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상황…한국 바다에 157만 마리 대량으로 풀리는 '이 생명체' 정체
2025-07-3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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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온에 갇히면 떼죽음…살아남기 위해선 갇힌 물살 벗어나야
연일 지속되는 역대급 폭염으로 인해 서·남해 지역에 와르르 풀려나고 있는 생명체가 있다.

바로 우럭으로 흔히들 알고 있는 물고기, 조피볼락에 대한 이야기다.
고수온 장기화가 이어지며 양식 어류 집단 폐사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막기 위해 전남도는 긴급 방류 조치를 대규모로 실시 중이다.
여수시는 지난 29일 정기명 시장이 직접 송도해역 양식장을 찾아 조피볼락 16만 마리 방류 작업에 참여했다고 30일 밝혔다. 이틀 전인 27일까지 여수 화정면과 돌산읍 해역에서는 이미 42만 마리가 방류된 바 있다. 30일에는 추가로 64만 마리가 방류된다. 전남도는 여수를 비롯해 고흥, 신안 등 총 22개 어가에서 키우던 조피볼락 157만 마리를 순차적으로 인근 해역에 풀 계획이다.
이번 긴급 방류의 배경에는 기록적인 폭염과 그에 따른 바다 수온 상승이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전남 여자만, 득량만, 도암만, 함평만 일대에 고수온 경보를 발령했다. 여자만의 수온은 29.6도, 함평만은 30.8도를 기록했다. 이는 조피볼락 생존 한계를 훌쩍 넘는 수치다.
조피볼락은 수온 15~18도에서 생장이 활발하며, 23도 이상에서는 먹이 섭취가 거의 중단된다. 25도 이상이 되면 생리 기능 자체가 무너지며, 28도에 가까워지면 면역력 저하와 산소 부족으로 집단 폐사가 현실화된다.

실제로 해마다 여름철 폭염이 지속되면 양식장에서 수십만 마리가 떼죽음을 당하는 일이 반복 돼왔다. 이에 따라 일부라도 바다에 방류해 피해 규모를 줄이겠다는 것이 지자체의 대응 전략이다.
긴급 방류는 어민과 지자체가 취할 수 있는 최후의 방어선이다. 가두리 양식장에서 어류를 그대로 두면 고수온과 산소 결핍으로 인해 한꺼번에 폐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부라도 바다로 풀어주면 밀도 감소 효과로 양식장 내 생존율이 올라가고, 자연 속에서는 생존한 어류들이 연안 어족 자원 회복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방류 어류는 수산생물 전염병 검사를 거친 뒤 진행되며, 방류한 어가에는 5000만 원 이내의 재난지원금도 지급된다. 시는 사육 밀도 조절, 조기 출하, 사전 분망 등 다양한 대응책도 병행 중이다.
방류 현장은 고온다습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긴장감 속에 이뤄졌다. 어민들은 조피볼락을 하나하나 옮기며 생존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여수 해역은 조피볼락을 주요 품종으로 양식하는 곳으로, 이번 조치는 사실상 해당 지역 양식업 전체의 생존과 직결된 상황이다.

이러한 방류는 단순히 어류 보호에 그치지 않는다. 반복되는 폭염과 해수면 온도 상승은 양식업뿐 아니라 해양 생태계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온 상승은 특정 어종의 개체 수 감소뿐 아니라, 연쇄적인 생태계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긴급 방류는 그 자체로 해양 생태계를 회복하는 ‘좋은 선택’처럼 보이지만, 결국 원인은 기후위기에 있다. 고수온 현상은 올해만의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라 해마다 점점 길어지고 강해지는 추세다. 방류만으로 대응하기엔 구조적 한계가 분명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여수 한 가두리 양식장 주인 A 씨는 "더위가 예상보다 빨리 찾아왔다"며 "공들여 키운 놈들을 보내자니 속이 타들어 가지만 조피볼락이 워낙 더위에 약해 그대로 두면 한꺼번에 죽어버리니,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유난히 올해만큼 더웠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수온이 생각보다 빨리 올랐다"며 "폐사가 시작되면 살아 있는 다른 놈들까지 피해가 가니 차라리 몇만 마리라도 내보내서 양식장도 살고 바다도 살게끔 폐사만은 막아보자는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정기명 여수시장은 "올해는 고수온 주의보가 빨리 내려져 어민들의 근심이 크다"며 "폐사가 늘어나면 폐기 처리와 환경 문제 등 사회적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긴급 방류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어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지자체 선제 대응은 의미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기후 대응 정책, 지속 가능한 양식 방식, 종다양성 확보 등이 병행돼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