가 “수익모델의 변화 대세 ”ㅁ / 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AI가 무너뜨린 지식의 독점… 전문가 “수익모델의 변화 대세 ”ㅁ / 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세종=위키트리 양완영 기자]전문지식을 가진 것만으로는 더 이상 안심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 세무사, 법무사, 변호사 등 전통적인 전문가 직군은 그동안 정보 비대칭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해 왔지만, AI의 급속한 발전과 공공 정보 접근의 확대는 이 같은 구조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에는 법률 자문이나 세금 신고처럼 일정한 형식과 절차가 정해진 업무를 중심으로, 일반인이 AI를 통해 직접 시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이 겪은 피해 사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AI에 입력하고, 국가법령정보센터나 법제처 등에서 다운로드한 관련 법률 원문을 함께 업로드하면, 어떤 법 조항이 적용될 수 있는지, 어떤 대응 방향이 가능한지를 제안받을 수 있다.

국가법령정보센터나 법제처 등에서 법령의 원문 다운로드<자료화면> / 국가법령정보센터 홈페이지
국가법령정보센터나 법제처 등에서 법령의 원문 다운로드<자료화면> / 국가법령정보센터 홈페이지

고소장을 작성할 경우에도 경찰청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문서 양식을 내려받고, 사건 정보와 법령 파일을 AI에 입력하면 각 항목에 들어갈 내용을 자동으로 정리해 문서 초안으로 구성할 수 있다. 과거에는 이런 작업을 위해 반드시 전문가의 사무실을 방문해야 했다면, 지금은 기본적인 서류 작성과 1차 분석 수준까지는 스스로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다만, 그 고소 내용의 사실관계 적합성이나 법 적용 여부, 범죄 성립 가능성 등은 AI가 판단할 수 없는 영역이며, 최종 판단은 담당 수사기관이 한다는 점을 반드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또한 AI 자체의 판례 검색 기능은 아직 완전하지 않고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때문에 실제로는 대법원 판례정보 사이트 등에서 직접 키워드를 활용해 유사 판례를 검색하고, 판례 원문을 다운로드해 AI에 업로드하는 방식이 더 현실적이다. 이 과정을 통해 AI는 유사 사건의 핵심 쟁점과 개인 사건 사이의 비교 설명을 제공해, 참고 수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국세청, AI 세무 행정에 본격 도입<자료사진> / 뉴스1
국세청, AI 세무 행정에 본격 도입<자료사진> / 뉴스1

이 같은 흐름은 공공행정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국세청(청장 임광현)은 AI를 세무 행정에 본격 도입해 세금 상담과 세무조사 대상자 선정까지 활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2024년부터 도입된 ‘AI 국세상담관’은 종합소득세·부가가치세·연말정산 등 복잡한 세금 문의에 대해 AI가 기본 응답을 제공하고 있으며, 2025년 기준 응답률은 기존 24%에서 98%로 크게 상승했다.
특히 영세 납세자나 세무사 상담이 어려운 이들에게 AI 의 활용은 복잡하고 어려운 세무 및 세법의 접근성을 높이는 새로운 해법으로 작동하고 있다.
또한 국세청은 세무조사 대상자 선정에도 AI 분석을 활용하고 있다. 법인의 재무제표, 유사 업종의 사례 등을 AI가 학습해 탈세 위험도를 분석하고, 수사관은 이를 참고해 최종 조사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이다.
국세청은 향후 AI 기반 세무 컨설팅 체계를 전 국민에게 제공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며, 1300억 원 규모의 정보화 예산을 편성 중이다.

이처럼 공공영역에서도 AI는 ‘참고용 조력자’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민간 전문가들도 단순 정보 제공을 넘어, 해석과 맞춤 전략 중심의 역할로 전환해야 한다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전문가 직군의 존재 이유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AI 기술이 기본 업무를 보조하는 도구로 활용됨에 따라, 전문가가 단순 정보 전달자가 아니라 고객 상황에 맞춘 해석과 전략을 제공하는 조력자로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한 변호사는 “앞으로 변호사도 단순히 전문 지식을 제공하는 역할만으로는 생존이 어렵다”며 “법률 해석뿐 아니라 고객의 감정과 목적까지 이해하는 맞춤형 서비스로 진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판례 등의 사법정보를 제공하는 공개포털 사이트 화면<자료사진> / 법원 사법정보 공개포털 홈페이지
판례 등의 사법정보를 제공하는 공개포털 사이트 화면<자료사진> / 법원 사법정보 공개포털 홈페이지

복잡한 법률 해석이나 형사 사건, 고액 세금 분쟁 등 고위험 영역에서는 여전히 전문가의 판단과 경험이 필수적이다. 법률 문장 하나, 단어 하나가 판결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생명과 재산이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안에서는 반드시 전문가의 교차 검토와 조언이 필요하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이 같은 흐름에 대응해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AI 법률 상담 챗봇을 운영하며 시민들의 법률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간단한 민원상담이나 초기 서류 안내, 기본 법률 정보 제공은 AI를 통해 신속히 이뤄지고, 전문적인 판단이 필요한 사안은 변호사와의 연계를 통해 보완하는 구조다. 일부 공공기관도 AI를 활용한 문서 초안 작성 기능을 실무에 도입하고 있으며, 중소 세무법인들도 반복 업무를 AI SaaS (Artificial Intelligence Software as a Service)로 일부 전환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결국 전문가의 경쟁력은 더 이상 정보의 양에 있지 않다. 고객과의 관계를 이해하고, AI가 제시한 다량의 정보 중 본질적인 요소를 가려내 해석해주는 능력이 진정한 차별화 포인트다. 전문가가 정보의 주인이 아니라 ‘신뢰를 설계하는 전략가’로서 거듭나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이 커지고 있다.

AI는 뛰어난 안내자일 수는 있지만, 그 길이 안전한지 판단하는 일은 사람의 몫이다. 이제는 지식을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그 지식을 고객의 상황에 맞게 연결하고 해석해주는 전문가가 살아남는 시대다.

home 양완영 기자 top0322@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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