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서서 오픈런까지…대형마트도 아닌데 요즘 난리 난 ‘이것’ 정체
2025-08-03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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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열기 몇 시간 전부터 오픈런 현상에 품절 대란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 33만 8868명과 비교해 2배 이상 폭증
“평일에도 주차장 만차, 굿즈 사려고 오픈런”…이제는 대형마트도 아니고, 카페도 아니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가장 핫한 ‘오픈런 성지’는 놀랍게도 국립중앙박물관이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국립중앙박물관(일명 ‘국중박’)이 요즘 말 그대로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평일에도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데다, 주말에는 아예 오전 일찍부터 ‘줄서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주된 이유는 다름 아닌 이곳에서만 구할 수 있는 ‘뮤지엄 굿즈’, 일명 ‘뮷즈(MU:DS)’ 때문이다.
“굿즈 사려고 박물관 갑니다”…이색 오픈런 현상
3일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국립중앙박물관 굿즈 매장 앞엔 이른 아침부터 줄이 길게 늘어섰다. 관람보다 먼저, ‘까치호랑이 배지’를 사기 위한 오픈런이다. 해당 굿즈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호랑이 캐릭터와 닮아 MZ세대의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매장 오픈과 동시에 품절되는 경우가 속출하며, 중고 플랫폼에선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기도 한다.
이처럼 ‘굿즈 사려고 박물관 간다’는 말이 낯설지 않을 정도로, 박물관의 문화상품이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스타벅스도 합류…'사유의 방' 전시 굿즈까지 품절 행렬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1일부터 ‘사유의 방’을 테마로 한 다양한 전시 관련 제품을 추가로 선보였다. 해당 전시는 스타벅스와 협업한 콘텐츠로, 굿즈 출시 이후 더욱 화제를 모으며 품절 대란을 이어가고 있다. 섬세한 디자인과 전시 스토리를 녹여낸 굿즈는 단순한 기념품이 아니라 하나의 컬렉터 아이템이자 라이프스타일 소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 최휘영 장관도 3일 직접 박물관을 찾아 굿즈 판매 현황을 점검하고 관람객 반응을 확인했다. 최 장관은 "박물관은 '케이-컬처'의 정체성과 지속 가능성의 기반이자, 고부가가치 문화 산업의 핵심 거점"이라며 "박물관 자산 등 우리 전통 유산이 '케이-컬처' 시장 300조 원 달성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7배 증가한 관람객…박물관의 변신
실제로 국립중앙박물관의 인기는 수치로도 입증된다. 문체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국립중앙박물관 누적 관람객 수는 약 345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99만 명)보다 무려 1.7배 증가했다. 외국인 방문객 수도 13만 명에서 20만 명으로 50% 넘게 늘었다.
뮤지엄 굿즈 브랜드 ‘MU:DS’의 성장도 눈에 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매출 성장률이 54.2%에 달하며, 전체 매출은 5.7배까지 확대됐다. 단순히 기념품 판매를 넘어 문화 콘텐츠 산업의 하나로 성장 중인 셈이다.
특히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의 간접 콜라보 효과는 굉장했다. 해당 작품은 K팝 아이돌 그룹 헌트릭스가 악령을 퇴치한다는 설정으로,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삽입곡 ‘골든’은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1위에 오르며, 싸이의 ‘강남스타일’ 이후 약 13년 만에 K팝 곡이 정상에 오른 사례로 기록됐다.
“이게 뭐라고”…Z세대도 매료된 박물관 마케팅
그동안 ‘박물관’ 하면 중장년층이나 외국인 관광객을 떠올리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국립중앙박물관은 ‘국중박’이라는 트렌디한 별칭과 함께 완전히 다른 색깔로 거듭났다. 박물관 측은 MZ세대에게 맞춤형 콘텐츠를 꾸준히 발굴하며, 문화 공간의 문턱을 확 낮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굿즈 열풍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유물과 전시 콘텐츠를 기반으로 제작된 뮷즈 제품들은 기존의 ‘고루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현대적인 감성으로 재해석되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실제로 많은 관람객이 전시보다 굿즈를 먼저 보러 오는 ‘역전 현상’까지 나타나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은 단순한 유행이 아닌, 박물관이 살아있는 문화 소비 공간으로 자리 잡아가는 자연스러운 진화”라고 분석한다.
역사와 예술, 그리고 콘텐츠 산업이 맞닿는 지점에서 국립중앙박물관은 이제 ‘K컬처의 얼굴’로 자리매김 중이다.
