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 기록 세웠던 산악인, 발견 어려운 '이 암'으로 별세
2025-07-30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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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3극점 정복의 주역, 허영호 산악인의 마지막 여정
침묵의 암, 담도암의 숨겨진 위험과 조기 발견의 중요성
산악인 허영호 대장이 암으로 별세했다.
고인은 담도암으로 투병하다 지난 29일 눈을 감았다. 향년 71세.
1954년 충북 제천시에서 태어나 제천고와 청주대를 나온 고인은 1987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겨울철에 에베레스트(8848m) 정상을 정복한 산악인으로 2017년 5월 국내 최고령 에베레스트 등정(63세), 국내 최다 에베레스트 등정(6회) 기록을 작성했다.
그는 세계 최초로 3극점(1987년 에베레스트·1994년 남극점·1995년 북극점)과 7대륙 최고봉 등정에 성공했다.

◆ 간과하기 쉬운 침묵의 질병, 담도암
담도암은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이 소장으로 이동하는 통로인 담도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이다. 비교적 드물지만 매우 치명적인 암 중 하나로,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조기 발견이 어렵고, 발견 시 이미 진행된 경우가 많다. 전체 간담도계 암의 약 10~15%를 차지하며, 우리나라에서는 해마다 5000명 이상의 환자가 진단받고 있다.
담도암은 발생 위치에 따라 간내담도암(간 안쪽), 간외담도암(간 바깥쪽), 그리고 간문부담도암(간문부, 즉 간 입구 쪽)으로 나뉜다. 위치에 따라 수술 가능성과 예후가 달라지며, 특히 수술이 까다롭고 재발률도 높다.
담도암의 주요 원인으로는 만성 담관염, 간흡충 감염, 담석증, 선천성 담도 기형, 간경변증 등이 알려져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회충류 감염률이 높았던 지역에서는 간흡충 감염에 의한 담도 손상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이 외에도 유전적 요인, 환경적 독소, 만성 염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문제는 초기에는 대부분 증상이 없거나 매우 미미하다는 점이다. 피로감, 식욕 저하, 소화불량 등 일반적인 증상으로 시작되며, 암이 진행되면 황달, 복통, 체중 감소, 소변 색이 진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 때문에 위나 간 질환으로 오인되기 쉬워 진단이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담도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서는 혈액 검사, 복부 초음파, CT, MRI, 내시경 역행 담췌관조영술(ERCP) 등이 사용된다. 특히 MRI 기반 영상인 MRCP는 담관의 이상을 정밀하게 확인하는 데 효과적이다. 치료는 수술이 가능한 경우 절제술이 우선이며, 수술이 어렵다면 항암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치료가 병행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표적치료제나 면역치료제 개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예방을 위해서는 간흡충 감염을 막기 위해 민물고기 생식은 피하고, 담석이나 만성 간질환 환자는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담도의 변화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접적인 위험 요인을 줄이는 것도 큰 도움이 되며, 담도계 건강을 위한 규칙적인 식습관과 절주, 금연 역시 담도암 예방에 필수적이다.
조용히 진행되지만 생존율이 낮은 담도암은 사전 인식과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한 질병이다. 꾸준한 건강검진과 이상 증상에 대한 경계가 담도암의 조기 발견과 생존율 향상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