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도 호랑이도 아니다... 사냥 성공률이 무려 95%인 '동물계 최고 사냥꾼'

2025-08-03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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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경로 예측해 사냥하는 경이로운 능력 보유

잠자리 / 뉴스1
잠자리 / 뉴스1

투명한 날개를 펄럭이며 연못 위를 누비는 잠자리. 어린 시절 뜰채로 잡던 추억 속 작은 곤충이 사실 동물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포식자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자나 상어보다 훨씬 높은 95%의 사냥 성공률을 자랑하는 잠자리는 자연이 만들어낸 ‘사냥 기계’다. 백수의 왕으로 불리는 사자, 바다의 제왕 상어, 그리고 지상 최고 속도를 자랑하는 치타까지도 감히 따라올 수 없는 경이로운 수치 앞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자연의 신비로움을 깨닫게 된다.

잠자리의 사냥 성공률은 동물계에서 단연 최고 수준이다. 다른 육식동물들과는 차원이 다른 효율성을 보여준다. 식물을 먹이로 하지 않는 이상 어떤 동물도 근접조차 할 수 없는 수치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반면 우리가 강력한 포식자로 알고 있는 대형 육식동물들의 사냥 성공률은 의외로 낮은 편이다. 사자의 사냥 성공률은 30%, 호랑이는 5%, 치타는 10%에 불과하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사자 두 마리가 함께 사냥할 때 평균 17~19%의 성공률을 보인다. 혼자 사냥할 땐 8%, 2마리 이상의 무리 사냥 성공률은 30%다. 치타의 사냥 성공률은 표범이나 사자보다 높은 50%지만 이 역시 잠자리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잠자리 / 뉴스1
잠자리 / 뉴스1

이처럼 큰 차이가 나는 이유는 사냥 환경과 방식의 차이에 있다. 대형 육식동물들은 주로 지상에서 큰 먹잇감을 상대로 사냥한다. 사자나 호랑이가 사냥하는 초식동물들은 몸집이 크고 도망칠 수 있는 공간이 넓으며, 무리를 지어 서로를 보호하기도 한다. 또한 이들 포식자들은 사냥에 성공하지 못해도 당장 생존에 치명적인 위협을 받지는 않는다. 몸집이 큰 만큼 한 번의 성공적인 사냥으로도 오랜 기간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잠자리의 사냥 환경은 완전히 다르다. 잠자리가 사냥하는 모기나 파리 같은 작은 곤충들은 상대적으로 도망칠 공간이 제한적이고, 잠자리보다 훨씬 작아 한입에 삼킬 수 있다. 무엇보다 잠자리는 공중에서 사냥하는데, 이는 지상 사냥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전략을 필요로 한다.

잠자리는 신기하게도 이동경로를 예측해 사냥에 나선다. 이는 인간 등 척추동물만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잠자리는 단순히 먹잇감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먹잇감이 어디로 이동할지 미리 계산해서 그 지점으로 날아간다. 이는 고도의 계산 능력과 예측 능력을 필요로 하는 고차원적인 사냥 전략이다.

잠자리의 뛰어난 사냥 능력의 핵심은 바로 시각 시스템에 있다. 이를 이용해 위아래, 뒤까지도 볼 수 있다는 잠자리의 복안은 거의 360도에 가까운 시야를 제공한다. 잠자리의 복안은 수만 개의 개별 렌즈로 구성돼 움직임 감지에 특화돼 있다. 먹잇감의 미세한 움직임도 놓치지 않는다.

또한 잠자리의 비행 능력은 다른 곤충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4개의 날개를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 정지 비행, 후진 비행, 급작스러운 방향 전환이 모두 가능하다. 이러한 기동성은 공중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먹잇감을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사자 / 픽사베이
사자 / 픽사베이

잠자리의 사냥 방식을 더 자세히 분석해보면, 이들은 대부분 매복 사냥을 한다. 적당한 높이에서 영역을 지키며 지나가는 먹잇감을 기다리다가 순간적으로 달려들어 잡아챈다. 이때 잠자리는 먹잇감의 속도와 방향을 계산해 가장 효율적인 요격 지점을 설정한다. 마치 전투기의 미사일 유도 시스템과 같은 정밀함을 보여준다.

반면 대형 포식자들의 사냥은 훨씬 복잡하고 변수가 많다. 사자의 경우 무리 사냥을 통해 성공률을 높이려 하지만 먹잇감인 초식동물들도 무리를 이뤄 경계하고 있어 기습 효과가 제한적이다. 호랑이는 단독 사냥을 주로 하는데, 넓은 영역에서 은밀하게 접근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치타는 속도로 승부하지만 지구력이 부족해 긴 추격전에서는 불리하다.

이처럼 잠자리와 대형 포식자들의 사냥 성공률 차이는 단순히 능력의 차이가 아니라 사냥 환경과 전략의 근본적인 차이에서 비롯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자리의 95% 이상이라는 성공률은 자연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놀라운 수치임에는 틀림없다.

현대 과학자들은 잠자리의 사냥 기법을 연구해 군사용 요격 시스템이나 무인 항공기 개발에 응용하려고 계속 시도하고 있다. 작은 곤충에서 배우는 완벽한 사냥의 비밀은 여전히 인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있다.

동물계 최고의 사냥꾼이라는 타이틀은 크기나 힘이 아닌 효율성과 정확성에서 나온다는 것을 잠자리는 증명한다. 연못가에서 마주치는 작은 잠자리 한 마리가 자연이 만들어낸 가장 완벽한 포식자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자연의 경이로움과 겸손함을 동시에 일깨운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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